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계발에 관한 연구
        저자 변화순/서명선/김홍숙
        발간호 제050호 통권제목 1996년 제1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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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Ⅰ. 서론 
        Ⅱ. 사례조사 결과분석 
        Ⅲ. 부성계발을 위한 정책제언 


        I. 서론 

        1. 연구의 목적 

        전통적으로 '효'를 바탕으로 형성된 한국의 가족에서 부모의 위치는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로 특징지어져 왔다. 그러나 
        부모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가정교육을 받은 중년기 남성들이 부모가 된 
        오늘날에는 자녀를 이해하고 그들의 뜻을 수용하는 아버지상이 요구되고 있어 
        이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정에서는 부모부양에 대한 책임과 자녀의 과중한 교육비에 대한 
        이중적 부담과 더불어 직장에서는 외국어나 컴퓨터 사용법 등 정보에의 접근을 
        위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여 신세대에게 밀린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 가정적,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봉착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아버지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나 소외감에 관한 학문적 
        연구나 정책대안 등은 깊이있게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인식을 배경으로 
        본 연구는 오늘날의 아버지들이 현대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아버지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아버지가 어떤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자녀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고, 둘째, 보다 바람직한 역할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이 무엇인가를 밝혀내어 세째, 이를 제도적, 의식적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제언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를 위하여는 문헌연구 및 관련자료연구, 사례연구 등이 실시되었다. 
        사례연구의 대상은 서울지역으로 제한하여 총 30 가족의 아버지를 면접하였으며, 
        이와 병행하여 그 가족의 어머니와 자녀 1명에 대한 면접도 실시하여 아버지 
        경험과의 비교를 통한 다각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사례조사는 본 연구진 3인이 
        직접 실시하였으며 조사원은 사용하지 않았다. 예비조사는 95년 5월 25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6가족을, 본조사는 95년 7월 11일부터 8월 
        5일 까지 30가구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사례선정에 있어서는 계층과 어머니의 취업여부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여 상,중,하층의 비율이 1:3:2가 되도록 배분하였으며, 어머니의 
        취업여부는 가능한 한 1:1이 되도록 고려하였다. 그리고 자녀의 성별도 되도록 
        반반이 되고 특정 학년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수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았으며 결국 최종적인 조사대상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아버지의 나이는 36세에서 57세까지 분포되어 있는데 40대 중반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이다(30대 2명, 40대 23명, 50대 5명). 계층은 아버지의 
        교육, 직업, 가족수입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분류하였는데, 이렇게 하여 분류된 
        가족은 상층 9가족, 중층 13가족, 하층 8가족 이었다. 중간 계층 이상 
        아버지들의 교육 정도는 고졸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반면에 하층의 아버지들은 국민학교 중퇴에서부터 고졸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직업은 상층 아버지의 경우 중소업체 사장, 의사, 
        치과의사, 회사 이사 등으로 관리자의 위치에 있으며, 중층의 아버지는 교사, 
        회사원, 목사, 임대 및 자영업자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하층은 고물행상, 
        경비원, 자영업, 건축노무자, 무직 등이다. 

        가족관계에 있어 부인이 직업을 가지고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는 16사례였으며, 이들의 직업은 중간계층 이상의 경우 보험회사 소장, 
        약사, 대학 강사, 공무원, 가정탁아 운영, 식당종업원, 보험 설계사, 선교회 
        총무 등 10사례 이었고, 하층의 경우는 식당종업원, 파출부, 청소부, 
        가내공업운영, 무급 자영 등 6사례 이다. 상대적으로 중간계층 이상의 어머니들 
        중 전업 가정주부가 많았고, 이 중에는 잡지사 편집장과 학교 교사로서의 오랜 
        경력을 포기하고 자녀교육을 이유로 전업주부가 된 경우가 2사례 있다. 

        거의 모든 가족이 자녀가 2명이 있는 상황이었고, 한 자녀 가족 1사례, 세자녀 
        가족 2사례, 4자녀 가족 1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면접대상자녀는 아들과 딸이 
        각각 15명씩 각 학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중학교 1학년 7명, 2학년 9명, 3학년 
        8명, 고등학교 1학년 8명). 대부분의 가족이 핵가족 형태를 띠고 있었고 
        4사례만이 확대가족이었다. 


        II. 사례조사 결과분석 

        1. 아버지와 자녀의 정체성 

        가. 아버지에 대한 기대와 실제 

        우리 사회에는 오래 동안 엄부자모의 이념, 즉 경제력을 가지고, 식구들의 
        행동을 통제하며, 가정을 통솔하는 권위적 '아버지', 반면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면서 아버지와 자녀의 교량역할을 하는 어머니가 이상적인 부모상으로 
        부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사회변화와 여성역할의 변화 
        등은 엄부자모의 이념에 심각한 변형을 초래하고 있다. 유영주가 지적하고 
        있듯이 "전통적인 아버지의 역할은 차츰 그 강도가 흐려지고 뚜렷이 구분되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점점 복합되어 가는 경향"(유영주,1983:141)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써 1995년도에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등에 종사하고 있는 중년층의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한경혜,1995:57-58), 이상적인 
        아버지 상으로써 '자상하고 친구같이 대화하는 아버지 상'을 든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며(48.9%), '경제적 책임자'로서의 아버지를 이상적 아버지 상으로 본 
        응답자는 5.1%에 불과하였다. 또한 1986년 남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는 이상적인 아버지 상으로써 '바람직한 성격형성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 났으며, 그 다음은 '정서적 
        안정을 갖게 하는 일','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훈육하는 일','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지도하는 일'의 순이었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물질의 제공'은 가장 
        낮은 중요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었다.(이순열,1986:29-30) 

        본 연구에서는 아버지의 정체성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을 참고로 하여(김양희: 
        1989,1993;유영주:1983;J.H.Pleck:1984;Lamb:1987;T.Rimer & E.Wilson:1991), 
        ①경제적 부양자, ②대화상대자, ③가정의 통솔자, ④합리적 판단자 등의 
        측면에서 아버지의 정체성을 살펴본다. 

