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학생에 대한 복장 규정 적용, 성차별 논쟁으로 확산
        등록일 2018-11-26

        캐나다, 여학생에 대한 복장 규정 적용, 성차별 논쟁으로 확산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북미에서 최근 몇년간 이어지고 있는 드레스코드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11월 캐나다 뉴브런즈윅주의 페레더릭턴시(Fredericton, New Burnswick) 소재의 성 토마스 대학(St. Thomas university) 학내 헬스클럽에서 크롭탑 (배꼽이 노출되는 짧은 상의)를 입은 여학생에게 남성 직원이 시선을 끄는(distracting) 의상은 부적절하다며 대학에서 크롭탑을 금지하는 규정을 논의 중이니 앞으로는 크롭탑을 입고 헬스클럽 시설을 이용하지 말라고 학생에게 무안을 주며 경고한 사건이었다. 부당한 수모를 당했다고 느낀 해당 학생은 곧장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학생들은 옆구리가 보이는 민소매를 입거나 아예 상의를 입지 않고서도 교내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반면 여성에게는 무엇이 적절하고 무엇이 부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강요한다며 본 사건을 제기하였다. 이 포스트가 빠르게 퍼져나가며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대학 당국은 교직원이 학생에게 무안을 준 것에 대해 부적절한 대응이었음을 인정하며 해당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당국은 교내 헬스클럽에서의 드레스코드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운동기구를 땀에 오염되지 않게 하기 위한 공중보건 차원의 논의이지 특정 성 관련(gender specific) 의상 제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캐나다에서 복장 규정, 특히 여학생의 복장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산발적으로 여학생들이 성차별적인 교내 의상규정에 대해 집단적으로 저항해 왔다. 올해 온타리오(Ontario)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감이 남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실에서 여고생들을 일어서게 해 치마 길이를 점검하였다. 학생들은 미투(#MeToo) 해시태그로 공유, 여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준 것에 대해 학교 측의 공개 사과를 받아낸 사건이 있었다. 2015년에도 이른바 “크롭탑의 날”에, 토론토의 한 고등학생이 민소매에 허리가 드러나는 상의를 입고 등교하여 교장실에서 “의상이 부적절하며 브라를 입은 것 같다”는 질책 받은 내용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린 후, 토론토 각지에서 고등학생들이 단체행동의 의미로 일제히 크롭티를 입고 등교하여 여성의 몸에 대해 남성의 시선에서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시도에 공개적으로 저항한 바 있다. 이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크롭탑과 민소매 등에 항의 메시지를 적고 소셜미디어에 해당 사건을 공유한 학생의 학교로 모여 토론토 교육청으로 행진하며, 레깅스는 너무 꽉 낀다는 이유로, 민소매와 짧은 치마는 신체가 과도하게 드러난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출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킨다는 논리 또한 성적 충동을 절제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문제를 여학생들에게 부당하게 전가한다는 주장을 언론을 통해 펼쳤다.
        • 이렇게 최근 학생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변화는 더디다. 캐나다 학교의 복장 규정은 대부분의 주에서 관할 교육청(District school board)에서 정하는 매우 개략적인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개별 학교 교장이 지역 정서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별 학교 교장이 재량껏 세부적인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변화하는 학생들의 인식과 달리 수년간 복장 규정이 그대로인 곳이 많다.
        • 그런데 올해 5월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British Columbia) 교육청(the Greater Victoria school board)의 경우 복장을 둘러싼 개별학교들의 규정을 통괄하는 상위 규칙을 강화하기로 하였는데, 이 상위 규칙들에 의상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 표현(individual expression of identity)임을 명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2016년부터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16개 공립학교들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것이며 매년 검토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의 개별 학교들은 학교에서의 복장을 일관되게 규율하는 상위 차원의 규정에 근거하여 복장을 규율하게 되며, 특히 여학생들에게만 더 엄격한 복장 규정을 들이대지 않도록 하는 성평등 원칙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 교육청 측은  교육청 수준에서 개인이 무엇을 입을 수 있고 없고를 정하는 것은 성평등의 원칙과  특정 그룹(인종, 성별,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 금지의 원칙, 그리고 약물이나 음주를 부추기는 표현 금지의 원칙은 반영될 것이라 밝혔다.

         

        • 참고자료
        1. The Globe and Mail, Ontario high-school incident highlights dress code tensions in the age of #MeToo, https://www.theglobeandmail.com/canada/article-ontario-high-school-incident-highlights-dress-code-tensions-in-the-age/
        2. The Star, Toronto students organize ‘Crop Top Day’ to protest dress codes, https://www.thestar.com/yourtoronto/education/2015/05/26/toronto-students-organize-crop-top-day-to-protest-dress-codes.html
        3. Times Colonist, Rules eased in new schools dress code, https://www.timescolonist.com/news/local/rules-eased-in-new-schools-dress-code-1.23286396
        4. CTV News, Dress codes a contentious issue for some parents as school years begins, https://toronto.ctvnews.ca/dress-codes-a-contentious-issue-for-some-parents-as-school-year-begins-1.3561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