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노인의 실상과 대책: 한국 여성노인 사회세계를 중심으로
        저자 구자순
        발간호 제028호 통권제목 1990년 가을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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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Ⅰ. 연구의 목적 및 필요성 
        Ⅱ. 연구의 이론적 관점 
        Ⅲ. 연구방법 
        Ⅳ. 연구의 분석 및 결과 
        Ⅴ. 결론 및 제언 


        Ⅰ. 연구의 목적 및 필요성 

        이 연구의 목적은 현 한국사회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유형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혹은 신화적인 것으로 남아 
        있는지를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밝혀 보면서 노인문제를 규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데 있다.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한계를 
        보여 주고 있어서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특별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위기상황을 만들고 있다(주:이 경험을 실존주의 철학자인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한계성 경험(boderline experiences)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경험들을 일상생활에 포함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사회생활의 기본구조를 
        파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에 고심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설적이지만 젊음, 건강, 삶을 숭배, 예찬하게 되었고, 
        가능한 한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을 숨기게 되었으니 이것이 곧 노인문제 
        발생 및 그 심각성의 논점이 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도 노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기 보다는 남성인 것이, 늙다는 것 보다는 젊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늙었다는 이유로 
        이중차별을 받고 있다는 가정은 여성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분석해 
        볼 때 밝혀질 수 있게 된다. 학자들, 사회운동가, 교육가 및 정책수립자들이 
        성과연령에 따라 삶의 요구와 필요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연구나 정책수립에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성노인은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하면 남녀 모두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여성하면 젊은 여성만 떠올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성운동이 한창 
        일어나고 있지만 여성노인은 제외된 느낌이다. 왜냐하면 여성운동의 기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로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젊은 여성들의 문제점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운동이 성의 구별과 성의 차별에 대한 논쟁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여성들이 가족부양, 자녀양육, 교육, 경제 및 
        고용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성과 연령에 의한 이중차별에 대하여는 아직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노령기에 접하게 되면 
        여성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현재 여성노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이 
        심각성 만으로도 즉각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다음에 제시하는 점들은 
        우리가 여성노인에 대하여 왜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첫째,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은 인간의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앞으로 그들 생애에 있어서 20-30년의 노령기를 보낸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노령에 달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여성노인은 미망인이다. 특히 보호가 가장 필요한 80세 이상인 
        여성노인이 증가하고 있어서 누가 이들을 돌볼 것인가는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주:이는 198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UN주최의 World Assembly on 
        Aging에서 언급되었다.). 현대사회의 특징인 인구노령화로 인한 노인문제는 곧 
        여성문제이다. 

        둘째, 여성노인은 동질집단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이와는 달리 이질집단이라는 
        사실이다. 여성노인들을 자체적으로 하나의 동질집단으로 기술하기 보다는 
        이질집단으로 다른 집단들과 비교·분석하여 봄으로써 여성노인들의 특수성을 
        알아 보아야 한다. 특히 여성노인들 중 고령노인, 저소득노인, 무자녀 노인, 
        농촌노인 등 하위집단으로서의 여성노인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많은 여성노인들이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하여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여성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주로 문화적으로 내려오는 것으로서 이것이 급변하는 사회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혹은 신화적인 것으로 남아 있은지를 밝혀 보는 연구가 
        필요하다. 

        넷째, 여성노인의 삶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자료가 부족하다. 여성들이 
        노령화과정을 겪으면서 一生事를 어떻게 처리해 왔고 또 어떻게 처리해 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여성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연구의 
        관심대상은 주로 젊은 여성으로 일, 직장, 생활방식, 가족관계, 사회경제적 
        지위가 주였으며, 여성노인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었다. 이는 기존해 있는 
        여성학 및 노인학 연구논문을 살펴 보면 알 수 있다(주:필자가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에서 간행되고 있는 한국 박사 및 석사학위논문 총목록, 정기간행물 
        기사색인, 수서목록, 그리고 한국여성개발원 발행의 여성관련문헌해제서지를 
        통해 여성관련문헌을 찾아본 결과 10편 정도이다. 필자의 "한국노인 문제 연구의 
        현황과 전망" 및 "노인복지 정책 개발을 위한 연구 최종 
        보고서"(정무장관(제2)실, 1988년 12월)를 참조 할 것.). 현재의 한국 
        여성노인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전통문명이나 문화에 삶의 근거를 둔 마지막 
        세대로서 이들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격렬한 변화를 겪어 내는데 선구자였고, 
        행위자였고, 노예였고, 희생자였고, 수혜자였다. 이들의 삶의 세계를 알아 
        봄으로써 이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안전하게 늙어가는 법을 
        알아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노령인구의 대부분이 여성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긴요한 사회정책 자료로서의 여성노인에 대한 연구자료가 
        필요하다. 

        다섯째, 일반 대중들이 여성노인들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노인 자신들도 자신에 대한 관심이 적다. 여성들이 노령기에 대하여 
        관심을 갖도록 여성노인에 관한 연구결과를 널리 알려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젊은 세대가 노후준비를 하는데 필요한 지침 자료를 제공하며, 전여성들에게 
        적극적인 삶의 방식 및 발전을 추구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상의 이유들이 우리가 왜 여성노인을 연구해야 되는 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여성인구의 증가와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라 여성노인의 연구는 절박한 
        것이다(주:여성노인의 인구증가 및 구조를 위하여 필자의 "노인여성과 사회적 
        차별문제", [여성문제연구] 제15집, 효성여자대학교, pp.133-148, 1987을 참조할 
        것.). 


        Ⅱ. 연구의 이론적 관점 

        인간의 노령화는 사회적 배경, 사회적 관계, 사회적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령화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또는 그와 반대로 사회가 
        노령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중심으로 여러 이론들이 구성될 수 있다. 
        기존의 한국 노인연구들을 정리해 보면 여성노인들은 사회적으로 존재가치가 
        가장 적은 집단이라는 가정하에 불리한 위치에 놓여져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주:필자의 "노인여성과 사회적 차별문제"를 참조할 것.). 이는 대부분의 
        노인연구가 특정이론들과 통계적 자료처리에 의해 일반적인 노인문제를 
        지적하였기 때문이다(주:지금까지 한국의 노인연구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인 
        현대화 과정에서 빗어지고 있는 노인의 지위하락과 역할상실에 근거를 두고 있는 
        노인 저가치설을 설명하는 노인사회학의 현대화 이론(modernization theory of 
        aging)을 중심으로 실행되었다. 필자의 "한국노인문제 연구현황 및 전망"을 
        참조할 것.). 한국 여성노인들이 실제로 처한 현실과 상화에 따른 삶의 경험을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이론과 방법들에 의한 연구를 행함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지식탐구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노령화 및 노인에 관한 이론들을 일단 접어두고 
        여성노인들이 처한 상황과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이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위하는 방식을 살펴 봄으로써, 이들의 의식속에서 생산하며 표출시키는 
        일상생활의 이론을 알아 보았다(주:Oack Douglas(1974), Understanding Everyday 
        Life, London ; Routlefge & Kegan Paul.). '일상생활'이라는 개념은 매일매일의 
        생활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나'와 '너'의 행위 및 의식의 상호작용관계를 
        포함하고 있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속에서 구성되고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이미 많은 사회학자들이 예를 들면, 상징적 교섭론, 연극학적 
        분석, 낙인이론, 현상학 및 민속방법론, 그리고 실존사회학 등이 일상생활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을 묶어 '일상생활의 사회학'이라는 표제가 붙여 
        지기도 하였다(주:Jack Douglas(1980), etal. Introduction to the Sociologies 
        of Everyday Life, Boston ; Allyn & Bacon, Inc.). 

