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공개정책의 문제점과 BBC의 성별 불평등 임금 사례
        등록일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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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공개정책의 문제점과 BBC의 성별 불평등 임금 사례

        황수영 브리스톨 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시행 2년 차를 맞이하는 영국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공개 정책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자료 제출을 기업 재량에 맡기는 제도의 구멍 때문에 부정확한 수치가 넘쳐나고, 잘못된 수치를 제공한 기업에 대한 제재가 부족해 엉터리 보고서가 될 우려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같은 일을 해도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한다는 의혹에 휩싸여 평등인권위원회(The Equal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가 공식 조사에 들어가는 등 영국에서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 정부는 지난해부터 직원 250명 이상 고용한 회사를 대상으로 남녀 임금 격차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법을 실시했다. 2017년 평등법 2010(the Equality Act 2010, Specific Duties and Public Authorities)이 통과될 때, 규정에 성별 임금 격차 보고(gender pay gap reporting) 의무 조항이 삽입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올해 남녀 임금 격차 보고 마감 시한은 공기업은 330, 사기업은 44일이다.
            • 영국 언론은 일부 기업들이 2017년분 상세 성별 임금 격차 수치를 아직도 제출하지 않고 버티거나,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엉터리 수치를 내놓고도 수정하지 않는다며 정부 성별 임금 격차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지는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업 725곳이 보고 마감 시한이 지난 뒤 자료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내놓는 수치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기업은 모든 항목에 숫자 '0'을 삽입하거나 성별 임금 격차에 큰 영향을 미칠 핵심 직원들을 의도적으로 항목에서 삭제하는 등 편법을 쓰기도 했다.
            • 제출한 기업에 대해 처벌을 담당한 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담당 부처인 평등인권위원회는 지금껏 오류가 있는 자료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벌금을 물리거나 처벌을 내린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 임금 격차 정책 수행에 대한 평등인권위 지침 (EHRC guidance on enforcing gender pay gap regulations)’에 따르면 부정확한 자료를 제출한 기업도 자료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해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담당 부처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 노동당의 다운 버틀러 의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성별 임금 격차 보고는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엉터리 보고서가 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 함께 영국 공영방송 BBC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의혹에 휩싸여 평등인권위원회가 312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BBC의 임금 격차 문제는 지난 2017년 연 15만 파운드 (우리 돈 약 25천만 원) 이상 버는 스타급 언론인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됐고, 당시 일부 남성 직원이 동등한 지위에 있는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 31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BBC가 자발적으로 임금 정책과 임금 정책 개정안 등 방대한 정보를 제출했다"이 자료를 검토한 결과 BBC의 일부 여성 직원들이 같은 일을 하고도 남성 직원과 동등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의심스러운 대목을 찾았다. 따라서 평등인권위의 법적 권한을 사용해 BBC 과거 임금 정책과 임금 지급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등인권위는 BBC 직원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제기한 임금 불만 사항을 중심으로 불법적인 임금 차별이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The Guardian (2019.2.28.) “Lack of sanctions 'makes a mockery' of gender pay gap reports”,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9/feb/28/lack-of-sanctions-makes-a-mockery-of-gender-pay-gap-reports (검색일 : 2019. 3. 20.)
        The Guardian (2019.3.12.) “Equality commission to investigate BBC over pay discrimination”,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19/mar/12/equality-commission-investigate-bbc-gender-pay-gap (검색일 : 2019.3.20.)
        The Equal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 (2019.3.12.) “Equality regulator opens investigation into BBC over equal pay”,  https://www.equalityhumanrights.com/en/our-work/news/equality-regulator-opens-investigation-bbc-over-equal-pay (검색일 : 2019.3.20.)
        The Equal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 (2018) “Closing the gap: Enforcing the gender pay gap regulations” https://www.equalityhumanrights.com/sites/default/files/gender-pay-gap-enforcing-the-regulations-march-2018.pdf (검색일 : 2019.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