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사회적 파장 일으켜
        등록일 2019-02-08

        캐나다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사회적 파장 일으켜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지난 2015년 캐나다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팀 코치가 90년대에 어린 여자 선수들을 성폭행 해 왔고 스키협회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 해 온 것이 뒤늦게 피해자의 고발로 알려져 캐나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최초 피해자가 나서자 곧 총 열 두 명의 전직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선수들이 해당 코치에 대한 소송에 참여했는데, 당시 미성년자였던 이들은 코치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수치심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피해 사실을 숨겼으나 1998년 유럽선수권 대회 중 몇몇 피해자들이 자신만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열 두 명의 피해자 중 네 명의 전 국가대표 선수들은 언론에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국가대표팀 내의 성폭력 실태를 알리는데 앞장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 2017년 캐나다 법원은 해당 코치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열 두 명의 고발된 사례 중 아홉 건의 사례에 대해 혐의를 인정, 총 37회의 성폭력과 성적 착취(sexual assault and exploitation)에 대해 피고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후 피해자 중 네 명의 전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 선수들은 2018년 12월 캐나다 알파인 스키협회(Alpine Canada)에 대한 소송을 시작하였다. 이들 피해자들은 캐나다 알파인 스키협회가 선수들에 대한 성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협회가 증거들을 적극적으로 은닉하는 등 어린 피해자들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30만 캐나다달러(약 2억 5천만 원)의 정신적, 신체적, 그리고 성적 학대에 대한 피해 보상과 15만 달러(약 1억 2천 7백만 원)의 징벌적 보상금을 요구하며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이에 2018년 6월 캐나다 체육부의 커스티 던컨(Kirsty Duncan, The minister of sport)은 국가 재정 지원을 받는 체육 협회들로 하여금 첫째, 그간 협회 내에서 있었던 일체의 희롱, 폭력, 차별 사건들에 대한 조사 사례를 체육부에 즉각 보고하고, 둘째, 협회와 무관한 제 3의 조사 기관을 즉각 조직할 것이며, 셋째,  2020년 4월 까지 협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 희롱 및 학대 의무적인 방지 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해당 협회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일체 중지하겠다는 경고성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재정 지원을 가지고 협회들을 통제하려는 연방정부의 방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90년대 내셔널 하키리그 남자하키선수 쉘던 케네디(Sheldon Kennedy)가 코치로부터 장기간 성폭력 당한 사건을 계기로 연방 및 주정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서 성폭력 관련 내부규정 제정 및 성폭력 관련 교육, 대응체계 마련 등을 의무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다시 터진 스포츠계 성폭력 사건은 그러한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명백히 방증하고 있다.
        • 캐나다 언론은 지난 해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의 코치 스티브 페니(Steve Penny)가 의료 및 훈련 목적이라는 미명 하에 여자 체조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해온 것에 대해 미국 법원이 징역 175년을 구형한 것에 대비하여 캐나다 시스템의 지나친 관대함을 규탄함과 동시에 재정지원을 이용한 위협이 유명무실한 방법임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몇몇 종목의 협회들은 “2인 법칙”(rule of 2)을 도입, 코치와 선수가 단 둘이서 있을 수 없게 제한하는 규칙 등을 자체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이 또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 한편 최근 발간된 연구 보고서(Donnelly and Gretchen, 2018)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조사 대상 42개의 정부 지원을 받는 스포츠 협회 중 94.4%가 성희롱과 성적 학대(sexual harrssment/abuse)에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86.1%는 성희롱과 학대가 무엇인지를 규정에 분명히 정의 하고 있으나 규정만으로는 선수들을 보호하는데 부족함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각종 스포츠 협회들의 소속 선수들을 규율하는데 협회 자체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어 정부의 감시에서 제외되고 있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은 협회 당사자들로 하여금 이해 충돌(conflict interest) 문제에 직면하게 함으로, 협회들로 하여금 자체 규율을 강화하게 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안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