        일상생활의 이론은 구체적 상황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험, 
        관찰, 이해, 묘사, 분석, 그리고 의사소통에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험, 관찰, 이해, 묘사, 분석, 그리고 의사소통에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의 현장을 궁극적 실체로 보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복잡하고 문제성 있는 실제를 열림 마음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현재의 한국 여성노인은 일제시대에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고 결혼하여 
        자녀양육을 하였으며, 공업화, 도시화로 급변하고 있는 시기에 노령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응당 그러려니'하는 일상의 지식, 즉 이들이 
        배워왔던 바, 믿고 있는 바, 믿으려고 하는 바가 통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일상생활에 위기를 느끼는 사람들로 노령기의 생활세계에 적응해 나가기 위하여 
        자기 나름대로 일상생활의 행동전략을 구성해 내고 있다(주:John Lofland(1976), 
        Doing Social Life, New York ; John Wiley.).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행동전략이 
        필요한 구체적 위기상황으로는 1)확대가족의 구성원으로 노모, 조모, 시모가 된 
        상황 2)젊은이와 노인을 구분하는 상황 3)자신의 자아정체가 여성노인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의하여 일치하는 상황 4)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끼는 
        상황들이다. 이러한 상황은 주로 타인과 갖는 관계, 즉 사회관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자체로서 예방, 처방, 교정, 변화, 변형을 요구하고 있으며, 
        행위자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취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일컬어 전략이라고 
        부른다(주:John(1976), Lofland.). 따라서 여성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행동전략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타구성원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의 행동전략을 알아 봄으로써 한국 여성노인의 일상생활이론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한국 여성노인의 삶의 세계를 설명하여 주는 것이 된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1988년 1월부터 1989년 9월까지 전라북도 김제군 
        W면을 여러차례 방문하여 연구대상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참여관찰 
        하였다(주:김제는 1989년 1월1일부터 시로 승격 되었으나, 이는 김제지역 자체의 
        요구보다는 정치적 요구가 결정요인으로 더 영향을 주었다.). 김제지역은 
        호남평야의 핵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쌀농사로 유명한 곳이다. W면은 
        비산비야로 비옥한 지대이며 9개의 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곳 면사무소와 
        이장들의 도움으로 80세 이상된 전체 여성 53명의 명단을 작성하였으며, 
        일차적으로 사회적 성격 및 실태파악을 위하여 구조화된 질문으로 면접을 
        하였다. 이들 중 심층면접이 가능한 대상자 25명의 삶의 이야기(life stories)를 
        수집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질적·양적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였으며, 이는 여성노인에 대한 실태조사 및 심층적 연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80세 이상된 여성들로 제한한 이유는 자타가 이들을 노인으로 
        규정하므로 노령 및 노인개념정의헤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4대간의 관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연구는 주제, 범위, 규모, 시간 등 연구자가 감당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본 연구자와 친숙한 농촌지역인 김제군 W면을 선택하였다. 
        농촌을 선택한 이유는 농촌의 여성노인은 오랜기간동안 농촌거주자로 '응당 
        그러려니'하는 배경에서 삶을 살아 왔으므로 행위와 배경의 의미있는 관계를 
        밝혀 내는데 적합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 노동력의 離農向都는 핵가족화와 
        더불어 노인과 자녀들과의 분리를 가져오는 동시에 농촌지역에 있어서 
        영농인력의 고령화 및 여성화와 함께 노인가구의 증가현상을 가져오고 있어서 
        농촌 여성노인들이 어떠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의문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역사적 감각을 지역사라고 간주한다면 한 지역의 여성의 
        삶에 대한 연구는 한국여성 전체의 경험을 안팎으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 앞으로 
        이 지역의 여성의 삶의 현실이 어떠한가를 알아보고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봄으로써 지역간의 차이를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본질적으로 여성노인에 대한 관심때문에 이들이 평생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통하여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구조와의 관계를 
        밝혀보기 위하여 연구대상자를 객관적 존재가 아닌 주관적 존재로 보았다. 
        여성의 입장을 취하고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보편적 관계를 이루는 가족, 일, 
        이웃을 중심으로 사회세계에서 표출되는 노령, 노령화, 노인의 의미와 이해를 
        밝혀 보았다. 사회학의 연구대상인 사회세계는 인간행위와 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나'와 '너'의 행위 및 의식의 상호작용의 체계이며, '나'만의 
        세계가 아니고 '나'와 '너'의 상호주관적 세계이다. 사회세계는 의식에 의하여 
        구성되며 사물뿐 아니라 문화적 산물, 집단, 조직, 제도 등도 포함 되기 때문에 
        행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준다. 상호주관적 
        세계→사회세계→상호간의 의식의 통일성을 의미하며, '나'와 '너'가 동일한 
        주위세계를 가지며, 동일한 공동체에 속하고 서로 인격적으로 경험하고 
        상호소통이 이루어 질 때 사회세계가 구성된다. 여성노인의 사회세계는 
        여성노인과 행위하는 타인과의 상호주관성을 뜻하고 타인과 만나는 곳이며 
        '우리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여성 노이들의 고유한 행위는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들에 의해 이해 될 수 있으며, 이에 의해 형성된 의식세계를 
        설명함으로써 이들을 개인으로서, 더 나아가 집단으로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Ⅳ. 연구의 분석 및 결과 

        1. 대상자의 사회적 성격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80세 이상인 농촌여성으로 동질성이 있지만 연령, 종교, 
        문자해독정도, 자녀수, 동거형태, 혼인상태, 경제활동참여, 건강상태 등에 따라 
        이질성을 보여주고 있다. 80대가 39명(74%)이고 90대가 14명(26%)으로 
        나타났으며 최고령은 98세였다. 정식교육을 받은 이는 하나도 없었으며 한문을 
        배운 사람이 3명(5.6%), 한글해독이 6명(11%)이었고, 나머지 42명(79%)은 
        문맹이었다. 종교는 개신교 14명(24%), 구교가 1명(1.6%), 불교가 
        3명(5.1%)이었으며 나머지 35명(59%)은 무교였다. 동거형태는 혼자사는 경우가 
        6명(10.2%), 남편과 사는 경우가 1명(1.9%), 60-70세중 아들부부와 동거하는 
        경우가 17명(32%), 3대동거형태가 19명(36%), 4대동거형태가 3명(5.6%), 
        고부간의 동거가 3명(5.6%)이었다. 나머지는 손주며느리, 조카, 딸, 언니와 각각 
        살고 있었다. 경제적 의존상태는 생활보호대상자가 7명(13%), 자립이 5명(9.4%), 
        자녀와 동거의존이 41명(77%)이었다. 혼인상태는 2명(4%)만이 기혼이었고, 
        나머지 51명(96%)은 미망인이며, 무자녀 노인은 3명(5.6%)이었다. 건강상태는 
        와상이 3명(5.6%), 심한 정신질환이 1명(1.9%), 그 외는 활동가능한 상태에는 
        유독히 귀가 나쁜 경우가 21명(40%), 눈이 나쁜 경우가 3명(5.6%), 다리가 아픈 
        경우가 6명(11%)이었다. 

