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육상코치의 35년 간 성적학대 사건
        등록일 2019-02-08

        네덜란드 육상코치의 35년 간 성적학대 사건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한국은 작년 말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감춰져왔던 스포츠계 여러 피해사례가 제보되면서 일명 ‘스포츠 미투' 움직임이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체육계에서 코치와 선수라는 관계적 특징을 악용한 성적, 신체적 폭행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2018년 네덜란드 체육계에서도 한국 사례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네덜란드 체육계에서도 발생한 바 있어 본 원고에서는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  2018년 네덜란드의 한 육상코치가 여자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무려 1983년부터 약 35년간 발생했다는 점으로 현재 이 코치는 58세이다. 네덜란드 내 가장 큰 신문사인 De Telegraaf에 따르면, 이 코치는 11살, 15살이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거의 일주일에 한번 성폭행을 한 적이 있고, 두 선수는 결국 임신을 하게 됐다. 네덜란드 스포츠정의기관(Instituut Sport Rechtspraak, ISR) 징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 코치로부터성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최소 9명에 이르고, 해당 코치는 이를 인정했다. 코치의 성적 학대는 1983년부터 2017년까지 로테르담 및 헤이그 선수훈련용 클럽 곳곳에서 일어났으며, 위원회 조사 결과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가 합법적이지 않은 마사지를 받거나 성추행을 일삼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여러 차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 그럼에도 관계당국은 피해사실을 공론화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0년과 2009년 일부 선수 측에서 해당 고치를 경찰에 고발하려 했으나 당시 관할 경찰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피해자가 짊어질 결과를 계속 언급하면서 결국 사건은 공론화되지 않았다.

         

        •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9년 1월 초, 검찰 및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피해자, 목격자, 또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본 사건과 관계된 누구든지 제보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검찰 내 본 사건 전용 핫라인도 개설했다.

         

        • 현재 이 코치에 대한 검찰의 법적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본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 로테르담 검찰은 그동안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선수생활 당시 겪은 경험, 해당 코치와의 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 육상협회가 작년 이 코치를 직무 정지시켜 코치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서 그는 로테르담 대중교통회사 RET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잇따른 언론보도와 그의 혐의사실 인정을 계기로 RET에서도 지난 1월 초 그를 직무정지 조치시켰다.

         

        • 네덜란드 내 각종 사회문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재단인 Slachtofferhulp Nederland에 따르면, 네덜란드 체육계에서 코치, 관계자, 또는 다른 선수들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sexual misconduct)이 있었다고 재단 측에 제보한 사건 수가 2017년 약 30건에서 2018년 70건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접수된 사건의 90% 가량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총 접수 사건의 약 55%가 여성 피해자라고 한다. Slachtofferhulp Nederland는 이번 대대적인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성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제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해당 코치에 대한 수사결과와 형량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에서 체육계에서의 추가 성범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어떤 제도적, 정책적 방안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자료
        1. De Telegraaf (2019). "Groot onderzoek OM naar misbruikschandaal Jerry M”, 2019년 1월 8일자, https://www.telegraaf.nl/nieuws/2999548/groot-onderzoek-om-naar-misbruikschandaal-jerry-m (접속일자: 2019년 2월 10일)
        2. De Telegraaf (2019). "Vervoersbedrijf RET zet Jerry M. op non-actief na onthulling misbruik", 2019년 1월 6일자, https://www.telegraaf.nl/nieuws/2988771/vervoersbedrijf-ret-zet-jerry-m-op-non-actief-na-onthulling-misbruik (접속일자: 2019년 2월 10일)
        3. NL Times (2019). "Dutch coach accused of sexually abusing underage athletes for years", 2019년 1월 7일자, https://nltimes.nl/2019/01/07/dutch-coach-accused-sexually-abusing-underage-athletes-years (접속일자: 2019년 2월 10일)
        4. NL Times (2019). "Investigation launched into child sex abuse by Rotterdam coach", 2019년 1월 9일자, https://nltimes.nl/2019/01/09/investigation-launched-child-sex-abuse-rotterdam-coach (접속일자: 2019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