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영국 : 열차 내 여성 전용칸 제안을 둘러싼 논란
        등록일 2017-11-02

        열차 내 여성 전용칸 제안을 둘러싼 논란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한국에서는 작년부터 부산에서 지하철 1호선 여성 전용칸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고,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회적 논의가 영국에서도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국교통경찰청(British Transport Police)BBC Radio 5 Live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내 기차 및 런던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sexual offences)로 접수된 사건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2016-2017기준 조사 결과 약 1,448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열차 내 여성 전용칸 찬반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였다.

        열차 내 여성 전용칸 도입은 노동당(Labour Party) 대표인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2015년 당대표 경선 운동 당시 제안하면서 공론화 된 이슈이다. 그 이후 최근에는 노동당 의원 크리스 윌리엄슨(Chris Williamson)여성 전용칸이 논의해봄직 한 제안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져왔다. 이를 두고 심지어 해당 정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같은 노동당 소속의 스텔라 크리시(Stella Creasy) 의원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여성들의 동선을 제한하는 것이 여성들을 결코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며, 오히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공격(attack)을 정상적인 것처럼 만들어 나갈 뿐이다." 라고 그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성 전용칸 도입을 비판하는 측의 주장은 여성 전용칸이 대중교통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분리시켜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전 교통부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Transport)이었던 로드 아도니스(Lord Adonis)BBC Radio 5 Live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전용칸 방안은 "그야말로 미친 발상(absolutely crazy idea)"라고 묘사하면서 여성들이 오히려 "모욕적으로(insulting)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도 있다.

        또한 노동당 제스 필립스(Jess Phillips)의원은 영국 일간지인 i News에 논평 기고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녀가 여성 전용칸을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로는 "여성들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는 좋은 취지는 이해하나, 지난 몇 십년간 여성들이 성범죄를 일으킬만한 행동을 했다는, 여성을 비난하는 발상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여성들은 옷차림을 단정히 해라, 적당히 술을 마셔라 등등 들어왔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지만, 남성들에게 성적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가르치기 보다는 여성이 어떻게 해야 그 범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문화였다. 가해자 보다는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온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 전용칸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로서 여성을 더듬거나 추행하는 등의 행위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다르거나(other) 낮다고(lesser) 보는 경향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여성을 분리하여 다른 열차 칸에 태우게 하는 것은 여성이 남성과 다른 급(a different class of people)이라고 여기는 생각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Metro에 따르면, 시장여론조사 전문기관 YouGov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약 3,000여 명 중 여성 전용칸 도입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찬성한 비율은 4명중 1명꼴로, 23%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반면 58%의 응답자가 여성 전용칸 도입은 그릇된 제안이며,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먼저 이를 알아서 피해야한다라는 그릇된 방식을 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남녀 비율에 있어서는 여성 전용칸 도입에 찬성한 응답자에서 여성의 비율이 보다 높았다. 그리고 연령에 있어서는 65세 이상 응답자의 37%가 찬성한 반면, 18-24세 응답자에서는 45%가 반대, 13%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비판과 논란이 계속 가열되자, 결국 초기에 제안했던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 마저 시민들이 원하지 않으니 더 이상 이를 제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영국의 지하철에서 여성 전용칸을 만나게 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BBC News (2017), "Labour MP says 'merit' in women-only train carriages," 2017823일자, http://www.bbc.com/news/uk-politics-41020179 (접속일자: 20171021)

        Harley Tamplin (2017), "One in four Brits think our trains should have women-only carriages," Metro 2017823일자, http://metro.co.uk/2017/08/23/one-in-four-brits-think-our-trains-should-have-women-only-carriages-6874097/#ixzz4sb1WTiwp (접속일자: 20171021)

        Jess Phillips (2017), "Women don’t need segregated train carriages we need to be believed," i News 2017823일자, https://inews.co.uk/opinion/comment/women-dont-need-segregated-train-carriages-need-believed/ (접속일자: 20171021)

        Telegraph (2017), "Jeremy Corbyn says no to women-only carriages on trains because 'people don't want them'," 2017824일자, http://www.telegraph.co.uk/news/2017/08/24/jeremy-corbyn-says-no-women-only-carriages-trains-people-dont/ (접속일자: 201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