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스위스, 남녀임금평등법 의회 통과
등록일	2019-01-15
스위스, 남녀임금평등법 의회 통과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지난 12월, 스위스 의회에서 스위스 헌법에 남녀평등임금 실현을 위한 새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이는 스위스 내 100명 이상의 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걸음 진보한 제도적 성과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남녀 모두 평등하게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규범적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구체적인 시행방법과 제도적 기반은 부재했다. 또한 1995년 제정된 양성평등법(Gender Equality Act)에서도 고용, 임금, 승진 등의 일련의 과정에 있어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였지만,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었다. 따라서 이번 남녀임금평등법을 통해 실질적인 임금평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과 기대가 크다. 스위스 연방내무부(Federal Department of Home Affairs) 산하 양성평등국(Federal Office for Gender Equality)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18.1% 가량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이는 평균 한 달에 약 1,412 프랑(한화 약 160만원) 정도에 이르는 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통계기준). 양성평등국에서 내부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남녀 임금격차 발생 이유의 약 42%는 객관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unexplained) 요소로 인한 것이고, 여기에는 잠재적으로 성별 차이에 기반을 둔 차별(gender-related pay discrimination)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나머지 58%는 설명 가능한 요소인데, 근속연수, 직급, 근로 분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남성에 비해 여성이 높은 수준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나 높은 직급에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여성은 저숙련 또는 저임금 노동에 분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내 성별임금격차는 공공분야, 민간분야 양 쪽 모두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민간분야(private sector)에서의 남녀임금격차는 평균 약 19.5% (약 1,495프랑, 한화 약 170만 원) 수준이었으며, 공공분야(public sector)의 경우는 16.6% (약 1,457프랑, 한화 약 16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각 직업 분야별, 지역별로 성별 임금 격차 수준은 조금씩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법안은 처음 의회에 상정된 이후 3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하원에서 99명 찬성, 88명 반대, 4명 기권으로 통과되었다. 상원에서는 2018년 5월 이미 통과됐었지만 하원에서 반년 넘게 난항을 겪었다. 가장 진통을 겪었던 부분은 바로 남녀임금격차 조사를 의무화하는 기업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보수정당들은 본 법안에 반대하면서, 특히 소규모 기업들에게는 행정적 부담을 안겨주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위스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에서 제안한 이전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해당 기업들은 모두 4년마다 임금 평등성 분석을 실시해야한다고 제안했던 내용이, 보수정당의 반대로 결국 이전 조사에서 남녀 임금이 평등한 것으로 나타난 기업은 이후 다시 조사 및 공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도록 수정되었다. 이번 남녀임금평등법이 통과되기에 앞서 하원에서 심의를 앞둔 작년 9월에는 수도 베른(Bern)에서 약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남녀임금평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시민들은 거리를 행진하면서 남녀평등,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스위스 최대 노동조합인 우니아(Unia) 및 일부 단체들은 임금차별을 당한 여성 근로자는 그동안 차별당한 만큼 소급 적용된 급여를 받거나, 조사 결과 남녀평등임금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 법적 기반이 향후 스위스 사회 내 남녀임금격차 문제 해결에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Federal Office for Gender Equality 공식 웹사이트, "Equal Pay Platform,” https://www.ebg.admin.ch/ebg/en/home/topics/work/equal-pay.html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Federal Statistical Office 공식 웹사이트, "Wage Gap,” https://www.bfs.admin.ch/bfs/en/home/statistics/work-income/wages-income-employment-labour-costs/wage-levels-switzerland/wage-gap.html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Swiss Info (2018), "Swiss parliament passes salary equality law,” 2018년 12월 4일자, https://www.swissinfo.ch/eng/politics/equal-pay-for-equal-work_swiss-parliament-passes-salary-equality-law/44592792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The Local (2018), "20,000 march for wage equality in Switzerland,” 2018년 9월 23일자, https://www.thelocal.ch/20180923/20000-march-for-wage-equality-in-switzerland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스위스, 남녀임금평등법 의회 통과

