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의 스웨덴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등록일 2018-10-05

        지난 4년 동안의 스웨덴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김연진 스웨덴 룬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지난 2014년 집권에 성공한 스웨덴 진보연합 정부는 세계 최초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정부로 명명하고, 외교에서도 페미니즘 가치를 내세워 전 세계를 상대로 양성평등 정신을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23일 스웨덴 외교부는 일명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을 정리한 자료를 출간했다. 보고서에서는 지난 4년간의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의 핵심 가치를 정리하고 스웨덴이 추구하는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외교는 2014년 마르고트 발스트렘(Margot Wallström)이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발스트렘 장관은 스웨덴 정당 간 외교 정책 태도의 미미한 차이를 지적하며, 앞으로의 외교 정책은 페미니즘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을 약속했다.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은 크게 네 가지 측면을 강조한다. 권리, 대표성, 자원의 분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현실성이다. 이 네 가지 측면을 토대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① 인권의 최대 향유, ②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으로부터의 해방, ③ 갈등의 예방 및 해결과 분쟁 이후의 평화 구축을 위한 참여, ④ 사회 제반 영역에 대한 정치적 참여, ⑤ 경제적 권리와 임파워먼트 증진, ⑥ 성과 생식 건강 및 권리 신장을 실행계획으로 수립하여 이행되었다.
        • 다양한 정책들 가운데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진행된 위키갭(WikiGap) 행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웨덴 외교부는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콘텐츠 편집자의 90%가 남성인 사실에 주목했다. 많은 사람이 온라인을 통해 시시각각 정보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접근 가능한 정보의 성 편향성 혹은 성 불평등은 쉽게 간과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각지의 스웨덴 대사관들과 위키미디어 지부,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하여 에디터톤(edit-a-thon)* 이벤트를 기획했다. 스웨덴, 인도네시아, 이집트, 콜롬비아 등 약 50여 개국에서 1,600여 명이 30개의 언어로 본 이벤트에 참여했다. 첫 석 달 동안 여성과 관련된 콘텐츠는 약 4,000개 이상 증가하고, 해당 글의 조회 수도 총 5백 만을 넘어섰다.
        • 긍정적인 남성성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외교부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입장에서도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 예로 콩고민주공화국에 주재한 스웨덴 대사관은 UN Women과 함께 콩고 남성성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소년과 청년 남성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양성평등을 위한 소년 및 성인 남성의 역할’에 대한 에세이 경연, 진정한 남성(un vrai homme)이라는 주제로 사진 경연 등을 개최하였다. 2017년 한국에서도 개최되었던 스웨덴 아버지들의 육아휴직 사진전 역시 페미니스트 외교의 한 일환으로, 이들은 강한 여성성에 대한 강조를 넘어 좀 더 긍정적인 남성성에 대한 문화적 담론 형성에도 앞장서 왔다.
        • 그러나 스웨덴 외교부의 행보에 칭찬과 격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위키갭 행사의 경우, 이미 모든 전 세계인은 젠더와 상관없이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고 편집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여성들을 불러 모아 글을 쓰게 할 필요성이 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현 페미니스트 정부의 외교 정책이 지난 정부의 외교 정책과 과연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페미니스트 자체가 가진 부정적 어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매우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 외교 분야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교부 장관이 2015년 여성 인권이 낮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민주주의와 처벌 제도를 직접 비판해 양국 간의 외교 갈등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스웨덴 외교부의 선구적 행보를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한 교수는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외교의 의의를 특정한 프로그램이나 노력에서 찾기보다는, 외교 자체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해준 데 있다고 보았다.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에 대한 격려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곧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그동안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방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다. * 편집을 뜻하는 영어단어 Edit과 마라톤(Marathon)의 혼성어로, 사람들이 모여 특정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쓰고, 편집하는 행사를 의미한다.

         

        • 참고자료
        1. Local(2018, Aug 23). How to get your own feminist foreign policy: Sweden launches handbook. Retrieved from https://www.thelocal.se/20180823/how-to-get-your-own-feminist-foreign-policy-sweden-launches-handbook
        2. Nathalie Rothschild(2018, Mar 6). Government's feminist Wikipedia project faces criticism. Retrieved from  https://sverigesradio.se/sida/artikel.aspx?programid=2054&artikel=6897434
        3. Sveriges Radio(2014, Oct 3). Utrikesministern: "Ska föra en feministisk utrikespolitik." Retrieved from https://sverigesradio.se/sida/artikel.aspx?programid=93&artikel=5981612
        4. Utrikesdepartementet(2018). Handbok Sveriges feministiska utrikespolitik. Retrieved from https://www.regeringen.se/4a4753/contentassets/25cdff346017489ca22bd55e74de22c4/handbok_sveriges-feministiska-utrikespolitik.pdf
        5. WikiGap 행사 홈페이지 http://www.swemfa.se/wikig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