        2. 노령, 노령화, 노인에 대한 자아의식 
        무엇이 인간을 늙게 만드나? '노령 노인'에 관한 정의는 사회적으로 창조되는 
        것이지 존재해 있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사회학적 가정이다. 따라서 
        인지하는 사람들의 힘과 영향력에 의하여 재구성, 해석되어지면서 변화하고 
        있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예외없이 자신들을 노인이라고 칭하고 있었고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으며 늙은 것이 부끄럽다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 쇠약과 
        머리가 하얗게 되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령의 시작으로 보고 있었다. 늙어서 
        가장 서운한 것은 주위에서 늙은이라고 무시할 때라고 한다. 여기서 주지해야 할 
        것은 "늙은이를 무시한다"는 말의 의미이다. 늙었다는 쓸데없는 동정을 해준다는 
        뜻과 노인으로서 존경과 공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말과 연관지어 표출된 말을 보면 ①"늙은이는 상대도 
        안해 주려고 해" ②"늙은이구 젊은이구 사람 맴(맘)은 다 똑같은 거여" 
        ③"시에미 말을 안들어", "요새는 며느리가 시에미다", "내가 무슨 심(힘)이 
        있간디, 그저 며느리 하라는 데로만 하지" ④"늙어서 구(귀)찮아서 못하겠는 
        데도 할 수 없이 일을 혀" "그저 몸뚱이가 말을 안들어" ⑤"요새 늙은이는 
        효도받을 맘이 없어, 그저 지들(자기들)이나 잘살면 족혀" ⑥"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어디 맘대로 먹을수 있간디" ⑦"늙은이도 테레비에서 보면 관광도 가고 
        하는데 가고 싶어도 못가" ⑧"늙었어도 가만히 있으면 안듸여, 손을 놀려야지" 
        ⑨"너무 오래 산 것 가터(같어), 빨리 죽어야 쓰겠는디, 아들 며느리한테 짐이 
        될까봐 제일 걱정이여" ⑩"머리가 허연 아들하고 같이 늙고 있어서 맘이 편치 
        못혀" ⑪"무슨 얘기를 해줄께 있간디? 이 무지렁이(무식자)가 뭐 알간디" 
        ⑫"우리 아들은 효자여" ⑬"내가 산것이 다 역사여" ⑭"나랏님 덕분에 살고 
        있어" ⑮"입성할려고 베옷을 준비했어". 

        이상의 말들을 사회적 상황별로 분류하여 보면 ①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쇠약 
        및 특징으로 노인취급을 받는 상황(1,3,4,9,10,13,14) ②공경과 효도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하는 상황(3,4,5,6,8,9,11,12,14) ③일과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1,2,4,7,8) ④현대사회에 적합한 지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1,3,11) ⑤죽음을 기다리는 상황(9,10,15) ⑥존경받는 상황(12)으로 나누어 
        질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그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사회행위자로서 
        여성노인이 살아가고 있는 복잡한 사회에서 구성된 가치, 신념체계를 중심으로 
        노인, 노령의 의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3,4,9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위기상황으로 풀이될 수 있으며 이는 고부간의 편치못한 상황, 건강이 
        좋지 않을때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행동전략이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지할 바는 이들은 
        노인이 되면 비로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데를 가는 것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는 말은 
        그동안 살아 오면서 사회로부터 제제, 압박을 받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이다. 즉 사회구조로부터 유연해질 때 비로소 삶이 무엇인지, 무엇이 사람을 
        늙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노인이 되었는지가 불확실한 채 할머니가 되고, 환갑이 지났다는 것 
        이외에는 계속 같은 신념체계를 가지고 살아 왔다;"평생을 여기에서 농사 
        일하며, 시부모 뫼시고, 자식키우고 산 것 밖에는 없어". 이것이 연령구분으로 
        인한 노령기와 합하여 행위기준이 불확실해 지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즉, 노령기의 규범과 기대감이 불확실해 졌다는 것이다. 노령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미를 부여하며 노인을 
        난처하고 불리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늙은이로 혹은 젊은이로 
        행세하는 두 경우가 엇갈리고 있으며, 항상 선택해야 하는 강압적 상황에 처하여 
        반응을 하게 된다. 자신이 노인이라고 의식을 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들은 노인취급을 하는 사람들과 
        수많은 상황에서 행위를 하여야 하며 이때 이들의 행동전략이 세위지게 된다. 

        3. 한국 여성노인의 사회세계 
        가. 가족세계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공유된 경험이나 애정이 가장 많은 관계가 가족관계이다. 
        가족은 원초집단으로 개인의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밀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관계로 인간소속, 결속 및 큰 기대감을 갖게 되며 만족감, 행복, 희망 
        등의 큰 근원이 된다. 

        우리는 노인의 가족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확대가족의 구조 및 형태의 
        적합성을 살펴보게 된다. 한국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노부모 부양 및 보호가 
        '효'이데올로기를 근거로 일상생활의 규범 및 신념으로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에 한국노인들은 장자상속제에 의하여 장남가족과 동거생활을 하면서, 
        부양과 보호를 받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공업화, 도시화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화는 한국 농촌가족에게 세대간의 노동분업과 지리적 별리를 
        가져왔으며, 젊은 세대는 도시로 이주하고 노부모는 농촌에 남아 '농토'와 
        '집'을 지키며 조상제사를 받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동거 가족수가 줄어들고 
        노인 단독세대나 노모와 노령기에 있는 아들부부만 동거하는 노년 핵가족이 
        늘어나고 있느며, 반면에 확대가족은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노인들의 
        동거형태변화는 한국 사회구조변화에 의한 부산물이며, 노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다 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여성노인의 가족세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동거하고 있는 가족을 중심으로 남편과의 관계, 성인자녀와의 
        관계(며느리포함), 손자녀와의 관계, 증손자녀와의 관계를 다루었다. 

        1) 남편과의 관계: 본 연구 대상자중 3.8%만이 기혼자이며 나머지 96.2%는 
        미망인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의 수명연장으로 노부부시기가 긴 실정이다. 
        노부부는 젊었을때 보다 노령기의 결혼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다. 함께 활동하고 
        서로 허약해 지는 단계에서 서로 의지하며 아껴줌으로써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대표적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 1> 이 ㅇㅇ할머니(81세), 조 ㅇㅇ할아버지(85세) 부부 
        이 할머니는 17살에 21살 먹은 조 할아버지한테 시집을 와서 지금까지 
        이집에서 계속 살아왔다. 슬하에 자녀가 하나도 없었다. 애기가 없으니 자연히 
        부부사이에 불화가 잦았다. 할머니가 사주를 보니까 팔자에 애가 없다고 했다. 
        작은 집을 얻어도 애가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손을 보려고 여자와 여러번 
        보았으나 허사였다. 작은 마누라가 들어와서 살다가 애가 안생기니 나가곤 했다. 
        작은 마누라 보느라고 돈도 숱하게 없앴다. 결국은 본집을 살려야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시어머니도 결국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주위에서 
        양자를 들이라고 해서 당숙의 둘째아들을 맞았다. 현재 양아들이 65세이며 손자 
        셋, 증손자 다섯이 있다. 이후로는 부부싸움이 별로없고 서로 아껴주고 의지하며 
        산다. 신혼때 보다 지금이 더 좋다.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잘 해주니까 속도 안 
        상하고 살고있다. 서로 먼저 죽으라고 그런다. 그래야 죽은 후에도 보살펴 줄 수 
        있으니까. 농지를 세줘서 나오는 돈을 둘이 쓰고 텃밭을 가꾸어 남새(채소)를 
        대고 있다. 양아들은 전주에서 살고 있으며 명절때나 생일날 온다. 

