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하원, 여성 대상 폭력 및 살해 관련 개정법안 가결
        등록일 2023-10-26

        이탈리아 하원, 여성 대상 폭력 및 살해 관련 개정법안 가결

        곽 서 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Lecturer)

         

        ○ 2023년 6월, 이탈리아 정부는 여성 대상 폭력 및 살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가결했다. 새 법안은 예방 및 경고 시스템 강화, 새로운 접근금지명령 조건 추가, 가정폭력 전력이 있는 가해자 관리·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본 법안은 최근 상원에서 가결되었으며, 2023년 9월에는 하원에서 찬성 200표, 기권 61표, 반대 0표로 가결되었다.  
        ○ 이번 법안의 정부 가결 소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당시, 유지니아 로첼라(Eugenia Roccella) 가족·출산·평등 기회 정책 장관(Minister for Family, Natality and Equal Opportunities)은 "정부는 기존에 시행 중이던 여성 대상 폭력 철폐 관련 법을 제도적으로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번 법안 내용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효율성을 위해 제도적 절차는 한층 간소화하면서도 예방 측면은 대폭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음을 밝혔다.
        ○ 이탈리아에서는 2019년부터 일명 ‘코드 레드 (Code Red, Codico Rosso)’라고 칭하는 여성대상 폭력 관련 형법 개정에 관한 법(Law No. 69/2019 Amendments to the Criminal Code, the Criminal Procedure Code and other provisions regarding the protection of victims of domestic and gender violence)이 시행 중이다. 해당 법은 일명 리벤지 포르노, 상대방의 성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동의 없이 인터넷에 배포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1-6년의 징역형과 더불어 최소 5,000유로(한화 약 720만 원)에서 최대 15,000유로(한화 약 2,100만 원)에 이르는 벌금형에 처한다는 조항을 도입했다. 특히 가해자가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배우자이거나 파트너, 가까운 관계였던 사람인 경우 가중 처벌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 최근 가결된 법안은 새로운 코드 레드라고도 불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제도적으로 잠재적 가해자의 행위를 저지하는 경고 측면도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 전과가 있거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인 스토킹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피해자 신고 없이도 수사당국에서 일정 수준의 수사가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수사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 있는 사람이 이전 대상이 아닌 새로운 여성에게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경찰은 가택연금을 위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최소 500미터를 유지하는 거리두기 명령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구금 조처를 할 수 있다.
        ○ 위와 같이 이번 법안은 여성 대상 폭력 및 살해를 예방하기 위한 경고 측면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법절차도 개선하고자 했다. 현행법상 정부는 여성 대상 폭력 관련 재판이 우선순위로 배정되어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한다고 하나, 그 기준과 내용이 불분명했다. 본 법안에서는 검사의 사건 심사나 법원의 사전 예방 조치 요청 검토 및 승인 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가해자의 처벌 유효 기한은 확대하여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는 기간을 사건 발생 후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 이탈리아는 이러한 법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2023년 초 의회(상·하원) 내 여성 대상 살해 및 젠더 기반 폭력에 관한 조사 위원회 설립에 관한 법안(Law no.12 of 2023)을 가결하고 실제로 조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해당 위원회(Commissione di Inchiesta sul Femminicidio e le Violenze di Genere)는 그동안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이나 예방 및 철폐 조치 제도를 검토하고 향후 입법 및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성 살해 및 젠더 기반 폭력 조사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티나 세멘자토(Martina Semenzato) 의원은 이번 법안 통과를 두고“좀 더 보강해야 할 조항들도 있었지만, 우선 현재 상정된 개정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 이 밖에도 이탈리아에서는 2006년부터 평등기회부(Department for Equal Opportunities)의 관할 하에 365일 24시간 무료로 운영되는 핫라인 1522을 운영 중이다. 폭력 및 스토킹 등과 같은 젠더 기반 범죄 피해를 당하거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개인은 익명으로 신고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폴란드어 등의 언어로 이용할 수 있으며, 긴급 대응이 필요한 경우 핫라인에서는 경찰과 즉각 연계하여 피해자에게 필요한 후속 조처를 하고 있다.
        ○ 이번 법안은 29살의 7개월 임산부 여성이 본인의 파트너였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에서 마련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킨 해당 사건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미 시행 중인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정부에서 여성 대상 폭력 및 살해 사건들로 인해 제기되는 사회적 요구를 간과하지 않고 기존 법안 개정을 추진했다는 점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젠더 기반 폭력 철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87개 단체 및 106개 반폭력센터로 구성된 네트워크인 D.i.Re의 부회장인 엘레나 비아지오니(Elena Biaggioni)는 유로뉴스(Euronews)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대상 폭력 및 살해 문제는 최근 몇 년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로 고착된 상태다”: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법안이 앞으로 여성 대상 폭력이나 살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만하다.

        <참고자료>
        ■ Euronews (2023.6.9), "A brutal murder has prompted Italy to boost its laws against gender-based violence. Is it enough?", https://www.euronews.com/2023/06/09/a-brutal-murder-has-prompted-italy-to-boost-its-laws-against-gender-based-violence-is-it-e (접속일: 2023.10.20.).
        ■ Il Post (2023.6.8), "Il nuovo disegno di legge contro la violenza sulle donne", https://www.ilpost.it/2023/06/08/nuovo-disegno-di-legge-violenza-sulle-donne/ (접속일: 2023.10.20.).
        ■ Openpolis (2023.3.1), "Resta alto il numero di femminicidi in Italia e in Europa", https://www.openpolis.it/resta-alto-il-numero-di-femminicidi-in-italia-e-in-europa/ (접속일: 2023.10.20.).
        ■ Rai News (2023.9.7), "Violenza sulle donne: via libera della Camera alle nuove norme sul Codice rosso," https://www.rainews.it/articoli/2023/09/violenza-sulle-donne-via-libera-alla-camera-alle-nuove-norme-sul-codice-rosso-f14ceaa7-5221-4625-a3c8-58b37c7e4c12.html (접속일: 202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