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캐나다 : Bill 62와 여성
        등록일 2017-11-02

        Bill 62와 여성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오늘은 최근 캐나다 사회에서 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퀘백주의 새로운 정책을 하고 이 정책을 어떻게 캐나다 사회가 젠더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살펴고자 한다. 지난1018일 퀘백 주의회는 공무원, 그리고 공공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그들의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는 법안 Bill 62 를 통과시켰다. 법안은 퀘백 주의 종교적 중립성 (religious neutrality) 을 수호하고자 하는 그 목적을 천명하면서, 공공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서비스를 받는 장소, 예컨대 관공서, 병원이나 버스에서는 베일로 얼굴을 가릴 수 없도록 규정 하고 있다. 무슬림 남성들은 터번을 착용할 뿐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무슬림 인구, 정확히 말 해 종교적 혹은 문화적인 이유로 얼굴 일부나 전체를 가리는 니캅(niqab) 이나 부르카 (burqa)를 착용하는 여성들을 타켓으로 하는 것이다.

        퀘백주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정착한 지역으로서, 영국계 정착민들이 지배하는 캐나다로부터 분리 독립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80년대 까지도 거셌다. 퀘백의 프랑스계 주민들은 불어를 비롯한 프랑스의 문화적 전통과 정치적 세속주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독특한 공동체를 유지하려 노력 해 왔는데, 최근 캐나다로 유입되는 무슬림 민자들의 70퍼센트가 퀘백으로 집중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Bill 62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과 위기감이 누적되었다가 분출된 결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해당 법안에 대한 캐나다 사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퀘백주의 몬트리올의 경우 시정부가 해당 법안을 거부 하고 있고 여론 또한 비판적이다. 여론의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천 번째는 기본권에 초점을 둔 비판이다. , 해당법이종교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함으로써 캐나다 헌법과 인권헌장에 반한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반응은 해당 법안을 젠더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 Bill 62는 단순히 다문화나 이민자들에 관한 이슈라기보다는 어떻게 캐나다 사회에서 여성의 몸이 정치적 상징 투쟁에 이용되는가, 또한 이 과정에서 어떻게 여성이 타자화 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이다. 이 관점은 캐나다를 비롯한 서구 사회가 베일을 쓴 무슬림여성을 어떻게 그들의 왜곡된 시각에서 이해하는지 에서부터 비판을 시작. 다양성을 국가의 강점으로 생각하는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의 모든 도시에서 베일을 착용한 여성을 보는 것은 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여성들을 보는 캐나다인들의 시선은 서구 남성의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캐나다 사회에서 무슬림 여성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이국적인 성적 대상 아니면 가부장적 종교에 억압된 여성 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로 대표되며, 이렇게 타자화된 무슬림 여성들은 손쉽게 캐나다 사회에 동화되기를 거부하는 무슬림 커뮤니티의 상징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할 때는 얼굴을 가릴 수 있지만 의사를 만날 때는 얼굴을 가릴 수 없으며 버스를 탑승할 때 조차 얼굴을 보였다가 좌석에 앉은 후 다시 베일을 착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매우 세세하게 여성의 행동을 규제하는 Bill 62 는 따라서 이민자 통합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떻게 국가가 서구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선택권을 빼앗고 여성의 몸을 규율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다.

        Bill 62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뤼도 (Jutin Trudeau) 또한 여성의 무엇을 입는지는 정부가 상관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퀘백 주정부는 사안을 종교적 중립성의 문제로 포장하려 했지만 수상은 이를 여성의 문제로 보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Bill 62를 둘러싼 시민사회 내의 논쟁과 연방, 주 정부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The Globe and Mail, How Will Quebec’s Bill 62 works? What we know (and don’t) so far

        (https://beta.theglobeandmail.com/news/national/quebec-bill-62-explainer/article36700916/?ref=http://www.theglobeandmail.com&)

        Toronto Star, Talk to the veiled woman and let der decide

        (https://www.thestar.com/opinion/commentary/2017/10/25/talk-to-the-veiled-woman-and-let-her-decide.html)

        The Star, Quebec’s face-covering bill unites rivals who together question the government’s competence: Hebert

        (https://www.thestar.com/news/canada/2017/10/25/quebecs-face-covering-bill-unites-rivals-who-together-question-the-governments-competence-hber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