        여성노인의 사회적 특성의 하나는 배우자 상실이다. 본 연구대상자의 80%가 
        40대-50대에 남편을 사별하였다. 둘이 살다 하나가 죽는 것은 외로운 일이었다. 
        특히 이때는 자녀의 혼인을 결정할 시기였으므로 혼자 중요한 일처리를 할 때 
        마다 남편의 존재가 아쉬웠다고 한다. 동반자 역할을 그리워하였고 속마음을 
        털어 놓고 애기할 상대가 없어서 혼자 삭이고 있었다. 아들이 있지만 속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외롭다고 하며 할아버지가 옆에 있으면 좀 나을 것 같다고 한다. 

        <사례 2> 나 ㅇㅇ할머니(84세) 
        나 할머니는 14세에 17세된 신랑한테 시집왔다. 21세에 첫아들을 낳고 쭉 아들 
        셋, 딸 셋을 낳았다. 할아버지는 58세에 돌아가셨다. 당시에는 큰아들과 큰딸만 
        여웠고 나머지 자식은 할머니 혼자 여웠다. 둘째 아들이 6.25 전투에 나가 
        죽었다. 현재는 셋째아들 부부, 군대갔다와서 W대학에 다니는 손주와 살고있다. 
        셋째며느리가 사람이 좀 모자라고 고집이 있어 할머니가 살림을 하고있다. 
        아들은 김제읍에서 작은 각시를 얻어서 딸 둘을 낳았다. 아들하고 싸울때는 
        "영감! 영감! 자식하고 못살겠네. 어서 날데려가, 나혼자 서럽고 폭폭하고 
        못살것네. 어서 날데려가 나하고 함께 살게 내소원이 그러렁께"라고 하면 쏙 
        들어가 버리고 아무 소리도 못한다. 할아버지 묘가 밭근처에 있어서 오매가매 
        지나며 앉아서 "영감 나없으면 못산다고 하더니 간지가 시방 몇 천년이 되어도 
        안오네. 나랑함께 살제하더니만 어디와서 이렇게 있고 나는 자식들하고 살랑께 
        서럽고 영감만 생각나고 그러네"하고 소리를 하고 온다. 

        여성노인들은 "열자식 있어도 남편만 못하네"하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남편의 생존의 이들의 삶의 만족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부재로 인한 감정적 차원에서 외로움, 그리움을 지니고 있었으며 자녀와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할때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2) 자녀관계:노인의 가족관계라면 주로 성인자녀 가족과의 관계를 지칭하고 
        있다. 자녀가 성장하여 자신의 가족을 이루게 되면 노부모와의 관계가 그저 
        단순하지 만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함께 동거하고 
        있는 아들부부를 중심으로 자녀관계를 살펴보았다. 전체 대상자의 80%가 
        아들가족과 동거하고 있었다. 자녀관계는 아들이 가장으로 가독권(家督權)을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해 가고 있어서 서운하고 외롭다고 한다. 어쩌다 무슨 
        일이 돌아가고 있는지 깝깝하여 아들한테 물어 보면 "어머니는 무얼 그리 꼬치 
        꼬치 아실려고 혀"하며 핀잔을 한다. "요새는 아들들이 부인 따라서 하라는 데로 
        혀. 내가 참아버려야 혀. 병신이 되어 버려야 혀. 병신이라고 아주 병신인가? 
        그래도 속은 다 있어. 그래도 우리 아들은 효자여". 이렇게 표출된 말을 통하여 
        우리는 노모가 집안의 연장자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처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에 대한 유교적 효도의 
        절대성 내지 보편성의 특징으로 여성노인들도 효의 대상으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적 지위도 젊었을때 보다 상승되면서 안정적인 것이 
        되었다. 효의 대상으로는 남녀가 동등하였으며 연령에 따라 연장자라는 점에서 
        노모의 권력과 위세도 증가 하였다. 가정일에 관한 한 자녀에게 센 발언권을 
        가지며 고부간에는 주종관계가 성립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여성노인들은 
        동거하고 있는 아들의 가부장적 권위에 근거한 '여성무시'와 젊은 세대의 
        '노인무시'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될 수 있으면 아들 뜻을 
        받들려고"하며 가정일에 핵심인물이 되기 보다는 주변인물로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 중시해야 될 바는 여성노인들의 모성 및 모권의 한계성이다. 아들은 父의 
        생존시에는 모친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 스스로 인정을 해주고 있으나 父의 
        사망후에는 가부장권 계승으로 인하여 모권무시가 현실속에서 나타나게 되고, 
        이에 근거한 모성무시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노인들은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어머니로 혹은 노인으로 행동전략을 선택해야 되는 실존적인 
        존재 되고 있다. 그나마 바램이 되고 있는 것은 아들의 효행이니 이는 우리의 
        전통가족 문화가 여성노인들에게 내면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와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미묘한 관계로 껄끄러운 것이었다. 특히 남편과 
        사별후 아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문화적 요구와 동시에 가족내의 최연장자로서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자리다툼으로 인한 고부간의 사회적, 심리적 갈등은 잘 
        알려져왔다. 본 연구 대상자들이 표출하고 있는 며느리와의 의미 있는 관계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시방 사람은 며느리에게 큰소리 하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집살이 시켜. 
        시방은 꺼꾸로 됐어", 
        "며느리에게 섭섭할 때가 많아. 며느리가 안 알아줘", 
        "옛날에는 시부모 공경하고, 안하면 죽는 줄 알았어. 시방대로 살아야지 
        며느리 하자는 데로 혀", 
        "요새는 며느리가 시에미야. 하기는 며느리도 시에미가 되었으니까". 

        주지할 바는 가족내에서 며느리 자신이 시어머니가 된 상황에서 고분간에 
        '시어머니'로서의 지위확보와 역할수행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사례 3> 최 ㅇㅇ할머니(84세) 
        최 할머니는 17세에 16세된 신랑한테 시집왔다. 시집와서 시할머니, 시부모, 
        큰동서네 식구와 함께 살았다. 시할머니가 고약스러워 시집살이를 몹시 했다. 
        아들 셋, 딸 둘을 낳았다. 현재 큰아들부부와 셋이서만 살고 있다. 큰아들은 
        입이 무거워서 암씨렁 안타. 큰며느리(57세)는 배운 며느리를 들여 
        왔다(여고졸). 며느리가 하자는 데로 해야 맘이 편하다. "시에미 고집을 팍 죽여 
        버려야지 소용이 없어. 저도 시에미가 되었으니까". 할머니는 며느리가 안 
        알아주고 매사에 의견이 안맞아 섭섭하다. "배운게 많으니까 그러겠지……"라고 
        생각한다. 며느리가 할머니에 대하여 갖는 불만을 보면 "나도 며느리를 얻었는데 
        어머니가 거시기 이해애줘야지. 나도 내세상 살아야지. 나도 안얻고는 그걸 
        몰랐어. 며느리를 얻고나니 그게 아녀. 우리 며느리가 생각하면 우선 
        시할머니→시아버지→시어머니 순이여. 우선 시할머니 진지잡수시라 하면 
        시어머니는 둘째고 정성이 덜가지. 그러니까 내가 그 위치에 왔어. 내가 중간에 
        들어왔어. 어머니가 말을 편히 해줘야지. 내가 며느리한테 뭘 주면 참견하셔. 
        주라고 하시는데 며느리는 시할머니 줄려고 하는데, 시어머니는 안줄려고 
        한다고. 어머니는 나이도 왠만하시고 당신이 생산도 안하시니 그냥 편하게 마음 
        잡수시고, 잘 잡수시고 살면되는데 뭣하려 간섭하냐 이거여. 가정에서 고분간에 
        돈갖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사소한 것 가지고 속이 상한다고. 어머니와 살아온 
        과정을 며느리가 안봤으니까 어머니가 나에 대해서 불만이 있고 (내가) 
        잘못한다는 말이 들리면 내가 "그러 안해요"하고 공손히 며느리보는 앞에서 해야 
        되는데 그리 안하고 "어머니, 왜그래. 제발좀 그러지마"혀. 미워서가 아니라 
        말이 그렇게 나와. 며느리 앉혀놓고 시어머니한테 그러면 너도 나한테 그러라는 
        것 밖에 안되. 며느리가 뽄 보니까. 며느리보고 그랬어. "야! 너 있는데 (내가) 
        할머니한테 그렇게 할 때는 네가 (내)지나온 과정을 본 바 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해라. 그러는 수 밖에 안되는데 내가 어머니가 미웁고 
        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속으로는 그런 것 없어. 그렇게 해 놓고도 항상 
        맘으로는 도루 존대하고 그러지"하고 며느리를 이해시켜. 