등록일

2019-01-15

스위스, 남녀임금평등법 의회 통과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지난 12월, 스위스 의회에서 스위스 헌법에 남녀평등임금 실현을 위한 새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이는 스위스 내 100명 이상의 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걸음 진보한 제도적 성과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남녀 모두 평등하게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규범적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구체적인 시행방법과 제도적 기반은 부재했다. 또한 1995년 제정된 양성평등법(Gender Equality Act)에서도 고용, 임금, 승진 등의 일련의 과정에 있어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였지만,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었다. 따라서 이번 남녀임금평등법을 통해 실질적인 임금평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과 기대가 크다.
스위스 연방내무부(Federal Department of Home Affairs) 산하 양성평등국(Federal Office for Gender Equality)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18.1% 가량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이는 평균 한 달에 약 1,412 프랑(한화 약 160만원) 정도에 이르는 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통계기준). 양성평등국에서 내부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남녀 임금격차 발생 이유의 약 42%는 객관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unexplained) 요소로 인한 것이고, 여기에는 잠재적으로 성별 차이에 기반을 둔 차별(gender-related pay discrimination)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나머지 58%는 설명 가능한 요소인데, 근속연수, 직급, 근로 분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남성에 비해 여성이 높은 수준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나 높은 직급에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여성은 저숙련 또는 저임금 노동에 분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내 성별임금격차는 공공분야, 민간분야 양 쪽 모두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민간분야(private sector)에서의 남녀임금격차는 평균 약 19.5% (약 1,495프랑, 한화 약 170만 원) 수준이었으며, 공공분야(public sector)의 경우는 16.6% (약 1,457프랑, 한화 약 16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각 직업 분야별, 지역별로 성별 임금 격차 수준은 조금씩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법안은 처음 의회에 상정된 이후 3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하원에서 99명 찬성, 88명 반대, 4명 기권으로 통과되었다. 상원에서는 2018년 5월 이미 통과됐었지만 하원에서 반년 넘게 난항을 겪었다. 가장 진통을 겪었던 부분은 바로 남녀임금격차 조사를 의무화하는 기업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보수정당들은 본 법안에 반대하면서, 특히 소규모 기업들에게는 행정적 부담을 안겨주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위스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에서 제안한 이전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해당 기업들은 모두 4년마다 임금 평등성 분석을 실시해야한다고 제안했던 내용이, 보수정당의 반대로 결국 이전 조사에서 남녀 임금이 평등한 것으로 나타난 기업은 이후 다시 조사 및 공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도록 수정되었다.
이번 남녀임금평등법이 통과되기에 앞서 하원에서 심의를 앞둔 작년 9월에는 수도 베른(Bern)에서 약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남녀임금평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시민들은 거리를 행진하면서 남녀평등,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스위스 최대 노동조합인 우니아(Unia) 및 일부 단체들은 임금차별을 당한 여성 근로자는 그동안 차별당한 만큼 소급 적용된 급여를 받거나, 조사 결과 남녀평등임금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 법적 기반이 향후 스위스 사회 내 남녀임금격차 문제 해결에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Federal Office for Gender Equality 공식 웹사이트, "Equal Pay Platform,” https://www.ebg.admin.ch/ebg/en/home/topics/work/equal-pay.html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Federal Statistical Office 공식 웹사이트, "Wage Gap,” https://www.bfs.admin.ch/bfs/en/home/statistics/work-income/wages-income-employment-labour-costs/wage-levels-switzerland/wage-gap.html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Swiss Info (2018), "Swiss parliament passes salary equality law,” 2018년 12월 4일자, https://www.swissinfo.ch/eng/politics/equal-pay-for-equal-work_swiss-parliament-passes-salary-equality-law/44592792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The Local (2018), "20,000 march for wage equality in Switzerland,” 2018년 9월 23일자, https://www.thelocal.ch/20180923/20000-march-for-wage-equality-in-switzerland (접속일자: 2019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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