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베를린 영화제에 가져온 변화
        등록일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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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이 베를린 영화제에 가져온 변화

        채혜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독일 통신원

         

        • 1년 전인 2018년 2월, 베를린영화제 기간에는 ‘미투(MeToo)’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졌다. 영화 및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500명 이상의 여성으로 구성된 ‘Pro Quote Film Initiativen’총회를 열어, 영화 및 미디어 영역에 50% 여성 비율 달성을 목표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 평등한 예산 집행’, ‘영화 및 미디어 분야 성 평등을 위한 중앙 상담 및 서비스 센터 설치’ 등을 요구해 왔다.
        • 1년 후, 2019년 베를린영화제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에 대해 독일 언론‘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은“결과적으로 여성 감독의 작품이 많아졌다.”고 보도했다. 영화제 전체 프로그램 중 37%가 여성 감독 작품이었으며, 총 17편의 경쟁 부문 작품 중 7편이 여성 감독 작품이었다. 이는 지난해 18개 경쟁 부문 작품 중 네 작품만이 여성 감독 작품이었던 것과 비교해 증가한 결과다. 또한 ‘독일 영화·TV 아카데미’지원으로 여성 영화감독 작품을 상영하는 특별 섹션도 마련됐다.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바바라 롬 감독은 “경쟁부문 작품 중 여성이 카메라 촬영을 맡은 작품은 2개에 그치는 등 여전히 카메라 작업이나 프로덕션과 같은 영역의 여성 비율이 크게 낮지만, 변화가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무엇보다 지난 10월에는 여신의 이름을 딴 ‘테미스(Themis) 상담 센터’가 문을 열었다. 17개의 영화 및 미디어 업계 조직이 힘을 모아 문을 연 센터에서는 산업 내 근무 현장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 등의 문제를 겪은 이들을 위해 법적·심리적 지원을 하고 있다. 고용주는 센터 요청이 있을 시 요구 사항에 따라야 하며, 정규직 고용 여부에 상관없이 조사에 응해야 한다. 캐스팅 과정에서 차별을 겪은 여성도 센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상담 센터의 이사회는 영화감독과 변호사 등 여성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테미스 센터’ 운영은 독일 연방 문화·미디어부와 독일 공영방송사인 ARD와 ZDF에서 지원한다.
        •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다양한 미디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미디언보드 베를린–브란덴부르크(Medienboard Berlin-Brandenburg)’는 미래에 더 많은 여성 제작 영화를 지원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지원한 영화의 1/3 정도가 여성 감독 작품이었으며,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된 18개의 ‘미디언보드’ 지원 영화 중 대다수가 여성 감독 작품이었다. ‘미디언보드’ 측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여성이 기획하고 제작한 영화는 더 많은 영화 관련 상을 받고 있으며 축제에도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독일 필름 아카데미 대표인 배우 이리스 베르벤은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각 세대가 평등한 권리와 힘을 얻기 위해 새롭게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제작 영역의 여성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할리우드 제작 영역의 여성 비율은 1998년 17%에서 2018년 20%로 증가했다. 10년간 3% 증가에 그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나 세르너 스웨덴 영화 협회 회장은 “카메라 뒤인 제작 영역에서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카메라 앞에서의 다양성도 분명해진다.”고 강조했다.
        • 여러 여성 감독을 비롯한 산업 종사자들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평등’과 ‘다양성’ 주제가 전년도보다 강하게 표현되었으며, 미투 논의에 대한 성과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긍정적인 변화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영화 산업 내 여성 비율을 50%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20년 50/50’헌장이 현실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