        1) 경제적 부양자 
        본 연구의 대상자가 되었던 아버지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대부분이 "아버지 역할의 기본은 생계부양이다"라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1명의 피조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아버지들이 직업을 가지고 
        가족 부양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하층의 아버지들은 경제적 측면의 
        역할에 더욱 집착하고 강조하는 반면에 중.상층의 아버지나 자녀들은 경제적 
        부양자의 역할 이 외에도 대화상대, 진로결정을 도와 주는 사람 등의 측면을 
        보다 많이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 아버지는 "돈 벌어 오시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족에게 풍족한 
        경제생활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아버지들은 자신이 아버지로서의 기본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이 돈을 잘 못 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잘 길러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다. 어려서는 먹이고 입히기만 하면 
        됐는데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점점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아이들한테 선택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잘 안된다. 학교공부만으로 안되면 학원도 
        보내고 예능교육도 시키고, 또 국내에서 안되면 해외로 보내고 해야 되는데 내가 
        이제까지 경제적 기반을 닦아 놓지 못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에서는 꼭 아버지의 경제적 능력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사례의 아들은 "저한테 잘 해 주시는데요, 너무 돈을 밝히세요. 언제나 돈만 
        있으면 ... 살텐데, 돈만 있으면 ...사 줄텐데 그러시거든요. 아버지가 돈 
        얘기좀 안 하셨으면 제일 좋겠어요."라고 한다. 그리고 수적으로는 많지 
        않았지만 의미있다고 보여지는 사례는 자녀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돈벌어 
        오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였다. 어머니가 보험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가정의 그 자녀는 아버지는 '인생에 대해 중요한 조언을 해 주시는 사람'인 
        반면, 어머니는 '일상적인 대화상대자인 동시에, 돈을 벌어 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스턴(P.T.Stearn)의 지적과 같이 아버지의 생계부양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그 비중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 하겠다. 

        2) 대화상대자 
        경제적 부양자로서의 아버지 외에도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민주적인 양육자, 대화상대자가 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진영희(1986), 
        이석경(1987) 등의 연구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청소년기 자녀들은 
        아버지와의 많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현실은 자녀의 기대시간에 비추어 약 
        절반 정도의 대화를 나누는 것에 그치고 있다. 본 사례조사의 결과 역시 
        아버지와 자녀 양자 모두 더욱 많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워낙 적은 이유로 실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들과 시간 많이 갖고, 얘기도 많이 하고 싶은데 우선 시간대가 안 맞는다. 
        이게 나 스스로도 불만이다. 벌어 먹고 살자면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고 
        저녁에는 늦게 들어 와야 한다. 

        애들이 다정다감하고, 포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대화술, 나를 졸졸졸 
        따를 수 있게 하는 액션, 기술이 부족하다. 아직 미국식으로 1:1 친구식으로 
        대하지 못한다. 허심탄회하게 부모자식간 벽없이 지냈으면 좋겠는데 잘 안된다. 
        한계를 많이 느끼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을 열고 
        아이들이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게 해야 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라로싸(LaRossa,1988)는 아버지 역할에 관련된 규범,가치,신념은 빨리 
        변화하는 반면 실제의 아버지 행동은 천천히 변화하면서 이 둘 사이의 비동시성 
        때문에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하였다.(이숙현,1995:9) 아버지의 행동이 천천히 변화하는 요인은 그런 
        아버지의 모델이 없었고, 자신도 그런 훈련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아버지, 자녀 양자가 모두 원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직장과 학업으로 인한 시간부족 이외에도 교육과 훈련의 부족이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3) 가정의 통솔자 
        아버지는 가정의 통솔자로서 어머니와 함께 가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가족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전통사회에서 아버지의 이러한 
        역할은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수행되었으나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점차로 
        민주적.동료적 태도를 가지고 가정을 유지해 나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드발(Duvall)의 지적처럼 현대사회에도 전통적으로 권위적인 아버지와 민주적 
        아버지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사회와 같이 서구사회의 몇 
        백년에 걸친 변화를 20- 30년 사이에 압축해서 경험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혼재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본 연구의 대상자 중 전통적인 아버지의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버지들은 
        현대사회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몰락되어 가고 있음을 개탄한다. "모든 생활은 
        위계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근본적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생활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이 설득력있게 품위를 가져야 한다. 
        무조건 권위를 내세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들 앞에서 가볍게 보이지 
        않고 가능한한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옛날처럼 할머니, 할아버지 계시면 우리가 그 분들한테 하는 것을 보고 
        배울텐데... 요즘에는 보고 배울 것이 없다. TV에서 반말하는 것이나 배우고 
        가족관계에서도 위.아래가 없어 아쉬운 점이 많다. 옛날엔 부르면 '예'하고 바로 
        쫓아 왔는데 요즘엔 불러도 '왜'한다.큰일이다. 때릴 수도 없고, 사실 가끔 
        때리기도 한다. 이런걸 보면 가족은 대가족이 원칙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아버지의 권위'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아버지들도 있었다. 
        그런 아버지들은 "남자들이 자기시간을 너무 밖에서 보내므로 자녀들이나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적어지고 대화도 못하게 되므로 식구들은 아빠를 돈 
        벌어다 주는 사람으로만 알게 된다. 아빠들도 집안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안 
        갖는 것을 당연하게 알고 있다. 이런 권위적인 태도가 가정문제, 청소년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다."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4) 합리적인 판단자 
        '아버지'라는 개념에는 '이성적이고 공정한 판단자'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어머니는 무비판적인 애정으로 감정에 치우치며 판단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경우 아버지가 모순을 냉정히 가려내어 이성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김양희,1989:208) 

