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스포츠를 위한 스웨덴의 노력
홍희정 웁살라대학교 젠더연구센터 객원연구원
- 지난 2011년 스웨덴의 유명 스포츠계 인사인 파트릭 훼베리(Patrik Sjöberg)가 자서전인 ‘당신이 보지 못했던 것(Det du inte såg)’을 펴내면서 스포츠계에서 암암리에 일어났던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파트릭 훼베리는 자서전에서 스웨덴 스포츠계에서 인정받는 코치이자 자신의 양부였던 빌리오 노우시아이넨(Viljo Nousiainen)의 성적 괴롭힘에 대해 폭로했다. 파트릭 훼베리는 고교 엘리트 스포츠 선수로써 노우시아이넨의 지도를 받으면서 올림픽에서 세 개의 매달을 따는 등 우수한 성적을 냈었기에 대중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 파트릭 훼베리에 따르면 지도를 받던 11세부터 14세까지 성적 괴롭힘을 당했으며, 성장한 이후에서야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의 자서전이 발간된 이후 노우시아이넨에게 지도를 받았던 또 다른 유명 육상선수 야닉 트레가로(Yannick Tregaro) 역시 동일한 진술을 했다. 그는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에는 그것이 성희롱과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수치심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당시 파트릭 훼베리와 야닉 트레가로와 함께 훈련을 했었던 크리스티안 올슨(Christian Olsson)도 이들의 진술에 힘을 싣는 주장을 했다. 당시 본인은 노우시아이넨의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지만, 그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 이러한 증언을 통해 당시 스포츠 연맹은 노우시아이넨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어 대중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스포츠 연맹(Riksidrottsforbundet) 의장이었던 카린 맛손 위베르(Karin Mattson-Weijber)는 기자회견을 통해 스포츠 연맹은 아동 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향후 개인 및 스포츠 클럽에서 학대 및 성적 괴롭힘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 이후, 스포츠 연맹은 학대 및 성적 괴롭힘과 관련하여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리고 스포츠 지도자들의 배경조사를 통해 학대나 성적 괴롭힘의 과거가 있는 경우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했다.
- 새롭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에는 모든 스포츠 클럽 회원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지도자, 운동치료사(의사 및 간호사 포함), 상담사, 선수들의 경우 성 범죄 및 성평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지도자를 제외한 2명 이상의 선수가 있을 때 훈련을 해야 한다’등이 있다. 이러한 규칙과 함께 스포츠클럽에 속한 모든 사람들은 향후 관련 범죄를 일으킬 경우 처벌은 물론 스포츠계에서 영원히 퇴출 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성희롱 및 성폭력 정책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 성범죄와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성희롱과 성폭력에 해당하는 언어, 동작, 행위, 상황 등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자신이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그루밍 성폭력, 권력형 성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 유형을 인지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황 예시 등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 사실이 장기화되거나 은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약 피해를 입은 경우 다양한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
- 이외에도 최근 스웨덴 미투 운동 이후 스포츠 연맹은 스포츠 성폭력 관련 정책을 새롭게 발표했으며, 2018년 11월 15일 스포츠 옴부즈맨을 신설하고, 내부 고발자 서비스를 도입했다.
- 스포츠 옴부즈맨의 역할은 사례 접수 및 상담, 스포츠 연맹의 법령(제14장)에 따라 의심 되는 범죄에 대해 조사할 수 있고, 변호사 또는 아동 및 청소년 스포츠 전문가와 같은 내부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권한을 갖는다. 내부 고발자 서비스는 피해 사례를 목격했거나, 직접 피해를 당했을 경우, 두려움으로 사건이 은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운영된다. 따라서 내부 고발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모든 메시지는 기밀로 처리되고, 제보자는 익명처리 되며, 제보 사실은 스포츠 연맹 임원 및 관련 외부 감사로 구성된 위원회에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내부고발 사례가 접수되면 회의를 통해 추가 조치를 결정하는데, 범죄로 추정될 경우 경찰에 혐의 사실을 신고하고 사회복지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파트릭 훼베리의 폭로로 시작된 스포츠 성폭력의 문제는 스웨덴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스포츠 성폭력에 침묵하고 있었던 관계자들의 각성을 끌어내고, 대중의 관심을 통해 스포츠계의 새로운 성폭력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1999년 사망함으로써 형사 처벌을 하지 못한 노우시아이넨에게도 불명예를 안김으로써 사회적인 처벌을 할 수 있었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시는 노우시아이넨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도로명에 붙였다. 하지만 예테보리 문화위원회는 지난 2011년 9월 파트릭 훼베리와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도로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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