        위의 사례에서 주지할 바는 고령의 시어머니와 初老의 며느리간의 갈등이 
        시어머니가 아들을 차지하려는 데서 기인된 것이 아니고 서로간에 
        '시어머니'로서의 지위확보를 위한 세력다툼인 것이다. 고부간에도 주기가 
        있어서 가족주기 발전단계에 따라 이들의 지위 및 역할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전환이 순조로이 이루어지게 되면 이는 마치 은퇴와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생애주기와 가족주기가 연장이 될수록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지위관계는 역전되어 대각선으로 나타나게 됨을 알 수 있었다. 
        시어머니 초기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며느리에게 시집가문의 전통성을 전수해 
        준다는 입장에서 고분간의 주종관계가 성립이 된다. 중기에는 며느리가 
        시집풍습도 어느정도 익히게 되고 자녀도 생산하여 어머니로서, 아내로서의 
        지위와 역할이 확고하여져 시어머니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점차 낮아지게 되고 
        며느리의 지위는 높아지게 된다. 말기에는 며느리가 자신의 며느리를 보게 
        됨으로써 시어머니는 고령이 됨과 동시에 모든 가사권을 며느리한테 넘겨 주게 
        된다. 따라서 가족내에서 고령의 시어머니의 지위는 하락하게 되고 반대로 
        중년의 며느리의 지위는 상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짧았던 까닭에 고부간의 
        주기단계에서 나타나는 '주종관계'만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전통적 
        관습으로 존재해 오면서 고부간의 관계에서 많은 문제들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현대 확대가족내에서는 생애주기 및 가족주기 연장으로 인하여 이들간의 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령의 여성노인들은 아들, 
        며느리들로부터 부양과 보호가 필요하나 자녀들이 이미 중년, 노년의 나이로 
        그들 자신의 가족일이나 자신의 위치에 깊이 관심을 두어야 함으로써 문화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효'나 '공경'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란 어렵게 되고 말았다. 
        이때 여성노인들은 아들 며느리에 대한 '효'의 실행요구가 가족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며, 결국긍 전략상 전통적 노인의 위치와 대우를 
        포기하게 되고 속으로 참거나 충돌을 회피하면서 외면상으로나마 통합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혼자사는 유자녀 여성노인들의 경우는 자신이 원해서 혹은 형편상 혼자 살고 
        있다. 이들은 자식들이 찾아 오거나 전화하기를 기다릴 뿐이다. 결국 떨어져 
        살면서 정을 나눌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례 4> 이 ㅇㅇ할머니(85세) 
        이 할머니는 아들 다섯, 딸 넷을 두었다. 남편은 45세(할머니44세)에 
        돌아가셨다. 워낙 못살아 자녀들을 국민학교 정도도 못가르쳤다. 열댓살이 
        되어서는 다들 객지로 나갔다. 

        다들 어렵게 산다. 둘째 아들이 이 마을로 이사오기 전에는 
        생활보호대상자였으나 아들이 이사온 후로는 그 혜택을 못받고 있다. 둘째 
        며느리와는 맘이 안맞아 잘 안가고, 자식들도 차비가 드니 잘 못온다. 텃밭에 
        깨, 배추, 마늘, 파, 고추 등을 기르고 삯일도 다니며 산다. 

        <사례 5> 오 ㅇㅇ할머니(81세) 
        오 할머니는 아들 넷, 딸 셋이 있다. 큰 아들이 김제읍내에 살고 있다. 큰 
        며느리하고 의가 안맞아서 혼자 살고 있다. 전화가 있어서 자식들한테 
        전화오기를 기다린다.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아들이 생활비 일부를 대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이 아들부부 가족과 동거해야 한다는 관념이나 관습이 
        아직은 고정화되어 있으나 사회적 여건이 변화된 상황에 있어서 노인과 자녀와의 
        동거가족 생활이 복잡해 지고 있다. 특히 단순히 '고부간'의 갈등이 이제는 
        노모와 아들부부간의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3) 손자녀 관계:본 연구대상자의 96.2%(51명)가 조모(할머니)이며, 현재 
        손자녀와 동거하고 있는 여성노인은 32.1%(17명)이다. 현대에는 수명연장으로 
        인하여 조모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여성노인들에게 손자녀는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들이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 특히 직계가족내의 
        손자들은 가계계승과 조부모 사후에 제사를 지내 줄 특수한 사람으로 그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 여성노인이 첫손자를 보고 기뻐서 안고 불렀던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니가(네가) 어디서 생겼냐. 
        하늘에서 뚝 떨어졌냐. 
        땅에서 불컥 솟았냐. 
        바람길에 날아왔냐. 
        구름에 싸여왔냐. 어와둥둥 우리애기. 
        부모님께는 효자둥이 동네방네 인심둥이. 
        나랏님께는 충심둥이 어와둥둥 우리애기. 

        이 '소리'에는 손자출생에 대한 신기함, 귀함, 기대감이 잘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조모는 연장자로 가사권을 쥐고 가족내에서 손자녀 
        양육을 전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녀양육 종료에 따른 역할감소를 손자녀 
        양육으로 대체시키며 모든 정과 보살핌을 쏟아왔다. 이러한 경험은 본 
        연구대상자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6> 이 ㅇㅇ할머니(91세) 
        이 할머니는 13세에 25세된 신랑한테 시집와서 슬하에 3남 3녀를 두었다. 
        현재는 72세된 큰아들 부부하고 살고 있다. 45세에 남편과 사별한 이후 지금까지 
        큰아들과 함께 집안을 꾸려왔다. 자식들이 다 잘되었으며, 손자들을 조선에 없이 
        키웠다. 손자손녀들이 우리 할머니는 배운 것은 없어도 보통 할머니가 아니라고 
        한다. 아들들이 손자를 하나씩 밖에 안낳아 섭섭하고 적어서 못쓰겠다. 

        둘째아들이 제금나서 이리서 셋방을 사는데 가보니 주인집에서 손자를 
        미워하고 눈치뵈는 것 같아서 네살에 데려와 8세까지 키웠다. 못사는 집 손자가 
        더 생각이 나고 해서 돈이라도 생기면 모아놨다가 줬다. 지금 그 손자가 30세로 
        전북의대를 나와서 작년에 장가갔다. 할머니를 기가 막히게 안다. 내년에 
        자가용을 사가지고 할머니 모시러 온다고 했다. 이렇게 늙어도 어디가서 무시 
        안당한다. 

