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절반 이상, “미투 1년,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등록일 2018-10-29

        독일인 절반 이상, “미투 1년,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채혜원 독일통신원

        •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수십 건의 피해 경험 고발이 이어진 ‘미투(#MeToo)’ 운동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미투’ 운동은 영화계 외에도 다른 영역으로 이어졌으며, 지금도 직장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의 피해 경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 1년, 직장과 사적 영역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 변화는 과연 긍정적인가?
        • 이에 대해 독일 언론‘슈피겔(SPIEGEL)’은 ‘미투’ 1년 이후 무엇이 변화했는지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독일 여론조사기관 ‘Civey’와 함께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9일까지 5,000명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독일 언론은‘미투 논의(#MeToo-Debatte)’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물었다. 독일에서는 지난 2월, 영화 및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500명 이상의 여성으로 구성된 ‘Pro Quote Film’ 총회가 열렸으며 이들은 ‘공적인 계약과 보조금 지원’, ‘공영방송과 영화 기금 관련 기관, 영화학교 등 여러 기관과 위원회’, ‘공공방송사 및 관리직책’ 등의 영역에 50% 여성 할당제를 주장하고 있다. 독일에서 이처럼‘미투’운동이 영화 및 미디어 영역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게 일어나지 않았다.
        • ‘슈피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일 독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답했다. 그 결과 독일인의 2/3가 ‘미투’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미투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한 여성 독자는 “내 전문 분야인 정신과학 분야에서는 미투 운동으로 인한 변화가 거의 없다.”며 “성차별,  그중에서도 여성의 능력을 부정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슈피겔은 이에 대해 독일 노동 시장 내 높은 경쟁 풍토 때문에 특히 동일 직급의 동료 사이에서 성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긍정적인 답변도 있다. 컨설턴트 회사 리더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 독자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리더십 위치에 있는 남성들의 행동”이라고 전했다. 이 독자는 미투 운동 이후, 리더십 직군의 남성은 여성 직원과의 개별적인 대화를 피하고 있으며 미팅을 가질 때도 유리로 된 공간이라 밖에서도 안이 다 보이는 곳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설문조사를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투’ 운동이 사적 영역보다는 직장 영역에 좀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투 운동이 직장에서의 성희롱을 줄였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17.4%(‘물론이다’ 2.9%, ‘그렇다’ 14.5%)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응답자의 절반인 50.4%(‘아니다’ 32.4%, ‘절대 아니다’ 18%)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와 달리 사적 영역의 성희롱이 줄었는가를 묻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56.2%(‘아니다’ 34.7%, ‘절대 아니다’ 21.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은 10.7%(‘물론이다’ 1.8%, ‘그렇다’ 8.9%)에 그쳤다(‘슈피겔’ 보도를 보면 ‘사적 영역에서의 성희롱’에 대해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직장 영역이 아닌 개인적인 일상 영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미투’토론에 대해 남녀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보다 남성이‘미투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이 논의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미투’운동이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묻는 의견에는 남녀가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큰 의견 차이를 보인 것은 성별이 아니라 ‘나이’였다. 18세에서 39세 사이의 젊은 사람들은 더 자주 ‘미투’ 논의를 이끌어갔으며, 이들은‘미투’이슈에 대한 토론으로 개선된 문제는 없다는 의견이 강했다.
        • 예를 들어 ‘미투’ 토론이 사적 영역에서의 성희롱을 줄였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 항목에, 18세에서 29세 사이 연령 그룹은 6.9%만이‘그렇다’고 답했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답변이 63.9%(‘아니다’ 35.3%, ‘절대 아니다’ 28.6%)에 달했다. ‘모르겠다’는 답변은 27%였다. 반면 65세 이상 연령 그룹은 ‘모르겠다’는 답변이 36.6%로 가장 많았고, 사적 영역 내 성희롱이 줄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51.5%(‘그렇지 않다’ 35.1%, ‘전혀 그렇지 않다’ 16.4%)였다. ‘미투’ 토론이 사적 영역에서의 성희롱을 줄였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65세 이상 독자는 11.9%다.
        • 이어 ‘미투’로 인해 직장 내 성희롱이 줄었다고 답한 65세 이상 독자는 10.2%였으며, 51.5%(‘아니다’ 35.1%, ‘절대 아니다’ 16.4%)의 응답자는 ‘미투’ 운동이 직장 성희롱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18세에서 29세 사이 독자의 경우, 응답자의 16.3%가 “성희롱이 줄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53.7%(‘아니다’ 29.6%, ‘절대 아니다’ 24.1%)는 직장 내 성희롱이 줄지 않았다고 답했다.
        • 한편 ‘슈피겔’은 독자 개인 경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여성 독자들이 ‘미투’ 운동 이후 여전히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한 여성 독자는 “남자들은 ‘미투’ 운동 이후에도 계속 부적절한 태도를 취하며 ‘이 정도는 괜찮지?’와 같은 문제 인식 없는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독자는 “예를 들어 보고서를 쓸 때 미투 이슈를 들먹이며 과장해서 작성하는 등 ‘미투 운동’을 웃음거리로 삼아 의식적으로 여성을 괴롭히는 일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 참고자료
        1. 독일 슈피겔 기사(접속일 : 2018년 10월 15일) http://www.spiegel.de/karriere/metoo-fuer-die-meisten-deutschen-hat-die-debatte-wenig-bewirkt-zeigt-eine-spiegel-umfrage-a-12316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