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경제적 통제도 가정 폭력으로 간주하는 ‘가정 폭력법’ 초안 마련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과정
영국 정부가 가정 폭력의 법적 정의를 제시하고, 가정 폭력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가정 폭력법 초안(draft Domestic Abuse Bill)을 만들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영국에서는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나 동거인을 경제적으로 통제(economic control)하는 행동도 가정 폭력으로 분류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내무성과 법무부는 1월 22일 이 법안을 발표하며 "획기적인 가정 폭력법 초안(the landmark draft Domestic Abuse Bill)”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현재 영국에서 가정폭력의 법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와 의회는 2013년 내무성이 16세를 가정 폭력 피해자로 포함하고, 강압적 통제(coercive or controlling behaviour)까지 가정 폭력으로 분류하는 ‘확대된 정의’를 통상적으로 사용해왔다 2013년 내무성이 내린 가정 폭력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정 폭력이란 성별 또는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16세 이상인 연인이나 가족 구성원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거나 위협하는 행동 또는 폭력을 뜻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가정 폭력의 법적 정의(statutory government definition)를 만들었다. 이번 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 외에도 경제적 폭력(economic abuse)과 통제(controlling), 교묘한 비신체적 폭력(manipulative non-physical abuse) 등도 가정 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 초안에 따르면 “경제적 폭력에는 금전적 폭력 (financial abuse) 외에도 상대가 경제적 자원을 유지하고, 얻을 수 있는 능력을 통제하는 행동도 모두 포함되며, 돈, 음식, 교통 수단, 주거 환경을 통제하는 행위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소비를 하지 못하도록 신용등급을 낮추는 행위도 가정 폭력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초안에는 가정법원 재판 과정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질신문을 금지하는 내용도 추가로 들어가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 정부가 가정 폭력법 발의에 힘쓰는 이유는 영국 내 가정 폭력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내무성이 올해 1월 발간한 ‘가정 폭력의 사회경제적 비용' (The economic and social costs of domestic abuse)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7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가정 폭력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660억 파운드(우리 돈 약 98조 29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무성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폭력의 신체적, 감정적 피해 때문에 가장 큰 사회경제적 비용 (470억 파운드)이 발생했고, 피해자 의료 서비스 지원(23억 파운드)과 경찰력 지원(13억 파운드) 등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번에 발표된 가정 폭력법 초안과 더 광범위한 정책은 앞으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정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GOV.UK (2019) “Government publishes landmark domestic abuse bill”, 2019년 1월 21일, https://www.gov.uk/government/news/government-publishes-landmark-domestic-abuse-bill(접속일자 2019년 3월 13일)
GOV.UK (2019) “Transforming the Response to Domestic Abuse Consultation Response and Draft Bill”,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772202/CCS1218158068-Web_Accessible.pdf(접속일자 2019년 3월 13일)
CNN (2019) “Economic control recognized as domestic abuse in new UK draft law; offenders may face lie-detector tests”, 2019년 1월 21일자 https://edition.cnn.com/2019/01/21/health/uk-domestic-abuse-bill-gbr-scli-intl/index.html (접속일자 2019년 3월 13일)
House of Commons Library (2018) "Domestic Violence in England and Wales", http://researchbriefings.files.parliament.uk/documents/SN06337/SN06337.pdf(접속일자 2019년 3월 1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