        조모의 역할이 손자녀의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함께 동거하고 
        있는 경우에는 손자녀가 공부로 바빠서 조모와 오손도손 얘기 할 시간이 없다. 
        종전의 십대 청소년의 가사일, 농사일의 '일손돕기'가 이제는 조모들의 역할로 
        전환되고 있다. 母의 不在時에는 그 대행을 하는 '대리모'유형이 존재하기도 
        한다. 

        <사례 7> 김 ㅇㅇ할머니(88세) 
        김 할머니는 48세의 외아들부부, 손녀딸 넷, 손자 한명과 살고 있다. 
        국민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다니는 손녀들이 학교에서 오면 맞이한다. 아들과 
        며느리는 품팔이로 먹고 살고 할머니는 생활보호대상자 혜택을 받는다. 요사이는 
        몸이 좋지 않아서 종전처럼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지만 큰손녀딸에게 할 
        일들을 지시한다. 숙제를 하라고 몇번이고 말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해서 
        푹푹해 죽겠다. 

        <사례 8> 최 ㅇㅇ할머니(83세) 
        막내 손자가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데 며느리와 교대로 가서 밥을 
        해줬다. 아들 밥해주는 것이 손자 밥해주는 것보다 재미가 덜하다. 며느리가 
        공일날 와서 먹을 것 해서 냉장고에 넣고 가고 빨래도 더러 해놓고 가고, 웬간한 
        것은 내가 빤다. 

        본 연구대상자의 2/3정도의 여성노인들이 손자, 손녀와 동거하지 않고 있으며 
        손자, 손녀와는 특별한 경우에 가끔 만나 본다. 흥미있는 점은 도시로 나간 
        맞벌이 손자부부의 도시정착을 도와주기 위하여 증손자를 데려다 돌보아 주고 
        있는데 주로 '대리조모'역할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도시로 나간 
        손자녀에 대하여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대학생 손자녀에 대해서는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자랑을 많이 한다. "이래뵈두 나두 대학생의 할머니여", 
        "우리 손주가 전북대학 다니는데 도에서는 제일가는 일류대학이래". 이들은 
        농촌의 낙후성에 대하여 일찍부터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녀들의 
        도시진출을 부추겼던 장본인들로 손자녀 역시 농촌에 남는 것을 원치 않고 
        있었다. 학업에 열중해야하며 도시에 나가 교육을 받아야 도시사람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4) 증손자녀 관계: 여성노인들은 증손자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같이 살고 있지 않아 특별한 경우에나 보게 되고, 대체로 
        나이들이 어려서 돌보아 주기가 힘이 들기 때문이다. 함께 동거하고 있는 경우는 
        손자부부의 도시정착을 돕기 위하여 증손자를 데려온 경우가 많다. "귀찮아서 
        못보겠는데 며느리가 데려와 할 수 없이 보고 있다"고 한다. 손자녀한테 느꼈던 
        만족감, 희망, 기대감 같은 것이 증손자에게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사례 9> 김 ㅇㅇ할머니(84세) 
        김 할머니는 4남 4녀를 두었다. 다들 객지로 나가고 56세된 셋째아들 부부와 
        살고 있다. 군산에 사는 손자부부가 둘다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증손자를 
        낳지마자 데려다 키우고 있다. 지금은 3세이다. 농사를 다 내놓고 안짓고 있어서 
        며느리가 주로 본다. 할머니는 몸도 성치않고 해서 못봐준다. 그냥 재롱떠는 
        것만 본다. 

        <사례 10> 최 ㅇㅇ할머니(86세) 
        최 할머니는 5남 2녀를 두었다. 70살된 큰며느리하고 둘이만 산다. 김제읍내에 
        사는 손녀딸 부부가 장사로 바빠서 증손자들을 데려다 봐주고 있다. 논농사는 
        세주고 밭농사는 둘이 거둔다. 며느리가 밭에 갈때는 할머니가 증손자 둘을 
        보는데 귀찮다. 강아지새끼들 처럼 쫄랑쫄랑 거리는 것이 이쁘기는 하지만, 
        안봤으면 쓰겠다. 

        나. 일의 세계 
        인간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이 생존과 복지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분배받기 위하여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일'이라 하며 이 상호의존적 
        관계를 일의 세계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의 젊은층 노동력이 대거 비농업부문으로 전출함에 
        따라 노동력 이동성이 낮은 노령층 인구는 농촌에 잔류하게 되었으며 농사일이 
        결과적으로 노령자의 직업으로 세대간에 구분이 되고 있다. 노령층 인구의 
        다수가 여성이고 또 이들의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이 
        부재에 따른 일손부족은 자연히 여성노인들에 의하여 메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1) 일에 대한 의식, 동기 및 목적:본 연구대상자들의 75.5%가 가족중심의 
        자영업인 농사일과 가사일에 종사하고 있다. 여성노인들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아의식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①"워낙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에 우리같은 늙은이도 다 일을 혀". 
        ②"일을 안할 수가 없어. 일을 하지 않으면 눈치가 뵈 데. 못쓰겠어". 
        ③"촌에 있으면 건강하지 못하면 못써. 배움이 없으니 노동일이라도 해야지". 
        ④"지금 농촌에는 젊은이가 있을라고 하간디. 다 나가고 없어. 늙은이들만 
        남아서 농사짓지". 
        ⑤"밥 먹으면 밥먹은 짓 해야지. 자식밥도 내밥이 아녀. 남편밥이 내밥이지. 
        일을 하고 먹어야지". 
        ⑥"손이 연장이여. 말하자면, 이것을 놀려야지 안놀리면 먹고 살 수 없어". 
        ⑦"늙은이 좋다는 사람이 어딨어, 일을 해야지". 
        ⑧"일을 하면 아퍼. 잔당이(잔등)도 아프고 모두 응기고. 내 몸뗑ㅇ; 못이겨. 
        그래도 자고나면 괜찮데". 
        ⑨"낮에는 혼자 집에 있는데 집에 것(일)을 다 혀". 
        ⑩"내가 살림을 다 혀. 시방은 시어머니가 살림 다 맡아 혀". 
        ⑪"며느리는 여기저기 돌아 다니고 시어머니는 조용히 집에서 일혀". 
        ⑫"육장 볼때고 밥해 먹고 혀. 좋은 옷을 입을 새가 없어". 

        위의 표현들을 분석해 보면 이들이 일을 해야 되는 사회적 상황, 도익 및 
        목적이 표출되고 있다. 젊은층의 移村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여성노인들이 
        매워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라"는 일의 윤리가 
        작용하고 있어서 노인도 일을 해야 한다는 기대와 규범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할분담 내지 일의 분담이 요구되어 아들부부는 집밖의 일을, 노모는 
        집안일을 맡고 있다. 대표적 사례를 제시해 보겠다. 

        <사례 11> 유 ㅇㅇ할머니(89세), 큰아들(70세), 며느리(62세), 손녀(19세,고3) 
        농사를 5필지정도(7,500평) 짓고 있으며, 텃밭과 문전밭이 합하여 500평정도 
        된다. 손녀딸은 이리에서 여고를 다니고 있으며 집에서 통학한다. 고3이기 
        때문에 대학진학을 하기 위하여 입시공부에 열중이다. 손자는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 청소부터 한다. 마침 오늘이 모판씨 
        나락내리는 날이라 일꾼들 새참과 점심을 준비해야 했다. 어제 며느리가 봐온 
        장거리를 꺼내 다듬고 씻어 놓았다. 며느리가 반찬을 장만하는 동안 아침에 
        손녀가 벗어놓고 간 옷과 운동화를 빨았다. 며느리와 아들은 논으로 나갔다. 
        할머니가 며느리지시에 따라 새참을 챙기고 점심준비를 하면 며느리가 와서 
        가져간다. 혼자 점심을 먹고 뒷정리를 한다. 개밥을 챙겨준다. 그리고 나서는 
        수건을 머리에 쓰고 문전 마늘밭을 맨다. 밭일은 대부분이 할머니 일이다. 저녁 
        8시가 되어야 비로소 아들 며느리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 앉으나 이내 고되다고 
        하며 잠자리에 든다. 

