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영방송사의 성별 분리 채널 운영계획에 사회적 논란 확산
        등록일 2019-05-13

        이탈리아, 국영방송사의 성별 분리 채널 운영계획에 사회적 논란 확산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최근 이탈리아 국영방송사 Rai는 운영 전략 개편의 일환으로 남녀의 다른 선호를 반영한 분리된 TV 채널(남성들이 좋아할만한 프로그램 및 영화를 방영하는 채널,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및 영화를 방영하는 채널로 특화)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채널 Rai Movie, Rai Premium을 통합하여 남성 시청자들을 공략하는 프로그램 및 영화를 방영하는 채널로 변경하고, 곧 이어 여성 시청자 대상 채널 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방송사 측은 현재 두 채널로 연간 약 3천만유로에 이르는 광고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시청자 수가 적어 이와 같은 변경(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계획안에 대해 Rai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성별로 차별하고 분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남녀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성별 수요를 보다 적절하게 겨냥하고 그에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하지만 이는 야당 국회의원들과 여성단체들로부터 큰 비난을 샀다. 의회 내 방송사심의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는 민주당(Democratic Party) 소속 살바토르 마르지오타(Salvatore Margiotta) 상원의원은 이번 Rai 방송사의 계획안에 대해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오늘날, 국영방송사에서 여성 시청자, 남성 시청자를 나눠 다룬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RAI 언론인 노동조합인 Trade Union of RAI Journalists (USIGRAI) 역시 성명문을 통해 ‘특정 시청자들의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나 성별을 기반으로 한 채널 분리 및 운영은 용납하기 어려운 계획이며, 각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 이탈리아의 여성대상폭력 철폐를 위한 여성단체 및 보호센터 연합 네트워크인 Donne in Rete contro la violenza (D.i.Re) 렐라 팔라디노(Lella Palladino) 대표 역시 이번 계획안에 대해 "매우 성차별주의적인 발상”이라면서, 방송 컨텐츠가 남녀 시청자를 나눠 공략하면서 성차별적 편견이나 그릇된 인식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의 유명 배우 및 여성 단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nonchiudeteraimovie (Don’t Close Rai Movie) 라는 해쉬태그를 달면서 이번 Rai 방송사의 개편안에 대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는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근본적인 우려는 방송사의 계획대로 남녀 별도의 전용 채널을 운영하게 될 경우, 남성과 여성 고객을 위해 분리된 채널이 제대로, 그리고 성평등의 관점에서 상대방 성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이다. Rai 방송사가 사회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고민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방송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남녀시청자 수요 반영 및 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The Guardian (2019.4.19.), "Italian broadcaster's plans for gender-based channels spark fury”,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9/apr/19/italian-broadcasters-plans-for-gender-based-channels-spark-fury (검색일 : 2019.5.10.)
        ■ The Telegraph (2019.4.19.), "Italy's public broadcaster under fire for separate channels for men and women”, https://www.telegraph.co.uk/news/2019/04/19/italys-public-broadcaster-fire-separate-channels-men-women/ (검색일 : 2019.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