        사례조사의 결과 이러한 경향은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의 어머니들은 아버지에 비해 자녀들과 상대적으로 빈번한 
        접촉을 하면서 작은 결정과 판단을 많이 내린다. 예를 들어 학원을 다녀야 할지, 
        과외를 하여야 할지 혹은 피아노를 배울 것인가? 풀륫을 배울 것인가? 어떤 옷을 
        사고 어떤 친구를 사귈 것인가 등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녀가 어머니와 의논을 
        하고 또 어머니는 이러한 일에 대하여 판단을 내려주고 있으며 아버지는 그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에는 대개 어머니의 판단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족생활의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문제'나 자녀의 장래 진로에 
        관련된 일에 대하여는 아버지가 개입하여 최종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앞으로 
        그런 일이 닥칠 경우 아버지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예가 많았다. 한 
        아버지는 이렇게 비합리적인 모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나는 내 아내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식 키우는데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더라. 나는 나의 자유와 내 자식의 자유간에 긴장이 발생할때 될수 
        있으면 합리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엄마가 비합리적인 자식사랑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혼제도가 생긴 것일까? 
        아버지의 합리성과 어머니의 비합리성이 바로 부모 역할인 것인가? 
        이 가정의 중 3 짜리 딸 역시 "엄마가 조금만 더 엄해지셨으면 좋겠다. 모든걸 
        무조건 다 받아 주시니까 너무 편하게만 생각하게 된다. 아빠는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신다. 엄마같으면 그냥 넘어 갈 일도 아빠는 확실히 집고 
        따지고서야 넘어가신다. 엄마도 엄하게 다룰 때는 엄하게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어머니의 비합리성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지적하고 있다. 

        나. 자녀에 대한 정체성 

        부모로서의 역할 수행은 자녀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특정 사회 
        안에서 자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자녀의 
        정체성은 부모나 아버지의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해 왔다. 과학적 합리주의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자녀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가 영원히 존속케 된다는 영생의 욕구와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산업화 
        이전 직업과 임금노동이 발달하기 전의 농경사회에서 자녀는 생산과 가구소득을 
        증가시키고 부모가 늙었을 때는 부모의 생계를 부양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사회적 차원의 빈곤이 증가하고 이에 대응한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함에 
        따라 부모의 노후 생계보장이 자녀의 의무를 벗어나 점차로 국가 사회의 
        책임으로 옮겨 가는 경향이 있다. 농경사회에서 경제적 자산의 의미를 갖던 
        자식은 점차 신기술을 교육시켜야 하는 부담으로 그 의미가 바뀌고 있었으며 
        이와 더불어 발달한 과학 기술은 부모들로 하여금 소수의 자녀만을 낳아 
        기르도록 하는 변화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는 자녀가 자신이 분신이라거나 노후대책이라고 보는 
        인식보다는 하나의 가족구성원으로서 때로는 삶의 기쁨이 되고 때로는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자녀를 통하여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노후를 의지하려는 경향이 완전 소멸된 것은 물론 아니다. 

        중층에 속하는 한 아버지는 "자식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표다. 자식이 없다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는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가 고물행상을 
        하고 어머니가 새마을 취로사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정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노후를 의지하고 싶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수입품 도매업을 
        하는 한 아버지 역시 "아들은 가족계승의 구심축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 모두 이렇게 보수적인 것은 아니다. 회사원인 한 아버지는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공동체적인 면도 있지만 지는 지 세계가 있고 나는 내 
        나름의 세계가 있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어머니 역시 "자녀는 삶의 보람이며 
        기쁨이고,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나는 늘 큰애에게 우리는 '공생이지 
        기생이 되지말자.' 네가 나에게 기생해서도 안되고 내가 너에게 기생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상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아버지는 "자녀를 사회의 
        일꾼이 되도록 키우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들이라고 반드시 대를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리 넉넉하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 생활이 안정되면 
        입양 할것도 생각하고 있다. 내 자식이라기 보다는 자식 또래는 다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 교육비를 준비했는데 애가 
        공부를 못 한다면 다른 아이라도 공부시키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 부계중심의 
        혈통계승에 회의를 표명하고 있기도 하다. 

        부계중심 혹은 아들선호에 대한 생각을 알아 보기 위하여 아들과 딸을 다르게 
        생각하거나 다르게 대우하고 있는가, 아들과 딸에 대한 꿈에 차이가 있는가를 
        알아 보았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들, 딸 그런 차이는 두지 않고 있다."(사례 
        30), "아들하고 딸의 차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개성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라고 
        응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생활 속에서 실천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아들의 경우는 공부를 많이해서 학자나 연구자가 되기를 바라고 딸의 
        경우는 미술 등 예술계통으로 나가거나, 유치원 선생이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물론 둘 사이의 특성에 따른 기대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아버지와 자녀들 간의 대화 내용을 보면 아들과 딸의 차이는 
        없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생각은 그저 바람직한 이상으로 그의 머리에 있을 뿐 
        실제 생활 속에서는 아들과 딸을 분명한 남자와 여자로 사회화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들에게는 '담대해라, 넓은 가슴을 키워라'하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딸에게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지요. 딸은 가정에서 
        순종해야 하니까" 

        2. 아버지의 경험과 일의 세계 

        일반적으로 한 가족 속에서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은 다르게 행해질 
        것이 기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아버지의 자녀양육 참여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진 결과, 아버지도 자녀의 발달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며, 자녀발달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이 증가하는 추세로 
        전망되고 있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아버지 역할의 변화가 아버지의 성장과정과 
        현재의 가족생활을 통해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고, 아버지가 자신의 일의 
        세계와 가족생활의 조화롭게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 성장과정과 가족생활 
        원가족에서의 성장경험은 그 사람이 부모가 되어 자녀를 기를 때 반영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버지의 성장과정에서의 경험이 현재 아버지의 가족역할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정도와 자녀의 학업에 
        대한 관심, 아버지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정서적 태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경제적 빈곤과 부모의 희생 

        가) 물질적 관심 
        현재 중년기 아버지들은 대개 해방이후 6.25를 전후해서 태어나 50-60년대에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전후 세대들이다. 이들이 자라던 시절은 물질적 
        빈곤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었으나 빈부의 차이가 오늘날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아 '돈 없음'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비교적 느끼지 않으면서 
        자라왔다. 또한 이들의 부모들은 일제의 수탈과 전쟁을 체험하면서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는 어려운 삶을 살아온 세대이다. 따라서 먹고살기 바쁜 이들의 부모는 
        자녀를 기르면서 오늘날의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정서적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굶기지 않고 학비 밀리지 않고 학교보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생활이었다. 생계와 자녀교육에 자신들의 생을 헌신하면서 살았다. 

