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및 양육 관련 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탈리아 여성들
        등록일 2018-12-28

        이혼 및 양육 관련 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탈리아 여성들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의회에 상정 중인 이혼 및 양육 관련 법 개정안은 극우정당인 이탈리아 북부리그(Lega Nord-Italia Federale) 소속 상원의원 시모네 필런(Simone Pillon)이 발의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양육책임을 함께 지게 하는 법적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필런(Phillon)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 개정안은 부모는 법원에 오기 전에 먼저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해 함께 합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탈리아는 2006년 공동양육권법을 도입했으나, 실제로 양육권을 갖는 쪽은 여성이고 남성은 양육비를 지급하는 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개정안의 주요 골자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녀를 둔 경우 부모는 이혼에 앞서 조정(mediation) 절차를 무조건 거쳐야 한다. 조정절차는 반드시 전문 조정인(professional mediator)을 통해 진행해야 하며, 자녀의 거주, 교육, 휴가 등 양육 전반에 대한 계획을 작성해야 하는데, 자녀가 부모 양측과 한 달에 각 최소 12일을 보내야 하고 자녀는 부모 어느 한쪽의 거주지가 아닌 양측 거주지 상에 거주 등록이 돼야 한다. 그리고 기존 매월 고정 금액을 지급하던 양육비를 폐지하고, 자녀를 실제로 만나 자녀에게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로 대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 조정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은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또한 만약 자녀에게 전 배우자 험담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경우, 양육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게 된다. 이는 양친 중 한 쪽이 전 배우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서 자녀가 반감을 갖고 거부하게끔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부모따돌림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 개념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985년 미국의 한 심리학자에 의해 제기된 이 이론은 오랜 기간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 이번 개정안에 대해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 60여개 도시에서 여성단체를 포함한 수천 명의 시민들은 지난 11월 10일, 반대 시위를 개최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이탈리아 여성대상폭력 철폐를 목표로 조직된 여성단체연합 네트워크인 Italy Women Against Violence Network(Donne in Rete contro la violenza, D.i.Re) 대표 렐라 팔라디노(Lella Palladino)는 “이번 개정안은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자 입장에 처한 경우 이를 벗어나기 더 어렵게 만들 것이며 폭력을 휘두르는 배우자로부터 자녀를 분리하고 보호하는 것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시위 외에도, Italy Women Against Violence Network(D.i.Re)에서 추진한 개정안 반대 청원에는 1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한다. 또한 가족 관련 법 전문 변호사이자 여성운동가, 또한 46여개 유럽 국가 내 140개 이상의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Women Against Violence Europe (WAVE) 이탈리아 지부 임원을 맡고 있기도 한 마르첼레 피로네(Marcelle Pirrone)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문제를 전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개정안이다. 폭력 피해를 겪고 있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인 배우자와 논의하며 조정을 거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이번 개정안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법안이다. 여성이 스스로 이혼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가정폭력 피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라고도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여성대상 폭력 및 살인 비율이 높은 국가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 Istat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49명의 여성이 살인을 당했는데, 59명이 당시 배우자, 17명이 전 배우자, 33명이 가족 구성원, 9명이 지인에게 당한 것이라고 한다.
        • 두브라브카 쉬모노비치(Dubravka Simonovic) UN 여성폭력철폐 특별 보고관(United Nations Special Rapporteur on violence against women)은 이탈리아 정부 측에 공식서한을 통해 개정안이 성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고 여성의 인권이 퇴보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법적 보호망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게 되었고, 루이지 디 마이오(Luigi Di Maio) 부총리(Deputy Prime Minister)는 개정안이 여성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개정안 수정을 거치기 전에는 통과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 의회에서 향후 내려질 결정과 더불어, 만약 조항을 수정하게 된다면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자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자료
        1. DW (2018), "Italian feminist activists take on the government," 2018년 11월 24일자, https://www.dw.com/en/italian-feminist-activists-take-on-the-government/a-46423924 (접속일자: 2018년 12월 20일)
        2. Independent (2018), "Italy’s divorce law reforms endanger domestic violence victims and pose grave threat to women’s rights, prominent lawyer warns," 2018년 11월 15일자, https://www.independent.co.uk/news/uk/home-news/italy-divorce-law-reforms-domestic-violence-victims-simone-pillon-protests-a8635806.html (접속일자: 2018년 12월 20일)
        3. The Local (2018), "Why activists believe Italy's divorce reforms would be terrible for women and children," 2018년 11월 12일자, https://www.thelocal.it/20181112/no-pillon-italy-divorce-reforms-protests-women (접속일자: 2018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