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여성 실종·살해를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가해자 처벌 강화 검토
        등록일 2019-06-14

        캐나다, 원주민여성 실종·살해를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가해자 처벌 강화 검토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는 유럽계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에 대한 꾸준한 사회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탄압이 있어 왔다. 1980년대까지도 원주민 아동을 강제로 가족에게서 분리시켜 백인 가정에 입양시키거나 기숙학교에 보내는 정책이 아동 복지라는 이름으로 시행 되었으며, 원주민 여성에 대한 강제 불임 수술이 정부에 의해 자행되었다. 이런 지속적인 원주민 말살정책은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나타났고, 원주민 여성들은 실종되거나 살해되기도 했다. 그간 캐나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여성에 대한 강력 범죄 희생자들 중에서도 원주민 여성들이 다수인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해 왔고, 이에 응답하여 트뤼도 정부는 2016년 실종되거나 살해된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National Inquiry into Missing and Murdered Indigenous Women and Girls) 조사위원회를 설립하여 국가 차원의 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에는 9천 2백만 달러(약 813억)의 재정이 투입되었으며, 캐나다 전역에서 열린 24차례의 공청회와 희생된 여성들의 가족, 생존자 등의 증언과 성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위원회는 2년 반 여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결과를 지난 6월 2일, 1200페이지 가량의 최종보고서로 공개했다.
        •  보고서는 그간 캐나다에서 살해되거나 실종된 원주민 여성의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면서, 캐나다 기마경찰(RCMP)에 접수된 원주민 여성 실종 및 살인 사건만 보더라도 지난 30년간 1,186건에 달하며, 캐나다 기마경찰이 캐나다 전역을 관할하지 않는 것을 고려할 때 적어도 4천명 이상의 원주민 여성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몇 십 년 간 원주민 여성들이 꾸준히 살해 및 실종되어 온 현상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는데, 캐나다는 원주민들을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단위 자체로서 말살하려는 궁극적인 의도를 가진 정책들을 펼쳐왔고 원주민들에 대한 핍박을 국가가 이를 적극적으로 자행하거나 혹은 방관했다고 비판하면서, 캐나다의  부실한 의료, 안전하지 않은 교통수단, 정부의 방관 등이 원주민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범죄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원주민 여성의 실종 및 살해가 현재진행형인 비극이며 캐나다 집단 학살(Canadian genocide)이라는 용어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보고서는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집단 학살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캐나다 정부가 긴급하게 취해야 할 231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원주민들에게 기초 소득을 보장할 것, 원주민 언어에 영어와 불어와 같은 공식 언어의 지위를 부여할 것, 그리고 안전한 주거를 공급 하는 것 등 여러가지 정책 제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원주민 여성 대상에 대한 강력 범죄의 형사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제언이다. 먼저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의 다수가 피해자 주변인, 특히 남편이나 동거인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 만큼 형법을 개정하여 배우자나 동거인에 의한 살인을 1급 살인으로 판결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는 1999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강력범죄자가 원주민일 경우, 특히 범죄자가 원주민 기숙학교나 백인 가정으로 강제 입양되어 성장한 경우, 형량을 감형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억압되어 온 이들이 캐나다의 교정 시설에 과대 대표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보고서는 이 판결 가이드라인(Gladue principle)을 제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원주민 여성 실종 및 살인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70%가 같은 원주민인 만큼 원주민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감형 요건을 제고하여 처벌을 강화 하자는 것이다. 
        • 보고서는 또한 원주민 여성의 실종이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간 위원회는 캐나다 전역의 479개의 실종 및 살해 사건을 다루면서 캐나다 전역의 경찰에 협조를 구했지만 캐나다 기마경찰로부터 협조가 미약하였으며, 10여년 지난 두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연방법원에서 행정소송을 낸 상태이다. 또한 그동안 원주민 여성 상대 강력 범죄에 대한 논의에서는 외진 곳에서 사는 이들이 강력 범죄에 쉽게 노출 되는 이유로 공공 교통의 부재가 많이 논의되어 왔다. 휴대폰 서비스조차 미치지 않는 외진 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장을 보러 가는 원주민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셔틀 버스나 순찰차 등을 운영하자는 주장들이 그것인데,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대중교통수단이 여성에게는 또 다른 범죄의 현장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 정부가 원주민 커뮤니티에 무엇보다 안전한 교통인프라를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캐나다는 집단학살 범죄 처벌의 유엔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을 비준한 국가로서 집단학살 행위의 가해자들의 처벌에 적극적인 행동을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보고서가 공개되자 즉시 미국 정부는 국제협력을 통해 사안을 같이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최종 보고서에서 규정한 집단 학살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이냐는 것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참고문헌>

        ■ National Inquiry into Missing and Murdered Indigenous Women and Girls(2019). Reclaiming power and Place: The Final Report of the National Inquiry into Missing and Murdered Indigenous Women and Girls, https://www.mmiwg-ffada.ca (검색일:2019.6.5.)
        ■ CBC(2019.6.3.), “231 'imperative' changes: The MMIWG inquiry's calls for justice”, https://www.cbc.ca/news/indigenous/mmiwg-inquiry-report-1.5158385 (검색일:2019.6.5.)
        ■ National Post(2019.6.3.), “MMIW inquiry drew from 98 earlier reports. The same problems and unrealized solutions echo through them all”, https://nationalpost.com/news/the-mmiw-inquiry-drew-from-98-earlier-reports-the-same-problems-and-unrealized-solutions-echo-through-them-all (검색일:2019.6.5.)
        ■ National Post(2019.6.3.), “Genocide' isn't right word to describe what's been done to Indigenous women and girls: Andrew Scheer”, https://nationalpost.com/news/politics/canadas-treatment-of-indigenous-women-not-a-genocide-andrew-scheer (검색일:20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