        아버지들은 지금의 자녀 세대를 보면서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금의 자녀들은 우선 물질적으로 자신이 자라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풍요 속에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세대이다. 이로 인해 자녀가 부모에게 
        하는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요구나 태도 또한 변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 자녀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대한 아버지의 대응은 여려가지로 나타나고 있으나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절약이 익숙한 아버지에게는 자녀의 과소비가 못마땅하기만 하고, 
        배고품을 모르고 자란 자녀들에게 절약을 강조하는 아버지는 보수적으로만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 역할 수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해 
        하면서 보통은 자녀의 의사에 끌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녀의 충돌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 해결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래도 절충과 양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위 메이커 제품으로 일컬어지는 상품에 대한 자녀들의 갈망이 거의 보편적인 
        현상으로까지 보이는 오늘의 상황에서 가난한 계층에서 보이는 아버지와 자녀의 
        의견대립은 심난하기만 하다. 대다수가 가난했을 아버지가 자라던 시절과는 달리 
        어느 때보다 풍요한 오늘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가난한 아버지들은 "가난이 
        죄라서 아무말도 못하면서" 희생을 감수할 수 밖에 입장에 처해 있다. 그들은 
        돈이 위력을 발휘하는 세태 속에서 주눅들고 죄책감의 짐까지 짊어지고 있다. 

        나) 자녀의 학업에 대한 관심 
        자식농사에 성공하면 인생에 성공했다고 믿는 것이 전세대 부모들의 삶이었다. 
        자랑스러운 자녀상은 공부 잘해서 일류대학 나와 직업적으로 성공해서 돈많이 
        버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어느 계층의 부모를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지배적인 생각이다. 

        한 어머니는 "자식 진로 생각해 볼 때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삼성에서 
        학력 제한 안 두듯이... 지금처럼 입시에 시달리고 지옥처럼 아이 키우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잘하면 잘 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아이들 짐이 너무 
        무겁다."고 상식적인 생각과 판단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체면을 
        위해 자식에게 공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여 우리사회의 전체적인 교육열풍에 
        순응하고 있다. 이 어머니는 전체 생활비의 80% 이상인 370만원을 3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하면서도 자녀에게 죄책감까지 갖고 있다. 

        중간계층에서는 종종 자녀의 교육문제가 부부싸움으로 비화된다. 자녀의 
        공부에 대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열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생활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자녀가 공부에 큰 
        뜻도 없는 한 가정에서는 자녀의 과외공부 여부를 놓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버지 : 자기가 스스로 하게 둬라. 시킨다고 되는 것 아니다. 
        어머니 : 그래도 좀 시켜야 된다. 남들도 다 하고... 나중에 공부 안시켜줘서 
        공부 못했다는 원망은 듣지말아야지. 

        우리나라의 강한 교육열에 대해 아버지들은 "우선 교육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지만 부모들의 사고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일류병에서 부모 모두 벗어나야 
        한다. 남자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데 여자들이 더 하다." 하며 그 책임을 
        부인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부인의 극성스런 자녀교육열에 밀리는 
        것은 "안그러면 시끄러워 지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족생활 전반에 걸쳐 방관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한편 못배운 것이 한이고 그로 인해 지금의 가난을 짊졌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들의 입장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자녀교육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자녀의 
        교육을 통해서 못배운 한을 풀어보고자 한다. 그러나 하층의 아버지는 그 한을 
        아들을 통해서 성취하려고 한다. 한정된 교육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딸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다고 결정한다. 

        어머니 : 교육을 많이 주장한다. 대학은 능력 있으면 갈 수 있으니까 본인이 
        가겠다는데 내버려 두자. 보내자. 
        아버지 : 여자애를 무슨 대학까지 보내나. 
        자 녀 : 아빠는 나를 착하고 말잘 듣고 집안일 잘 하고 심부름도 잘하고 대개 
        좋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집은 뭐든지 오빠 우선이다. 우리집은 
        생활비가 월 40만원인데 오빠 학원비가 12만원이다. 학교에서는 너무 
        뒤떨어져서 따라갈 수가 없다. 나도 공부 잘 하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학원에도 안보내준다. 

        2) 아버지의 정서적 태도 
        가족생활에서 부모의 정치이념, 직업, 여가활용에 대한 관심, 사회계층 행동과 
        같은 것들보다는 애정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 등과 관련된 것들이 
        자녀에게 더 많이 세대간 전달된다.(Wesley Burr, 1993)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생활에서 친밀감, 이해, 사랑, 풍요, 성취, 헌신, 건강한 발달, 지지, 
        의사소통, 공감과 같은 애정적인 것들을 갈망하게 되고 이런 것에 대한 
        원가족에서의 경험 유무가 인생의 행복하고 불행한 부분들을 이루면서 다음 
        세대로 지속되는 것이다. 

