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코로나19 시기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제원조 예산 확대
        등록일 2020-06-26

        캐나다, 코로나19 시기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제원조 예산 확대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의 페미니스트 국제원조 정책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9일 캐나다 국제개발부(International Development)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여성의 안전한 피임, 낙태 서비스에 접근한 권리와 재생산 건강이 제약하고 있다면서 캐나다가 이러한 실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캐나다 연방 정부는 올해 8,900,000(약 79억 원) 캐나다 달러의 국제원조 재원을 편성하여 여성들이 안전한 낙태와 재생산 건강 서비스(safe abortions and reproductive health services)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 한다. 이 자금 가운데 490만 달러(약 43억 6천만 원)는 37개국에 피임과 낙태 지원을 하는 국제기구인 마리 스톱스 인터네셔널(Marie Stopes International)에 배정될 것이며, 2백만 달러(약17억 8천 만 원)이 UN 젠더 기반 폭력에 대응하는 기금 (United Nations trust fund on violence against women to help combat gender-based violence)으로 지출될 것이다. 이밖에도 이 재원은 안전한 낙태, 피임, 낙태 후 케어, 온라인과 전화를 통한 의료 지원,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외진 곳에서 고립되어 사는 소녀들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쓰일 것이다. 연방정부는 또한 추가적으로 2백만 달러를 세계 각국 정부들과 협력하여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옹호하고 피임법을 확대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인 Ipas에 지원할 것이라 한다. 국제개발부 장관은 이날 재원 편성의 목적을 밝히면서 “캐나다는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서도 여성의 재생산 성 건강과 권리(SRHR: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의 증진에 여전히 힘을 기울이고 있음을 이 재원 편성을 통해 증명할 것이며 어느 때보다도 이런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 라 밝혔다.
        • 한편 캐나다 각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여성의 안전한 낙태 서비스 접근권, 산후조리와 다른 재생산권 문제들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성 건강과 권리 행동 캐나다(Action Canada for Sexual Health & Rights)의 로라 네이다트(Laura Neidhart)는 국제원조 재원 발표와 관련한 매체와의 뉴스인터뷰에서 의약품과 피임 용품의 조달 및 유통이 전 세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으며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는 클리닉들 또한 대거 휴업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캐나다와 세계 각지에서의 여성의 재생산권 옹호 활동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여성의 재생산권 제약이 단순히 공중보건 때문에 아님을 지적했다. 미국에서 성 건강과 권리 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5월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택사스, 오클라호마, 알라바마, 아이오와, 오하이오, 알칸자스, 루이진에나, 테네시주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빌미 삼아 다양한 수단으로 낙태를 금지하여 “코로나19 위기를 교묘하게 이용(manipulating the crisis)”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중보건이라는 핑계로 여성들에게 안전한 낙태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은 이 여성들을 위험한 낙태 시술로 여성을 내모는 위험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네이다트는 인터뷰에서 이러한 시국에서도 트뤼도 행정부가 여성의 재생산 건강과 케어를 조명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 밝혔다.
        • 플랜 인터내셔널 캐나다(Plan International Canada)가 2020년 6월 공개한 보고서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여성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난민 소녀들이 현재 3중고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는데, 이주(displacement), 코로나19 상황, 그리고 단순히 그들이 어린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위험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분쟁지역, 고립지역, 의료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 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들의 재생산 건강과 재생산 권리 관련 서비스에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의료 사회서비스 자원이 세계 각지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캐나다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생존의 문제로 보고 개입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이미 존재하는 젠더 불평등이 코로나 19 범유행으로 인해 증폭되어 막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한편 현재 캐나다는 코로나19 사태로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위기상황을 겪고 있으면서도 국제원조 정책에서 페미니스트 비전을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으나 그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는 여성건강을 위한 국제원조에 1억 4천만 달러의 재원을 편성하였고, 이 중 절반이 낙태와 재생산 건강 서비스 관련 예산이었다. 하지만 이에 비하면 올해 발표한 8백 9십만 달러는 너무나 축소된 규모이다. 비판가들은 여성의 재생산권 문제는 단순히 캐나다 정부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