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혐오도 혐오 범죄에 포함” 움직임 확산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과정
- 영국에서는 ‘여성 혐오(misogyny)’를 혐오 범죄 (hate crime)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영국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은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Metropolitan police commissioner)에게 여성 혐오를 혐오 범죄로 분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는 등 경찰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경찰에 접수된 사건 중 혐오 범죄만큼이나 여성만 공격하는 성별 혐오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1월 14일 영국을 대표하는 범죄 통계인 잉글랜드 웨일스 범죄 통계(Crime Survey of England and Wales)를 인용, “2018년 전체 범죄 6만7천 건 중 여성을 노린 범죄가 총 5만7천 건이며, 피해를 본 여성의 나이는 주로 16~44세였다”고 보도했다.
- 혐오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1998 범죄장애법(Crime and Disorder Act 1998) 28~32항과 2003 형사법(the Criminal Justice Act 2003) 145항, 146항에 각각 명시돼 있는데, 영국 경찰과 검찰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장애, 성전환자 신분, 인종, 종교, 성적 취향 때문에 범죄 피해를 봤을 경우 혐오 범죄로 정의한다. 이 같은 법적 내용을 근거로 영국 경찰과 검찰은 여성 혐오를 혐오 범죄로 분류하지 않는다.
- 여성 혐오를 혐오 범죄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서한에는 국회의원 조 스윈슨, 스텔라 크레이지, 피터 보텀리와 전 내무장관인 자키 스미스와 영국 노팅엄셔 주(County)의 자치경찰위원장인 패디 티핑이 서명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여성 권리 옹호 단체인 Citizens UK와 Women’s Aid, the Fawcett Society도 함께 서명에 참여했고, 이 서한은 딕 런던경찰청장과 새라 손튼 영국 경찰서장 협의회(National Police Chiefs’Council, NPCC) 의장에게 발송됐다. 서명에 참여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많은 여성이 길거리나 온라인 공간에서 일상적인 성추행에 노출되지만 이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여성 혐오를 혐오 범죄로 분류하지 않으면서 여성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경찰에 서한을 보낸 배경에는 여성 혐오를 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일탈 정도로 인식하는 경찰 고위 간부들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손튼 의장은 지난해 열린 경찰서장 협의회 연례행사에서 여성 혐오는 범죄가 아니며, ‘핵심 경찰 병력(core policing)'을 여성 혐오 사건 수사에 쏟아 부을 시간과 자원이 없다고 말해 여성 권리 옹호 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 여성 권리 옹호 단체인 the Fawcett Society의 샘 스메더스 대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혐오는 여성과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의 뿌리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혐오 범죄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성을 노리는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The Guardian (2019). “Campaigners and MPs call for misogyny to be made a hate crime”, 2019년 1월 14일자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9/jan/14/campaigners-and-mps-call-for-misogyny-to-be-made-a-hate(접속일자 2019년 1월 29일)
- Metropolitan Police (2019). “What is hate crime?”, https://www.met.police.uk/advice/advice-and-information/hco/hate-crime/what-is-hate-crime/(접속일자 2019년 1월 29일)
CPS (2019). “Hate crime”, https://www.cps.gov.uk/hate-crime(접속일자 2019년 1월 29일)
- BBC (2016). “Nottinghamshire Police records misogyny as a hate crime”, 2016년 7월 13일자 https://www.bbc.com/news/uk-england-nottinghamshire-36775398(접속일자 2019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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