        보통 한 가정에서 정서적 역할은 어머니가 담당하고 아버지에게서 이런 역할은 
        기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들의 경험을 통해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게서 정서적인 역할에 대한 인상이 깊을 뿐만 아니라 부모 모두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자녀의 기억을 통해서 아버지의 정서적 
        태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기억 : 내가 국민하교 4학년때, 엄마가 사다리를 타다가 못에 걸려서 
        허벅지 살이 S자로 찢어졌었다. 그때 아빠가 엄마 허벅지에 
        약을 발라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부정적인 기억 : 국민학교 6학년 때, 아빠가 술먹고 들어와서 엄마와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내려가 봤더니 아빠가 엄마에게 의자를 던진 
        뒤였다. 엄마가 우시고 계시는 것을 봤는데 그때 나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빠가 힘이 세다고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횡포를 부리는 것이 가슴아팠다. 

        나. 일의 세계 
        아버지에게 있어서 일이나 직업은 중요한 소득원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으로 만족스러운 자아정체감을 유지시키고 사회집단에서 적절한 대인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기반이다.(Elwell & Maltbie-Crannal, 1982) 
        아버지의 경우 이과 가족 중에서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가족에서의 이들의 부재가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버지의 
        경제담당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정의는 도전을 받고 있다. 

        근래의 기혼여성의 취업이 생활수준 향상, 서비스 부분의 확대, 출산율 감소 
        및 의식변화 등의 영향으로 증가하게 되면서 아버지만이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지던 시기에서 어머니도 그 책임을 공유하게 되었다. 더우기 부부의 동반자적 
        관계가 이상적인 결혼규범이 되면서 아버지의 가사일과 자녀양육에의 참여가 
        촉구되고 있고, 가족 내에서의 아버지에 대한 정서적 요구가 예전에 비해 
        커져가고 있다. 

        1) 중간계층 아버지의 일차적인 관심 : 직업적 성취 
        아버지들의 가족 역할 수행이나 가족관계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자주 지적되는 직업의 구조적 특징으로는 우선 직장의 업무 스케쥴과 업무시간 
        등을 들 수 있다.(Menaghan & Parcel, 1990 : Staines, 1986 : Voydanoff, 1988) 
        315명의 중년기 남성을 대상으로 한 한경혜(1995)의 조사에 의하면, 대다수가 
        업무 이외의 모임 등으로 한달에 2-4회 이상 늦게 귀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주일에 2-3회 이상 늦게 귀가하는 경우는 응답자의 약 1/4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사례연구에서는 아버지의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경향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중간계층 이상에 속하는 22명의 아버지 중에서 10명 정도가 주 
        2-3회 이상 11시 이후에 귀가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회사 직원들 간의 유대, 
        인간관계 맺기 등으로 상하좌우 어울리다 보면 밤 11시, 12시에 귀가한다. 
        안그러면 직원들에게 소외, 따돌림 당하고 공식적인 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무시 당하고 업무에서 소외된다. 업무에 대한 대화에서도 단절되니까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에 있어서 직장일은 정규업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직장업무 이후의 술자리, 회식모임 등의 형태로 종종 연장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업상 바이어를 접대한다든지, 조직내 인간관계의 중요성 ??문에 
        상당한 시간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업무 이외의 모임 등에 
        자주 참여하게 된다.(김효선, 1987 ; 한경혜, 1995) 

        본 사례연구에서는 실제로 가족생활에 투여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은 경우는 
        교직, 은행, 기사 등으로 조직체에서 승진 등의 상향이동이 없으며 동료간의 
        유대가 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직종에 속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들이다. 

        또한 무역업자, 의사, 치과의사, 목사 등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에 종사하는 
        아버지들의 퇴근시간이 8시 30분 이전으로 비교적 빠르며, 이런 경우에 자녀가 
        과외공부나 학원, 독서실에서 공부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저녁식사나 TV시청을 
        하면서 2-3시간 정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8시 30분에 출근 5시 30분이면 귀가하는 국민학교 교사인 한 아버지는 
        "자녀와 함께 붙어있다기 보다는 그냥 각자 자기 방에 있는 것이다. 가족이 전부 
        함께 하는 것은 식사하고 TV보는 30분 정도다."라고 하는 점으로 보면,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의 증가가 아버지의 가족생활 참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제공하지만, 자녀와 아버지가 함께 하는 시간의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 하층 아버지의 경우 : 과다한 노동시간과 낮은 수입 
        육체 노동을 하는 아버지의 경우 초과 근무, 교대 근무, 야간의 부업으로 소득 
        향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법정 근로 시간인 주 40 시간을 초과하게 된다. 
        따라서 하층의 아버지에게는 수입효과를 기대한 과다한 노동 시간이 아버지의 
        가족생활을 방해한다. 본 사례연구에서 무직으로 집에서 놀고 있는 아버지의 
        사례를 제외하면 보통 하층의 아버지들의 평균노동시간은 하루 11시간을 넘고 
        있으며, 자영업을 하는 경우는 하루 14-15시간으로 평균노동 시간은 훨씬 
        길어지고 있다. 이 아버지의 경우 "혼자서 종일 일한다. 그나마 집과 가게가 
        가까이 붙어 있어서 저녁은 아이들과 같이 먹는다. 저녁 먹는 시간 10-20분을 
        제외하면 자녀와 같이 대화하는 시간 거의 없다."고 한다. 