        손자녀에게는 일절 가사일이고 농사일을 시키지 않고, 또한 본인들도 하려고도 
        안한다. 며느리와 아들은 밖의 일을 주로 하여 논일, 품앗이, 삯일을 다닌다. 

        <사례 12> 황 ㅇㅇ할머니(96세), 큰아들(79세), 며느리(68세) 
        농사를 3필지 짓고 텃밭과 밭이 500평정도 있다. 농사는 주로 고부간에 짓고 
        있다. 아들은 천식이 있어서 아무것도 안한다. 주로 집안에 있으며 뒷짐이나 
        지고 왔다갔다 하면서 참견만 한다. 할머니는 주로 집안일인 청소, 빨래, 
        식사준비, 텃밭일 등을 맡아서 한다. 며느리는 논일을 맡아하고 품앗이를 
        다닌다. 일꾼을 얻게 되면 며느리가 논에 나가서 일을 주관하고, 할머니는 
        점심과 새참거리를 일절 맡아서 장만한다. 워낙 바쁠때는 가끔 손주며느리들이 
        내려와 거들어 주기도 한다. 귀가 안들리지만 건강한 편이다.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교회에 갔다 온다. 

        윗 사례의 두 여성노인의 경우를 살펴 보면 알 수 있듯이 농사일과 가사일의 
        참여가 하루종일 계속되며 낮잠 한번 잘 여유가 없다. 대부분 며느리가 품앗이, 
        삯일을 틈틈이 다녀야 일꾼을 얻을수 있기 때문에 며느리의 과중한 생산활동 
        영역에서의 역할은 중요하다. 여성노인들은 집안에서 주로 환금될 수 없는 
        가사일이나 텃밭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주지할 바는 여성노인들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들은 전부 사회구조 및 제도와 분리된 별개의 것이 
        아니고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면서 농사일은 보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같은 늙은이나 하는 것"으로 전락되어 있다. 

        2) 일과 가족과의 관계:여성노인들이 하는 일은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정이 '행동의 장'이며 '일의 장'이다. 평생동안 가족을 위하여 
        해왔던 가사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자녀의 移村으로 인하여 농사일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가족내에서는 성과 연령에 따라 노동분담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노인이 
        주로 하고 있는 가사일과 텃밭일은 전통적 성역할 관념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여성의 역할과 가사일이 함께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동분담시에는 연령구분이 적용되어 
        사회적으로 보상이 적은 '일'인 가사활동은 여성노인이 담당하게 되므로 
        주변인물로 물러나게 되고, 반면에 아들과 며느리는 이곳 농촌의 
        생산활동영역에서 중요한 일인 논일, 품앗이, 삯일 등을 함으로써 가족내 
        권력구조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노인들의 노동력 참여는 대체로 자신의 정체감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반면에, 가족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어서 양면성을 띄고 있다. 
        "오죽하면 늙어서까지 일을 해야 하나"하는 느낌이 들어 자신이 초라하고 
        서럽기도 하다. 아들, 며느리의 공경은 바랄수도 없다. 집안일은 해도 알아 
        주지도 않고 혼자하게 되므로 힘이 든다. 가족적 측면에서는 "아들과 며느리가 
        나이 먹어서 집안을 꾸려 나가느라고 욕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 
        여성노인들의 노동력 참여는 가족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여성노인들의 노동참여유형(표Ⅳ-1 참조) 및 의식하고 행위하는 일의 
        세계는 동거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①1대동거형:중년기부터 지속적으로 일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가생산 및 자가소비를 위하여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의 
        윤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노인들이 활동적이며 독립성이 있다. 

        <사례 13> 정 ㅇㅇ할머니(86세) 
        정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으며 주위에 가족이라고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시집조카와 건너마을에 사는 작은 시누이 뿐이다. 자녀는 아들을 꼭 하나 
        낳았는데 1살에 죽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면에서 주는 양곡으로 식량은 
        해결하고 연탄비 나오는 것은 주로 교회에 십일조로 바친다. 마을교회에 집사로 
        있다. 텃밭에 깨, 콩, 고구마, 가지, 배추, 상추, 마늘 등을 가꾸어 먹는다. 
        검은 개를 한마리 키우고 있는데 몸보신하기 위한 것이다. 

        <표 Ⅳ-1> 여성노인의 동거 형태와 노동참여 유형 
        -+--------------------+---------------------------------------------------- 
        | 동거형태 | 합 계 
        +---------------+ | 1대* 2대 3대 4대 
        노동참여유형 | | 숫자(%) 
        -----------------+----+---------------------------------------------------- 
        가사일 보조 | 1 1 1 - 3( 5.7) 
        가사일과 텃밭일 전담 | 7 7 9 - 23(43.3) 
        가사일 및 농사일 보조 | - 3 5 - 8(15.1) 
        농사일만 보조 | - 3 2 1 6(11.4) 
        전혀 안함 | - 8 3 2 13(24.5) 
        합 계(%) | 8(15.1) 22(41.5) 20(37.7) 3(5.7) 53(100) 
        ----------------------+---------------------------------------------------- 
        * 독거, 부부만 동거, 언니와의 동거가 포함되었음. 

        ② 2대 동거형: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아들, 며느리한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체의 30%정도가 일을 전혀 안한다. 주로 가사일을 많이 하고 있으나 
        노령기에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평 불만을 가지고 있다. 

        <사례 14> 심 ㅇㅇ할머니(88세) 
        둘째아들 부부와 살고 있다. 논농사는 賭地를 주고 밭농사는 며느리와 아들이 
        주로 짓고 있다. 할머니는 일을 별로 안한다. 고추농사나 좀 봐준다. 서울 
        큰아들집에 일년에 한번씩 갔다온다. 가사권은 전부 며느리한테 넘겨주고 일절 
        손을 뗐다. 며느리가 와서 때(식사)를 차려 주기를 기다린다.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서 때만 찾는다고 할까봐 안봐 안먹고 기다린다. 

        ③3대 동거형: 일을 제일 많이 하는 노인들이다. 가사일과 텃밭일이 
        여성노인들의 전담이다. 가사보조자적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손자녀를 돕기 
        위하여 일을 한다. 재정적으로도 뒷받침이 되려고 노력한다. 일에 대하여 보람을 
        갖는다.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일만 한다. 희생적이다. 

        <사례 15> 김 ㅇㅇ할머니(84세) 
        김 할머니는 55세된 아들부부와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는 손녀딸 
        넷과 함께 살고 있다. 며느리 부재시는 가사일을 하나 주로 밭일을 맡아서 한다. 
        텃밭은 없고 집에서 한 2km 떨어진 곳에 있는 밭에 가서 매일 일을 한다. 

        ④4대 동거형:제일 일을 안하는 편이다. 손주며느리가 가사일을 전담한다. 
        일손이 필요할 때 밭농사일을 도울 정도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사례 16> 윤 ㅇㅇ할머니(89세) 
        윤 할머니는 6.25전란때 황해도에서 남하하여 이곳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 
        현재 68세된 딸부부, 작은 외손자 부부와 아들, 외증손녀(서울에 있는 
        큰외손자의 딸)와 살고 있다. 

