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원고] 아이슬란드 :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 도입
        등록일 2017-11-02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 도입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아이슬란드에서는 작년 1024일 오후 238, 여성들이 직장에서 나와 수천 명이 도심에 모였다. 동일임금을 하루로 환산했을 때 여성들은 오후 238분 이후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대규모 행진은 1975년 처음 일어났으며,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벤치마킹을 하여 남녀 임금격차 철폐 시위를 추진할 만큼 널리 알려져 왔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아이슬란드에서는 또 한 번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아이슬란드에서 지난 4, 세계 최초로 남녀 동일노동 동등임금 인증 제도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본 법안은 내년 1월부터 발효할 예정이며, 25명 이상의 피고용주가 근무하는 공공 및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며, 2008년 제정된 남녀평등지위권익법(the Act on Equal Status and Equal Rights of Women and Men) 내에도 노동 분야에서의 남녀 동등대우 및 임금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남녀동등 임금 내역을 직접 증명하고 정부의 인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표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매년 재무 보고서와 함께 동일임금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동일임금을 실제 이행한 경우 인증(certification)을 받게 된다. 기업들이 받게 되는 감사 결과 보고서는 투명하게 공개되며, 피고용주 및 노동조합 측에도 전달된다. 임금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개인 피고용주들은 보상(compensation)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임금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 해당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아이슬란드는 2022년까지 성별 임금 격차를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본 법안이 통과하기 까지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미 있는 남녀평등법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데, 의무화까지 하는 것은 사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현 아이슬란드의 중보우파 연정도, 야당 측도 지지하여 통과했으며, 의회의 약 50%가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평등장관(Minister of Social Affairs and Equality)인 솔스테인 비글륀손(Thorsteinn Viglundsson)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감스럽게도 성별 임금 격차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평등은 기본 인간의 권리이며, 남녀는 직장에서 평등한 기회를 누려야 하고, 이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 언론사 i News에 따르면, 솔스테인 비글륀손 장관은 "기업들은 본 제도에 반대했으나, 남녀임금격차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체계적인 절차를 공고화함으로써, 결국 기업들은 감사를 받기 전에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고자 할 것이다."라고도 언급 하였다.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매년 발표하는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연속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하였는데,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 참여 및 기회 분야 중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표에서는 11위로 나타난 바 있다. 대규모 시위에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 남녀 임금 격차 문제가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인구 약 33만 명의 매우 작은 국가인데다, 사회 및 경제적 구조에 있어 한국과는 많은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이 바로 위와 같은 사례를 접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국가 고유의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남녀 임금 평등을 제도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점만큼은 현재 남녀 임금격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BBC (2017), "Iceland set to tackle gender pay gap with world's toughest law," 201745일자,

        http://www.bbc.com/news/world-europe-39501616 (접속일자: 2017919)

        Heather Saul (2017), "Iceland to become first country in the world to make companies prove equal pay by law," i News 201738일자,

        https://inews.co.uk/essentials/news/world/iceland-become-first-country-world-make-companies-prove-equal-pay-law/ (접속일자: 2017919)

        Nanna Arnadottir (2017), "Fair Pay, Fair Play: Closing The Gender Wage Gap In Iceland," The Reykjavik Grapevine, 2017618일자, https://grapevine.is/mag/articles/2017/06/18/fair-pay-fair-play-closing-the-gender-wage-gap-in-iceland/ (접속일자: 2017919)

        The Guardian (2017), "Iceland to enshrine equal pay for women and men in law," 201745일자,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7/apr/05/iceland-equal-pay-women-men-law (접속일자: 2017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