        과다한 노동시간과 낮은 수입이 하층의 아버지의 가족생활 참여를 방해하고 
        억누르고 있다. 그러나 하층의 아버지들 역시 과다한 노동시간 이후 동내 술파티 
        등에 늦도록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과다한 노동시간과 낮은 수입이 
        하층 아버지의 가족생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간계층의 아버지가 직업적 성취를 우선으로 하며 가정적 책임을 부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처럼 하층의 아버지 역시 과다한 노동시간보다는 오히려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은 다른 것이며, 자녀양육 및 교육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어머니에게 있다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의 영향력 속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어머니의 관심 :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이렇게 아버지들의 생활이 직업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직업생활 또는 
        바깥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어머니는 계층,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가족, 자녀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아버지가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정도는 부인이 직장이 없을 때는 낮으며, 부인이 직장이 있거나 자신이 실업자인 
        경우에는 증가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에도 가정과 자녀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어머니에게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오랜 직장 경력을 포기하고 퇴직하는 
        어머니들의 사례를 통해서 이런 문화적 규범을 확인할 수 있는데, 퇴직한 
        어머니들은 그 이유를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어머니들은 취업여부에 관계없이 가족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이러한 역할을 계속하는 것은 결국 아버지의 가족참여를 방해하고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를 계속 소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아버지와 
        자녀가 서로 물리적으로 만날 시간이 있는 경우에도 그들은 어머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서 전달자, 
        조정자의 역할을 하면서 그 관계를 이어주고 있다. 이것은 어머니의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또는 부부갈등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의 이러한 역할은 당연한 역할로 발아들여지고 있다. 
        아버지는 자녀에 관해서 부인에게 물어보거나 들어서 알고 있으며, 어머니들은 
        남편에게 자녀의 학업이나 일상사에 대해 보고하고 알려주는 관계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성별분업의 영향으로 인한 이런 관계의 유지는 계속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모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성역할과 밀접히 
        관련되어 서로 다른 기대가 주어지기 때문에 아버지의 자녀양육과정에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3. 아버지와의 의사소통과 여가활동 

        가. 의사소통 
        의사소통은 의사소통 내용과 소통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의사소통내용은 
        자녀의 고민과 상담을 중심으로 볼 것이며 의사소통유형은 아버지와 자녀간의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 잘 안되는 가족으로 구분하여 그 안에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자녀의 고민과 상담 
        의사소통의 내용은 요즈음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있을 경우 누구와 상의하는지를 알아 보았다. 그 결과 학교성적, 
        진학문제로 인한 고민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청소년기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성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이성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 
        최근 PC를 이용한 음란물, 포르노게임 등이 청소년문제로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본 조사에서도 "PC 통신을 통한 이성교제"로 그 일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녀의 고민에 대하여 아버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자녀가 찾아가서 의논하고 싶은 대상자의 한 사람일까? 자녀의 
        나이가 어린 경우 즉 중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의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학교성적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 일상적인 대화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형제자매나 친구들과의 대화, 상담이 많아지고 아버지와 의논하는 경우는 
        적어진다. 그러나 비록 아버지와 대화하는 정도가 어머니보다는 낮지만 아버지가 
        자녀의 마음을 이해할때는 마음을 열어 대화를 하는 사례들을 고려해 볼 때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한 점이다. 

        그러나 입시경쟁의 와중에서 청소년기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자녀들이나, 
        신세대를 이해하며 선도하여야 한다는 버거움을 느끼고 있는 부모들이 마땅히 
        찾아갈만한 상담기관이나 시설은 없는 편이며 학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어려움을 느끼고 부모로서의 
        교육을 다시 받거나, 전문적인 상담의 도움을 받아 보기 원하기도하지만 실제로 
        부모교육이나 자녀를 대하는 방법, 대화기술 등에 대하여 교육을 받거나, 전문 
        상담기관을 이용한 적은 없다고 응답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부모의 자녀를 
        이해할 수 있는 상담기관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2) 가족 유형별 의사소통 
        이 장에서는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을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으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을 어머니와의 관계로 나누어 어머니와도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1형),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잘안되는 가족(2형)으로 나누어 보고,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가족도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3형)과 잘 안되는 
        가족(4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가)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 

        (1) 어머니와도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1형) 

        일반적으로 부모-자녀사이에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은 부부사이의 
        의사소통이 잘되는 가족이다. 이것은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 자녀를 이해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의 경우 결혼 직후 부부간의 의견이 반드시 일치되는 
        것은 아니었으며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서로의 개성이 뚜렷하였고, 합치점을 
        찾기 어려웠으나 어머니가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아버지에게 전달함으로써 
        남편도 부인과 자녀를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즉 부부, 부모-자녀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일때 비로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어머니: 예전에 아빠는 집에서 말이 없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책보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무서워 했다. 아버지는 애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너무 
        세대간의 차이가 심해 남편과 아이들의 관계를 친밀하게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아빠에게 의논해", "아빠는 너를 좋아해"라고 하면서 
        가급적이면 함께 있도록 했다. 요즘은 딸애가 아빠와의 대화를 
        재미있어 한다. 왜 이렇게 부부, 부모-자녀 사이가 가까워졌는가?하면 
        이것은 계기가 있었다. 성장상담소에서 주최하는 부부관계세미나에 
        참석하고 난 뒤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난뒤 부부에 대해 이해하고 
        자아개발을 하게 되었으며, 부부에 관한 여러가지 면을 생각하게 했다. 

        아버지: 가족간의 대화부족은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습이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연대감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세미나에서 아이들도 따로 참여할 시간을 마련해서 
        가족단위의 연대의식을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녀: 중학교에 들어와서 부터 아빠랑 얘기를 많이 했다. 아빠는 예전에 
        꼼꼼하게 따졌는데 그것이 무서웠다. 성적표를 엄마에게만 보였더니 
        아빠가 "나는 부모가 아닌가?" 하셨다. 옛날에는 엄마가 편했으나 요즘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무섭다. 지금은 아빠랑 얘기를 많이 한다. 중학교 
        말에 영어 독해문제가 있었는데 물어보지 않은 것도 아빠가 도와 주셨다. 
        다른 부모는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내가 학원에 가기 싫다고 
        하면 우리 부모는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한다. 

        이처럼 과거에 자녀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잘 모르는 아버지도 좋은 
        아버지로 변화하고 있음을 볼 때 아버지 역할도 학습에 의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직장 및 사회교육기관에서 아버지 교육, 부부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2) 어머니와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형(2형) 

        이 가족은 부모가 직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저녁에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 아들은 어렸을 때 어머니 없으면 못사는 줄 알았지만, 이제는 아버지와 
        대화가 더 잘 통한다고 한다. 그것은 아버지가 비록 사업에 바쁘시더라도 대화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춘기 청소년에게 적절한 충고를 해주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체면'때문에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어머니가 자녀교육에 좀더 
        충실하기를 기대하나 어머니는 자녀교육은 부모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서로 좁히려 하지 않는데서 부부간의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 부부간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부인과 사고방식이 틀리기 
        때문에 대화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애들 엄마는 아이들이 공부를 
        1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앉아 있어도 딴 생각을 
        하므로 애들이 주눅든다. 엄마는 한 마디로 끝내면 될 것을 하루 종일 
        이야기 한다. 

