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네덜란드 : 도심 길거리에 설치된 남성 화장실을 향해 시위한 여성들
        등록일 2017-11-02

        도심 길거리에 설치된 남성 화장실을 향해 시위한 여성들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지난 923, 네덜란드의 주요 다섯 도시(암스테르담, 아인트호벤, 하를렘, 로테르담, 위트레흐트)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여성 친화적 공중화장실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형식은 길거리에서 소변을 보는 흉내를 냈다. 현재 법에 따르면, 길거리나 공공장소와 같은 곳에서 볼일을 보는 경우, 90유로(한화 약 125천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일명 "Power to the Peepee" 라고도 불렸던 이 시위는 2015년 당시 23세의 헤이르테 피에닝(Geerte Piening)이라는 젊은 여성이 겪은 사건을 발단으로 한다. 이 여성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여성용 공중화장실이 없어서 한참을 찾다가 부득이하게 길거리에서 볼일을 보던 중 경찰에게 발각되어 벌금을 문 적이 있는데, 소송을 제기한 결과 지난달 유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본 사건 판결에서 남성이었던 판사는 "남성용 소변기를 사용하는 게 불쾌할 수는 있지만 할 수는 있는 일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남성용 소변기가 있는 공공화장실을 썼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하지만 여론 대다수가 여성이 현실적으로 남성 소변기를 쓰긴 어렵다고 보고, 일부 여성들은 트위터 등과 같은 SNS를 통해 판사의 이런 발언을 몰지각하다고 보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한 여성 시민은 '심지어 그의 아내도 그걸 듣고 비웃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너무 늦은 밤이어서 다른 가게들도 다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녀는 공공장소 곳곳에 남성용 소변기만 설치된 공공화장실들은 여성에겐 신체적으로 이용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본 시위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암스테르담 같이 관광도시로 알려진 곳에서, 여성이 쓸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없다는건 황당한 현실이며, 본인의 사건이 거대한 여성주의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지만, 이 문제가 공론화 된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시위 퍼포먼스 사진들이 게시되었으며, 사진 일부는 '네덜란드 화장실 평등권(Urination Equality in the Netherlands)'라는 제목의 청원서와 함께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 장관(Minister for Education, Culture and Science)에게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에는 현재 약 35개의 남성용 소변기가 설치된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 반면, 여성용 공중 화장실은 3개에 불과하다.

        이번 시위는 한 개인의 사건이 공중화장실 운영 현황이 얼마나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지를 비판하는데 까지 발전한 사례이다. 이번 시위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시 당국이 성별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고 이에 맞춘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가 표현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Dutch News (2017), "Toilet rights for women? Dutch woman fights fine for peeing in public," 2017918일자,

        http://www.dutchnews.nl/news/archives/2017/09/dutch-woman-fights-fine-for-peeing-in-public/ (접속일자: 20171025)

        DW News, "Dutch women protest lack of female-friendly public toilets," 2017923일자,

        http://www.dw.com/en/dutch-women-protest-lack-of-female-friendly-public-toilets/a-40655098 (접속일자: 20171025)

        The Telegraph (2017), "Dutch 'sexism' row after woman is fined for urinating in public," 2017920일자,

        http://www.telegraph.co.uk/news/2017/09/20/dutch-sexism-row-woman-fined-urinating-public/ (접속일자: 2017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