[2017년 해외통신원 7월 원고] 스웨덴_ 기업 내 여성 이사진 쿼터제 관련 법안 도입 철회
        등록일 2017-08-07

         

        기업 내 여성 이사진 쿼터제 관련 법안 도입 철회

        김연진 스웨덴 룬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지난 12월 소식에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높아진 결정적인 요인으로 정당들의 자발적 할당제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할당제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여 온 스웨덴, 여성 친화적 혹은 가족 친화적 국가로 평가되는 스웨덴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기업 내 대표성 또한 높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당연하다. 과연 스웨덴 기업 내 여성 고위직 비율은 얼마나 될까?

        최근 스웨덴 기업지배구조 이사회 (Kollegiet för svensk bolagsstyrning)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614일 기준으로 스웨덴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진 비율은 33.2%를 기록했다. 2016년에 비해 1.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2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에서 유럽연합 가입국들의 여성 이사진 비율 제고를 위해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여성 이사진 비율을 40%로 내세웠다. 스웨덴 정부도 본 취지에 부합하고자 지속해서 노력해오고 있었으며, 여성 이사진 증가의 부진한 속도에 대한 위기감은 좀 더 급진적인 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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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다소 상반되게도 올해 초 2019년까지 상장기업 내 여성 이사진 비율 40%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된 법안이 스웨덴 국회에서 철회되었다. 본 법안에 따르면 40%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는 매년 약 300만 원에서 65천만 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회민주당 및 환경당 간의 진보연합정부가 2015년부터 지속해서 주장해 온 강경책이었지만 결국 보수정당연합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기업 내 여성 이사진 비율이 매우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을 통한 해결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스웨덴의 입장은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와도 판이하다. 사실 2003년 이전까지만 해도 두 국가 모두 기업 내 여성 이사진 비율은 7%를 넘지 못했다. 이후 두 국가는 대응방식을 달리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2003년 당시 집권 중인 자유보수정권의 주도하에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고, 신생기업들은 2006, 기존 기업들은 2008년부터 40%의 여성 이사진 비율을 강제했다. 이사진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노르웨이 기업은 조직 개편의 의무가 주어질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상장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한다.

        반면 스웨덴은 2005년 기업지배구조준칙 (Svensk kod för bolagsstyrning)마련하고 이를 통해 이사진 내 양성평등을 위한 상장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요구해왔다. 기업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기업법 (Aktiebolagslagen) 과 별개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이를 위한 이사진들의 역할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본 준칙은 법적 제제가 아닌 권고의 형태를 띠고 있어 기업법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 하다. 이와 같은 스웨덴 정부의 입장은 기업의 액션플랜 제도에도 잘 녹아있다. 2017년 현재 근로자 수 25이상의 모든 스웨덴 기업들은 매년 기업 내 성 평등을 위한 액션플랜을 작성할 의무가 있다. 플랜의 범주는 차별금지법 (Diskrimineringslag, 2008: 567) 3적극적 조치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직장 내 근무조건, 임금 관련 규제, 임금격차, 승진, 육아 중인 부모를 위한 조치 등의 향상을 위한 플랜을 스스로 구상하고 해당 연도 내 조직에서 이행된 각종 조치에 대한 평가를 작성해야 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모두 성 평등 의제가 사회민주주의당의 전통적 이상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기업 내 성 평등을 규제하는 방식은 이처럼 다르게 발현되었다. 노르웨이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Heidenreich 은 할당제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두 국가 내에서의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 그리고 페미니즘 논의의 성격의 차이에서 찾는다. 즉 노르웨이는 역사적으로 소규모 기업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았고,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는 입장을 중심으로 전개된 페미니즘 운동 때문에 급진적인 조치에 대한 동의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스웨덴 기업은 정부와의 합의를 통한 연대, 그리고 이에 따른 자발적 규제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기업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스웨덴은 노르웨이보다 더 급진적인 페미니즘 운동의 전개로 남녀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특정 젠더를 떠나 모두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따라서 특정 성에게 할당제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에서 목표 기간으로 정한 2020년이 앞으로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기업과 정부 간의 연대를 통한 상생 및 자발적 규제 원칙을 중요시하는 스웨덴이기에 일부에서는 단순히 유럽 연합이 정한 40%의 목표치를 쫓을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록 기업의 여성임원 할당제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은 철회되었지만, 스웨덴 사회 내 여성 이사진 비율의 증가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는 위기감은 지속되고 있다. 당분간은 할당제 도입에 대한 미련을 뒤로한 채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는 자발적 조치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스웨덴 기업지배구조 이사회

        http://www.bolagsstyrning.se/nyheter/2017/uppdaterad-statistik-avseende-konsfordel__635

        법률: 차별금지법

        http://www.riksdagen.se/sv/dokument-lagar/dokument/svensk-forfattningssamling/

        diskrimineringslag-2008567_sfs-2008-567

        논문

        Heidenreich, V. (2012). Chapter 5 Why Gender Quotas in Company Boards in Norwayand Not in Sweden?. In Firms, boards and gender quotas: Comparative perspectives (pp. 147-183). Emerald Group Publishing Limited.

        언론

        www.dn.se/ekonomi/regeringen-drar-tillbaka-forslag-pa-kvotering-i-bolagsstyrelser/

        https://www.svt.se/nyheter/inrikes/kvinnor-ska-kvoteras-in-i-bolagsstyrelser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7/jan/12/sweden-rejects-quotas-women-boardroom-listed-companies

        https://www.thelocal.se/20170112/sweden-scraps-gender-equal-boardrooms-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