        어머니: 남편과 대화가 잘 안통한다. 아이들 교육문제로 주로 싸운다. 남편은 
        아이의 특성대로 자라면서 올바른 인간이 되기를 원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능력 이상을 기대하는데서 의견의 차이를 보이고, 거기서 
        오는 갈등이 크다. 남편은 자녀교육을 어머니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같이 살면서 왜 내가 전부 다해야 하나? 아버지가 협조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화하는 방법에서 성격상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하지만 남의 말을 이해하지 않고 나 혼자 퍼붓는다. 이것은 
        아마도 나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학교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나의 사회적 지위, 체면 때문에도 아들이 고등학교를 실업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남편은 공부 잘한다고 
        모든 것이 잘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인간적으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부부간의 갈등을 자아내는 큰 원인이 
        된다. 

        아버지와 자녀와의 주된 대화 내용은 인생관, 공부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둑거리며 "지금 공부하면 나중에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자식의 인생을 강요하지 않고 "자기 인생, 자기가 살아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주지 시켜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잘 따르는 반면 
        어머니와 대화는 가능한한 피하려 한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무조건 공부만 
        강요하므로 대화가 일방적이고 지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녀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인 공부의 강요는 자식의 의사소통을 막아버리는 요인이 
        된다. 

        자녀: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요. 어제 아버지가 모임에 가셔서 늦게 
        오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밤 늦게 나보고 자동차있는 곳으로 나오라고 
        했어요. 나는 11시부터 밤중 2시까지 기다렸다가 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버지는 술에 취해 올라오고 계셨어요. 그러면서 "요즘 뭐하냐"고 
        이야기를 걸었어요, 시간 날때마다 대화를 나누는데 마음이 편해요. 반면 
        어머니는 가정에서 매우 독선적 입니다. 어머니는 얼굴만 보면 공부, 
        공부하시고 공부와 관련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 야단칩니다. 항상 늦게 
        돌아 오시는데 처음에 몇번 이야기 했었지만 그때 뿐이고 아무 변화가 
        없어 이야기를 아예 안 합니다." 

        나)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가족 

        (1)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3형) 

        이 가족의 문제는 부부관계는 좋으나 아버지가 자녀에게 소외당하는 데에 
        있다. 그것은 자녀교육관이 부부간에 일치하지 않는데, 실질적인 자녀양육 
        담당자는 어머니이므로 아버지의 의견은 무시되고 자녀에게서 아버지가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늦게 돌아오는 아버지는 자녀교육의 원칙적인 의견을 
        고집하며 실제로 기여하는 바는 없이 어머니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가르칠 수있는 학과공부는 초등학교 수준에서 끝이나고 
        중학생이상에서는 학원을 의존하게 된다. 여기서 아버지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 :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의견일치가 안된다. 학원의 선택 문제, 나는 
        '돈도 없는데 꼭 보내야 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집에서 엄마가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데 왜 쓸데없이 그러는가? 엄마가 바깥 일을 
        해서 가르칠 형편이 안되서 할 수 없이 결국은 내가 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양육하거나 함께 지내려는 노력은 없이 권위만 
        내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므로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로 
        느껴져 아버지와 접촉을 피하고 가능한한 멀리 떨어지려 하는 것이다. 사실 
        아버지의 속 마음은 자녀와 함께 다정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어려서 학습하지 못했고 성인이 되서서 사회교육기관에서 배울 기회가 
        없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머니와는 비교적 밀접하므로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와 친밀하다. 이것에 대해 아버지는 어머니를 통해서 
        아이들의 소식을 듣게 되고 이런 이유로 소외의식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 : 아이들이 나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얘기를 
        잘 안한다. 애들이 화제거리를 좀 던져주어서, 내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이 되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실 나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애들 세대의 생각을 잘 모른다. 내용을 
        잘 모른다. 내가 눈높이를 낮춰서 생각해야 되는데 대화가 잘 안되니까 
        그걸 고쳐야 할 것이다. 마음은 항상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늘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내가 다정다감하게 애들 입장에서 어울리기 
        싫어하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애는 엄마에게 맡겨 놓고, 
        나도 내 생활을 하고 싶다. 

        자녀 : 아빠하고는 별로 할 말이 없어 대화를 안한다. 아버지가 무뚝뚝한 것을 
        고쳤으면 좋겠다. 아빠랑 있으면 불편하다. 특히 텔레비젼 보는 것은 
        불편하다. 나는 가요쇼, 드라마를 보고 싶고, 아빠는 안보고 못보게 
        한다. 

        (2) 어머니와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형(4형) 

        일반적으로 아버지 지배형이나 어머니 지배형이면서 의사소통의 통로가 트이지 
        않은 형은 통제양식이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협, 고함치기, 
        때리기, 진실의 왜곡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자녀에게 있어서 
        이러한 방법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해 일상적인 대화 이외에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경마장 경비일을 하는 아버지는 부부간에 대화가 부족하고 자녀에 대해 
        무관심하다. 어머니는 자녀에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아들 
        딸에 관여는 하지 못한다. 특히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저소득층 가정에서 아들 
        딸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해 대학교 진학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아버지 : 부부간에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술만 먹으면 한다. 막상 한다면 
        살아가는 이야기, 도시락 싸는 이야기, 막내 학원에 보내는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 남편이 약주를 좋아해서 술을 많이 먹는데 술좀 먹지말고 우리 집을 
        우선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건강이 최고니까. 아이들의 성적은 다른 
        집 아이보다 뒤떨어져서 걱정된다. 학원도 못보내고 있다. 나는 
        신경성이 병이라서, 신경쓰는 얘기 안한다. 답답할 때 어쩌다 한다. 
        신경이 약화되서 될 수 있으면 조용하게 하려고 한다. 남편하고는 말이 
        많이 안 통한다. 나는 아이들을 가능한한 교육시킬 것을 주장한다. 
        대학은 능력있으면 갈 수 있으니까 내버려 주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편은 여자애를 무슨 대학까지 보내려 하느냐고 반대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자신들을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하나 부모들은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일상적인 일에만 관여할 따름이다. 이에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대화할 내용도 없고, 막상 이야기를 하면 부모가 화를 내므로 
        함께 만나는 시간도 가능한한 피하려 한다. 

