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육아휴직 및 배우자출산휴가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제안과 논의
        등록일 2018-10-12

        스위스, 육아휴직 및 배우자출산휴가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제안과 논의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그동안 스위스에서는 출산 및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여러 차례 정책적 논의가 진행된 바 있는데, 올 하반기 스위스 가족정책위원회(Federal Commission for the Coordination of Family Affairs, COFF, 이하 위원회)에서 이와 관련된 정책제언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사회적 환기를 이끌어냈다. 1995년 설립되었으며, 행정적으로는 내무부(Federal Department of the Interior, DFI)소속이다. 가족정책위원회(COFF)는 1년에 약 4-5회 모여 논의하고 가족정책 관련 정책적 입장을 표명한다.
        • 이번 원고에서는 스위스 가족정책위원회의 육아휴직 관련 정책제언과 작년에 국민들이 직접 발의한 배우자출산휴가 도입안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 위원회는 스위스 연방정부의 내각이라고 할 수 있는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에게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책 제언을 제공하는 자문위원회로, 노동, 사회복지, 교육, 법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하나의 독립된 조직이다.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스위스의 집합적 국가 원수체제이자 행정의사결정 조직으로, 의회 상·하원 의원에서 선출된 7명의 내각장관(임기 4년)이 연방평의회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7명의 위원들 중 연방의회에서 매년 1명을 선출하여 1년 임기로 연방평의회 의장이자 스위스 연방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 지난 8월 20일, 위원회에서는 총 38주의 남녀 육아휴직 제도를 제안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여성은 14주, 남성은 8주 보장하고 나머지 16주는 양측 부모가 상의하여 서로 나눠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본 육아휴직안은 자녀 출산 이후 첫 3년 이내 사용하고, 일부 추가 요건을 마련 및 심사한 뒤 임금의 80퍼센트를 육아휴직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 위원회는 절반가량의 OECD 회원국들이 평균 최소 43주정도의 육아휴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스위스가 다른 선진국들의 육아휴직 제도보다 뒤처져있다고 지적하면서, 부모의 육아휴직은 가족의 안녕과 양성평등 가치 실현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현재 스위스에서는 육아휴직(parental leave)에 대한 법률 조항이 부재하다. 남성의 배우자출산휴가(paternity leave)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의 출산휴가(maternity leave) 부분만 헌법에서 여성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는데, 출산하는 경우 전일제(full-time), 시간제(part-time) 근로형태와 관계없이 여성은 최대 14주 출산휴가를 보장받으며 임금의 80퍼센트를 일일수당(daily allowance) 형태로 지급받는다. 남성은 배우자가 출산하는 경우, 개인의 고용형태나 기업에 따라 상이하긴 하나 대개 1일이나 2일 남짓의 휴가를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가족정책위원회의 엘리사베스 젬프(Elisabeth Zemp) 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제안한 육아휴직 제도가 실시될 경우 1년에 약 10~15억 프랑(한화 약 1조 7천억 원~1조 7천 5백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육아휴직 활성화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약 1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 창출로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부모 양측이 공유하는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직원 이직률(staff turnover)도 낮아지고, 엄마가 된 여성이 출산, 자녀 양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경력이 단절되면서 발생하는 개인적, 사회적 손실도 감소할 것이라고 보았다.
        • 남성의 배우자출산휴가, 즉 부성휴가(paternity leave)에 대해서는 작년에 스위스 국민들이 직접 발의한 바 있으며, 연방의회에 상정되어 있다. 본 발의는 스위스 노동조합 총연맹(Travail Suisse), 여성단체 Alliance F, 남성단체 männer.ch, 가족 관련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Pro Familia Suisse가 주도하여 남성의 자녀 출산 이후 1년 이내 4주 유급 휴가를 법적으로 명문화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약 12만여 명의 스위스 국민들이 서명했다. 현재 본 발안은 의회에서 검토 중이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로서, 입법이나 정책 방향 안건에 대한 의무적 또는 선택적 국민 투표(referendum)와 국민 발의(popular initiatives)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스위스 유권자 개인 또는 집단은 18개월 이내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
        • 그러나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에서는 작년 10월, 위와 같이 남성의 4주 유급휴가를 도입하게 되면 연간 약 4억 2천만 프랑(한화 약 49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이는 사회의 경제적 부담과 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연방의회에서 본 발안을 부결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남성의 부성휴가는 고용주의 개별적인 결정에 따라 실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더불어 부성휴가 자체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정부에서 우선순위를 둬야할 부분은 아동 돌봄과 같은 서비스 확대라고 언급했다. 이후 현재까지 연방의회에서는 아직 본 국민발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 사실 이번 위원회의 공식 제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작년 국민 발의된 제안도 실제로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본 이슈에 대한 정책제안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겠으나, 제도적 성과로 연결될 때 보다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성의 육아휴직 및 배우자출산휴가 제도가 스위스에서 어떻게 정착하고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볼 만하다.

         

        • 참고자료
        1. Federal Commission for the Coordination of Family Affairs 공식 웹사이트, https://www.ekff.admin.ch/fr/la-coff/la-commission/(접속일자: 2018년 10월 14일)
        2. Reuters(2017), "Back to work, dad: Swiss government opposes paternity leave," 2017년 10월 18일자, https://www.reuters.com/article/us-swiss-fathers/back-to-work-dad-swiss-government-opposes-paternity-leave-idUSKBN1CN26J(접속일자: 2018년 10월 14일)
        3. The Local(2017), "Paternity leave initiative moves closer to public vote in Switzerland," 2017년 6월 5일자, https://www.thelocal.ch/20170605/paternity-leave-initiative-moves-closer-to-public-vote-in-switzerland(접속일자: 2018년 10월 14일)
        4. The Local(2018), "Government comes out against paternity leave proposal," 2018년 6월 1일자, https://www.thelocal.ch/20180601/government-comes-out-against-paternity-leave-proposal(접속일자: 2018년 10월 14일)
        5. The Local(2018), “Switzerland's new 38-week parental leave proposal: what you need to know,” 2018년 8월 21일자,https://www.thelocal.ch/20180821/switzerlands-new-38-week-parental-leave-proposal-what-you-need-to-know(접속일자: 2018년 10월 14일)
        6. The Swiss Authorities 공식 웹사이트, "Maternity leave," https://www.ch.ch/en/maternity-leave/ (접속일자: 2018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