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공대 사건 30주기 맞아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재인식
        등록일 2019-12-10

        캐나다, 몬트리올 공대 사건 30주기 맞아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재인식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 정부는 매년 11월 25일 UN이 지정한 여성에 대한 폭력 추방의 날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부터 12월 10일 국제 인권의 날(World Human Rights Day) 사이의 16일간을 젠더기반폭력에 반대하는 운동기간으로 지정하여 각종 행사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 16일의 기간을 각자가 자신의 삶과 공동체 안에서 여성, 소녀들, 그리고 성소수자들(LGBTQ2 individuals)에게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1989년 몬트리올 공대에서 14명의 여학생이 살해된 12월 6일을 사건의 의미를 기리는 국경일로 지정하고 있다.
        • 그런데 올해 30주년을 맞은 몬트리올 공대 사건 추도식인 12월 6일을 즈음하여 이 사건의 의미가 재해석되고 있다. 먼저 해당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해석의 변화가 눈에 띈다. 1989년 총을 든 젊은 남성 마크 르팽이 학교에 침입하여 여학생들만을 골라 줄을 세운 후 살해한 해당 사건은 그간 단순히 다중살인으로 불리었으며 해당 사건을 기리는 추모 공원의 현판에서도 이 사건은 단순히 “비극” 으로 표현되어 사건의 본질이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 라는 점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추도식을 앞두고 정부가 새롭게 공개한 추모 공원의 현판에는 “14명의 여성들이 1989년 몬트리올 공대에서 발생한 안티페미스트 공격에 희생되었다. 이 공원은 존중과 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를 상기하기 위한 것이고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규탄한다.”라고  사건의 본질을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노트르담드 그라세(Notre-Dame-de-Grâce–Côte-des-?????Neiges) 몬트리올 시장은 12월 6일 추도식에서 ‘그 사건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그에 맞게 부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건의 본질은 안티페미니스트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추모 공원을 걸으면서 사람들이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되새길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면서, 과거 사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첫 걸음임을 강조했다.
        • 캐나다 언론은 30주년 행사 등을 보도하면서 캐나다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에는 여성혐오 또한 분명히 공존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몬트리올 사건을 대대적으로 재조명하면서 그간 캐나다 언론이 여성혐오 범죄가 사회구조적 문제임에도 이러한 사건들을 정신이상의 개인일탈 행위로 설명해온 경향 있다면서, 몬트리올 사건 이후 일련의 여성혐오 범죄들을 안티페미니스트 공격이라는 분석틀로 재조명하고 있다. 몬트리올 사건의 경우 가해자 마크 르팽은 일련의 유사 범죄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가해자의 프로필을 보이는데, 즉, 그가 25세 젊은 백인남성으로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여자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자랐으며 어머니 또한 그를 방임하여 사회성이 부족하고, 여자친구가 한 번도 없이 소심한 성격으로 자랐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은 이러한 르팽이 특별히 공대 여성들을 공격한 것에 주목하여 르팽이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인 공학을 침범한 여성들을 특별히 혐오한 것이라고 해석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여러 언론들은 몬트리올 사건을  2014년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사건이나 이에 영향을 받아 실행한  2018년 노스욕 밴 공격 사건 등과 병치시키면서, 이는 소위 인캘(Incel : involuntarily celibate, 비자발적 순결)이라 불리우는 낙오된 남성들의 일탈행동으로 보기 보다는 남성으로서 자신들이 당연히 가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권리, 즉, 여성에게 육체적·정서적 만족을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를 여성 전반에 대한 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공개적 공격으로 표출한 것으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 이러한 정부와 언론의 인식 변화는 몬트리올 주의 페미니스트 학자들과 시민사회, 희생자들의 가족들 및 생존자들이 지난 30년간 노력해 온 결과이다. 생존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은 그동안 사건의 본질이 여성혐오살인(femicide)임이 명확하게 천명되지 않아 ‘왜 14명의 여성들이 희생되었는지’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와 언론에게 사건을 제대로 인식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다른 한편 이들은 몬트리올 공대 사건에서 사용된 총기가 어째서 여태까지 금지되고 있지 않은지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 왔는데, 이 또한 곧 소기의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모식에 즈음하여 연방정부 공공안전(Ministry of Public Safety) 장관 빌 블레어(Bill Blair)는 정부가 반자동 총기의 사용을 금지를 준비 중이라 발표했다. 블레어 장관은 금지될 총기의 리스트를 생성하였으며 내각 승인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재선에 성공한 트뤼도 총리는 선거기간 동안 공약에서 반자동 총기의 민간인 사용을 금지할 것이며 지자체에 권총 등의 세부 항목에 대해 추가적인 제한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 할 것이라 약속했는데, 안전부 장관이 구체적인 총기들을 언급하지 않은 반면 트뤼도 수상은 6일 추모 행사에서 몬트리올 공대 사건에서 사용된 총기는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며 곧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 재확인 했다.


        <참고자료>
        ■ Global News(2019.12.5),‘Anti-feminist attack’: École Polytechnique plaque changes reference to massacre,https://globalnews.ca/news/6259463/ecole-polytechnique-plaque-changed/ (검색일 : 2019.12.06.).
        ■ National Post(2019. 12. 6), Feds vow to ban guns similar to one used in Ecole Polytechnique shooting,   https://nationalpost.com/pmn/news-pmn/canada-news-pmn/feds-vow-to-ban-guns-similar-to-one-used-in-ecole-polytechnique-shooting (검색일 : 2019.12.06.).
        ■ CBC, 30 years since the Montreal massacre, we still see a deadly hatred of women(2019.11.29.),   https://www.cbc.ca/radio/thesundayedition/the-sunday-edition-for-december-1-2019-1.5377096/30-years-since-the-montreal-massacre-we-still-see-a-deadly-hatred-of-women-1.5377220 (검색일 : 2019.12.06. ).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며 곧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 재확인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