        자녀 : 아버지와의 대화는 거의 없다. 어머니와도 별로 잘 안한다. 마늘까면서 
        학교얘기(친구), 동네에서 일어난 싸움얘기를 가끔 할 정도이다. 
        아버지는 건성이 아니라 관심갖고 대화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끝까지 
        이해를 잘 안하시고, 그 상황에서만 단순히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서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가능한한 자주 많이 나가려고 한다. 왠지 
        집안에 있기 싫다. 

        나. 아버지와의 여가활동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은 여가활동의 내용이 비교적 다양하지 않을 뿐더러 
        가족내에서도 개별적으로 활동을 하는 편이다. 다만 경제적 상황에 따라, 혹은 
        가정의 결속정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다양하지 않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여가생활을 즐기는 역사가 짧아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비용도 
        비교적 많이 들기 때문에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않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은 자녀의 입시준비로 인해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다. 

        대체적으로 사춘기의 자녀를 둔 아버지와의 여가활동은 운동, 음악감상, 외식 
        등이다. 휴일에는 조용히 가족과 함께 쉬는 경향을 보이고 주중에는 개별적으로,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하려한다.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하는 놀이는 대개 운동, 
        TV시청, 놀이, 외식, 컴퓨터 게임 등이다. 본 사례에서 가끔 아버지와 낚시를 간 
        예를 찾아볼 수는 있었지만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가거나 모임에 참석한 
        경우는 없었다. 이 시기에 속하는 가족에서 자녀들은 입시공부에 대한 중압감과 
        아버지들은 직업에 대한 압박감으로 함께 여가시간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시기의 자녀들은 일반적으로 문을 닫고 동성의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한다. 부모들은 가능한한 함께 하는 시간을 늘이려 하나 아이들이 부모의 
        잔소리가 싫어서 함께 지내려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여가활동 
        역시 아버지와의 의사소통 관계가 긴밀한가 아닌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앞장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잘 되는 가정은 
        가족단위의 여가활동도 비교적 활발하고 가족이 모두 즐기나, 그렇지 않은 
        가정은 개별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아버지와 함께 하는 
        여가활동의 내용은 계층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긴밀성 정도는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의 유형과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하는 여가활동을 통해 의사소통도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그 질도 
        높아질 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부모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가족은 
        가능한한 가족이 함께 하려는 시간을 늘이려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가족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려 하므로 가족간의 이해와 결속이 가족관계에서 중요한 
        일임을 알 수있다. 

        4. 논의점:부성실천의 저해요인을 중심으로 

        이제까지의 사례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은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구체적, 적극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스스로의 분석에 의하면 이는 경제적 능력의 부족, 
        시간적 여유의 부족, 아버지로서의 기술부족에 기인한다. 

        먼저, 돈이 없어서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거나, 
        경제적으로 조금만 더 능력이 있으면 더욱 효과적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하고 있었다. 비단 하층의 아버지들 
        뿐만이 아니라 중류층이나 상층의 경우 역시 '자녀의 경쟁력을 키워 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방 하나 변변히 마련못해 주고, 
        사교육의 기회를 맘껏 제공하지 못하고'있음을 한탄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조기 
        해외 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두가지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첫째, 아버지 자신이 
        생업, 직장생활 때문에 너무 바빠서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녀들이 학교수업 혹은 과외공부, 학원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들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기술'의 부족이었다. 
        자녀와 대화하는 기술, 사춘기 자녀의 심리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기술, 
        자녀의 고민이나 갈등, 스트레스 해소를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기술, 자녀를 
        타이르고 선도할 수 있는 기술 등등의 부족이 아버지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들이다. 


        Ⅲ. 부성계발을 위한 정책제언 

        아버지들 스스로가 밝힌 문제점을 고려하여 부성을 계발하기 위한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경제적 제공자로서의 아버지의 부담을 사회가 분담하도록 한다. 
        예전에는 부모가 되어 자식을 양육하는 것이 개인의 영생을 얻는 길이라는 
        인식이 강조되기도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다음 세대를 키움으로써 미래사회의 
        건설에 공헌하는 것이라는 인식 또한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부모들이 다음 
        세대를 보호하고, 전인교육을 시키며, 사회화하는 데에 지출하고 있는 비용을 
        분담하고자 하는 노력이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구체적으로 가족수당제도의 도입, 사회체육시설 및 놀이시설의 확충 
        등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아버지와 자녀를 비롯한 온 가족이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한다. 이를 
        위하여는 교육제도와 직장환경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제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대학교 입학시험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종합생활기록부가 도입되는 등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청소년기 자녀의 과중한 
        학업부담과 스트레스, 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등을 덜어주기에는 미흡하다. 
        직장환경의 변화는 육아휴직제도, 가족간호제도, 탄력근무제 등의 방법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사내교육의 하나로 부모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세째, 아버지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당면하고 있는 기술부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먼저 부모교육이 사회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인식 위에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교육 프로그램 내용에는 "성평등한 부모로서 
        자기인식", "의사소통 기법" 등을 반드시 포함하여 아버지가 양성평등의식을 
        가지고 부부관계를 형성하고 자녀를 지도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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