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前)축구 감독 베리 밴넬, 유소년 축구 선수 상습 성폭행, 30년형 선고받아
        등록일 2019-03-15

         영국 (前)축구 감독 베리 밴넬, 유소년 축구 선수 상습 성폭행, 30년형 선고받아

        황수영 브리스톨 대학교 공공정책 석사과정


        최근 우리나라 체육계에서 폭력과 성폭력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축구 강국인 영국에서 과거 유명 축구 감독이 상습적으로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성폭행한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2016년 이 사건이 처음 폭로되자, 만 16세가 되면 상호 동의  하에 합법적인 성관계가 인정되는 영국에서 체육 감독이 만 16세 이하 선수들과 성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영국 사회에 큰 파문이 일었다.
        지난 2016년 11월, 영국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데이비드 화이트가 유년 시절 축구 감독인 베리 밴넬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화이트는 영국 프로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했던 인물로 1998년 은퇴했다.
        그는 2016년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1970년 후반, 1980년 초반 무렵 내가 유소년 팀에 있었을 때 밴넬에게 오랫동안 성적 학대를 당했다”며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밴넬의 범죄 사실을 고발했다. 또 화이트뿐 아니라 앤디 우드워드, 스티브 워터스 등 영국 프로 구단에서 활약했던 유명 전직 축구 선수들도 “유소년 선수 시절 밴넬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전직 축구 선수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밴넬은 ‘축구 신인’을 발탁하는 영국 프로 구단의 유소년 축구팀 감독이자 스카우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맨체스터 시티와 크루 알렉산드라 FC 소속 감독이었으며 “내 손을 거쳐야 프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자랑했을 정도로 축구계에서 힘이 막강했고,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겐 “내가 너희들의 꿈을 이뤄줄 것”이라며 자신을 신격화했다. 하지만 밴넬은 권력을 이용해 축구 경력을 쌓기 원하는 어린 남자아이들만 노리는 소아성애자였다.
        하지만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폭로가 이어지면서 수십 년간 숨겨져 있었던 밴넬의 끔찍한 학대가 2016년에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영국 법원은 2018년 2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수백 차례에 걸쳐 성적 학대를 가한 혐의로 밴넬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밴넬에게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축구 선수는 총 86명에 달했다.
        밴넬의 피해자 중 성적 학대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자살한 인물도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전도유망한 유소년 축구 선수였던 마크 헤이즐딘은 1982년 밴넬과 단둘이 스페인 여행을 떠난 적 있으며, 법원은 헤이즐딘이 2006년 자살한 이유가 밴넬의 성폭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봤다.
        밴넬에게 30년 형을 선고한 클래먼트 골드스톤 판사는 판결문에서 “밴넬은 축구가 인생 전부인 소년들의 상황을 악용해 갑질을 일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사는 "밴넬은 소년들이 인생 전부를 바쳐 축구 경력을 쌓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축구 선수들에게 밴넬은 그들의 꿈을 이뤄주는 신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에서 밴넬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였고, 자신의 성적 쾌락을 위해 순수한 소년들의 유년 시절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2016년‘밴넬 사건’이 축구 강국인 영국 사회를 뒤흔들자 2017년 영국 정부는 체육 감독들이 자신이 지도하는 만 16세 이하 선수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안을 내놨다. 영국 법에 따르면 만 16세부터 상호 동의하에 합법적인 성관계가 성립되지만, 교사, 상담사들이 만 16세 이하인 학생 또는 상담 대상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은 불법이다. 체육계는 이 같은 규정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정부 안은 지금도 계류 중이다. 영국 사법부가 “아직도 법을 추가 검토 중”이라며 법 시행을 미루자 시민단체들은 "체육 감독도 자신이 관리하는 만 18세 이하 체육 선수와 성관계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