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미사이드(femicide)의 심각성 및 법 제정의 중요성 논의
        등록일 2022-12-30

        미국, 페미사이드(femicide)의 심각성 및 법 제정의 중요성 논의

        김춘례 세인트조셉 대학교(Saint Joseph’s University) 조교수

        ○ 페미사이드(Femicide)는 가장 극단적인 젠더 폭력의 형태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페미사이드는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페미사이드와 비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페미사이드로 나뉜다. 친밀한 사이에서의 페미사이드(intimate femicide)는 여성의 파트너 또는 과거 파트너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의미하고 비친밀한 사이에서의 페미사이드(non-intimate femicide)는 친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살해당하는 명예살인, 여성이 인종 혹은 성적지향 때문에 살해당하는 경우 등이 페미사이드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페미사이드는 친밀한 사이에서 이루어진다(CNN, 2021).

        ○ 페미사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유엔 마약범죄 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 리포트에 의하면 2017년에 87,000명의 여성 및 여아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살해를 당했다고 한다(UNOCD, 2018).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페미사이드를 일반 살인(homicide)과 법적으로 구분지어 처벌하고 있지 않다. 멕시코를 포함한 몇몇의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만 페미사이드를 일반 살인과 구분지어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페미사이드로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60년까지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CNN, 2022).

        ○ 라틴아메리카에서 페미사이드를 법으로 제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지역에서 페미사이드가 다른 지역 혹은 나라에 비해 심각하게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캐리비안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페미사이드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발행하는 페미사이드의 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엘사바도르(El Salvador)와 온두라스(Honduras)에서 발생하는 페미사이드는 특히 심각하다(Global Americans Report, 2020). 

        ○ 페미사이드가 라틴아메리카와 캐리비안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그 중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주요한 요인은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조하는 해당 지역의 마초(macho) 문화 혹은 가부장적인 문화이다. 마초문화는 남성의 ‘남성다움’과 여성의 ‘여성다움’을 강조하며, 그 문화권 내 여성들의 삶은 여러 부분에서 남성들에 의해 통제되는 경향이 있다(Mahalik et al., 2005). 또 다른 요인은 그 지역 내의 폭력적인 정치적 혹은 사회적인 환경이다. 유엔 마약범죄 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 리포트에 의하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갱활동(gangs)을 비롯한 범죄 활동 및 마찰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심각한 수준이며, 그러한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은 남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페미사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젠더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UNODC, 2019).

        ○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페미사이드는 비단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도 페미사이드를 예방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범죄 정책 센터(Violence Policy Center)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에 2,059명의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89%의 가해자가 해당 여성이 알던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전 세계 고소득 국가의 페미사이드 중 70%가 미국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최근 미국인 여성이 여행 중 멕시코에서 살해당했던 사건의 법 집행이 일반 살인이 아닌 페미사이드로 적용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도 페미사이드가 법으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대로 된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법이 없기 때문에 페미사이드를 예방하고 철폐하기 위한 자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CNN, 2022). 이들은 법 제정을 통해 페미사이드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그에 따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여성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일반 대중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페미사이드를 일반 살인과 다르게 따로 지정한 법은 미국에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에서 페미사이드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연방법으로도 상대방의 인종, 종교,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성정체성(gender identity), 젠더(gender) 등의 이유로 저지르는 폭력범죄 및 재산범죄를 처벌하는 증오범죄법(hate crime law)을 통해 페미사이드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주마다 증오범죄법이 포괄하는 내용은 다르기 때문에 일부 주에서는 ‘젠더’를 기반으로 한 혐오나 편견이 증오범죄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CNN, 2022). 따라서 젠더로 인해 발생하는 페미사이드를 따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 하지만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의 학자인 에반스(Evans)는 미국에서 페미사이드 법이 제정되는 것만으로는 젠더 폭력을 추동하는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 가부장제(patriarchy), 여성혐오(misogyny)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 자체보다는 페미사이드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 등의 국가에서 페미사이드 범죄자를 일반 살인범과 다르게 처벌하고 있지만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페미사이드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CNN, 2022). 
        ○ 따라서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수준의 페미사이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페미사이드 법 제정과 함께 페미사이드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CNN (2021.9.30.)“Explainer: what is femicide and how bad is it globally”. https://www.cnn.com/2021/09/30/world/femicide-explainer-as-equals-intl-cmd/index.html (접속일: 2022.12.7).
        ■ CNN(2022.12.2)“ Shanquella Robinson’s death is being investigated as a femicide. Here is what it means” https://www.cnn.com/2022/11/30/us/shanquella-robinson-femicide-explainer-reaj/index.html (접속일: 2022.12.7).
        ■ Global Americans Report(2020)“Femicide and international women's rights: An epidemic of violence in Latin America.” https://theglobalamericans.org/reports/femicide-international-womens-rights/ (접속일: 2022.12.7).
        ■ Mahalik, J. R., Aldarondo, E., Gilbert-Gokhale, S., & Shore, E.(2005) The role of insecure attachment and gender role stress in predicting controlling behaviors in men who batter.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20 (5), pp.617-631(접속일: 2022.12.11).
        ■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2019)“Global Study on Homicide.” https://www.unodc.org/documents/data-and-analysis/gsh/Booklet_3.pdf. (접속일: 202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