        딸과 사위는 논과 밭일을 하고 살림은 손주며느리가 도맡아 한다. 외손자는 
        김제읍내에서 노동일을 한다. 할머니는 고추, 코으 팥농사를 지을 때 필요하면 
        거들어 주고 있는 정도다. 손주며느리한체 눈치보이는 것 같다고 한다. 

        3) 여성노인의 경제적 상태: 본 연구에 있어서 여성노인의 경제적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몇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 이미 재산상속이 아들한체 넘어가 
        있어서 '의존적 존재'로 여성노인 자신이 정의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동안 경제적으로 남성의존형으로 대우받아 왔던 이들은 노동력 참여가 
        활발하지만 자녀와 동거시는 자녀의존형으로 정체감을 가지고 있다. 재산 및 
        금전관리는 일절 아들부부의 권한영역으로 '돈'과 직접적인 관계가 
        전무후무하다. 현금이 필요할 시는 아들부부한테 타서 쓰게 되므로 "아들 돈을 
        축낸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둘째, 동거하고 
        있는 직계가족내에 교육을 받고 있는 손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특히 대학교육) 
        가족의 모든 재화가 손자녀 교육에 집중되고 있어서 가족전체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오히려 '부담감' 내지는 '의존성'을 느끼며 '자기몫'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어쩌다 다른 자녀들로부터 용돈이라도 받게 되면 손자녀 
        용돈으로 준다. 따라서 '분배' 및 '혜택'에 의한 경제적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셋째, 여성노인들의 가정내 노동력 참여는 환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활동으로서 파악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일의 가치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남성 및 젊은이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현재 여성노인들이 주로 하고 있는 
        가사일, 텃밭일은 경제적 가치가 적은 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일의 이데올로기가 여성노인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고정관념인 '남성의존' 및 '자녀의존'과 상호작용하여 이들을 무력, 빈곤, 
        소외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으나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음 사례는 위에서 지적한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예이다. 

        <사례 17> 유 ㅇㅇ할머니(89세) 
        유 할머니는 현재 70세된 큰아들 부부와 고3인 손녀와 대학 2학년인 손자와 
        살고 있다. 논농사를 5필지, 밭농사 2필지(세 놓음), 텃밭 및 문전밭 500평을 
        짓고 있다. 아들며느리는 논농사와 품앗이를 다니고 할머니는 가사일과 텃밭일을 
        주로한다. 가정경제가 손자녀 학자금 대기에도 힘이든다. 현재 할머니는 종종 
        과로로 신체적 불편함을 겪고 있다. 틀니가 맞지 않아 고통을 받아온지 2년가량 
        되었다. 형편이 좀 괜찮은 작은아들한테 틀니를 새로 해달라고 했는데 대답을 
        안한다. 큰아들은 "지금 돌아가시지 말고 형편이 필때까지 살으셔야 한다"고 
        한다. 워낙 어려울 때라 지금 돌아가시면 장례비 마련도 어렵다고 한다. 

        다. 이웃관계 
        본 연구대상자의 91%가 시집와서 지금까지 같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지역배경을 보면 미작이 주요산업이며 그외에 인삼, 고추, 콩, 채소 등을 거두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9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평생을 농촌에서 
        살아온 사람들로서 다른 어떤 수단이 없어서 이곳을 떠날수 없었으며 자녀를 
        교육시키고 분가시키는 일도 이곳에서 하였다. 마을에서는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불리우고 있으며 동녀배사이에서는 시집오기전 친정집 마을명을 따서 
        "황산댁", "만경댁", "모산댁"등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결혼생활을 
        하였고 노령기를 보냈기 때문에 이웃들은 여성노인들이 머리가 희어지고, 주름이 
        지고, 등이 굽는 등 외모의 변화를 보았지만 이들의 연령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근본적으로 젊은 시절과 똑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행위를 설명하는데 
        연령보다는 성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근본성격이 그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대부분의 여성노인들은 마을환경 및 배경에 익숙하고 
        마을사람들이 자기를 잘 알고 있다고 믿으며, 이웃에 대하여 친금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늙었다는 것보다는 늙어왔다고 보고 있으며 잠자코 묵묵히 
        별 수선없이 "응당 그러려니" 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어쩌다 도시의 자녀를 
        방문하고 오는 경우에 "여기처럼 편치 않아"라고 표현하는데, 이말에는 '집'과 
        '이웃'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생활에 대한 약함 내지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노인이 이 마을에서 여생을 마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여성노인들에게 이웃은 원초집단으로 생일, 환갑, 혼인 등에 초대되어 오고 
        가기도 하며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농번기에는 마실 다닐 틈이 없기 
        때문에 이웃과의 상호작용이 빈번치 못하나 농한기에는 혼자사는 여성노인의 
        집에 모여 환담을 나눈다. 대화내용은 주로 移村한 자녀의 소식과 동거하고 있는 
        아들, 며느리에 관한 것들로, 이를 통하여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를 
        확인하고 공감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중요한 정보망이 
        되고 있다. 특히 도시자녀의 승진 및 신식 생활방식은 자랑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여성노인들을 우쭐하게 만든다. 마을에서는 경제적으로 형편이 낫거나 
        건강이 좋으면 지위가 높게 나타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정보들을 통하여 
        여성노인들의 의식세계가 도시우월로 변하게 되며 그래서 이들은 손자녀의 
        도시유출을 부추기고 도시정착을 위하여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일요일에 마을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가는 것은 이들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주고 
        있다. 아침 10시에 가서 저녁 5시에 돌아온다. 교회버스가 운영되고 있어서 
        거동에는 어려움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단장을 하고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간다. 
        아침예배후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정에 모여 싸가지고 온 점심을 먹으며 
        일주일간의 이야기거리를 쏟아 놓는다. 특히 농번기 동안에는 교회가 이들에게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이웃 노인들과 
        공유된 세계관을 확인하게 해 주는 상호작용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라. 행동전략에 따른 여성노인의 유형 
        사회행위자들은 삶의 구체적 위기상황에 대한 의식을 통하여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나름대로의 이론체계를 개발해 나간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이론은 상황 
        자체를 의식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전략을 세운다. 여성노인들은 
        무력하고, 병들고, 비활동적이라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가정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더욱이 늙어서 연장자로서 가사권을 자녀에게 맡기고 물러 앉아 
        효도를 받는다는 것이 불확실해졌다. 이것이 여성노인을 난처하고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하였으며, 한국사회에서의 여성노인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지위 역활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구조적으로 농촌에서는 자녀 및 손자녀의 
        도시 유출과 자본의 도시 유출로 인하여 노인도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규범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들이 농촌의 생산을 맡아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일을 계속하는 것이 존재이유이며 사는 방식이다. 이제는 늙어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시 우월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녀 및 손자녀의 도시 정착을 지지하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요즈음 젊은이는 노인 공경할 줄 
        모른다. 노인은 아무것도 모르니 쓸데가 없다. 젊은이는 농촌에서 썩으면 
        안된다. 농사는 우리같은 늙은이나 한다"고 의식하고 있다. 어쩔수 없이 
        농촌에서 머물어야될 세대이므로 현재있는 집과 농토를 지키고 젊은 세대는 
        도시로 나가 자기 밥벌이를 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취급하는 타인들과 상호작용시 여성노인들이 취하는 행동전략을 알아 
        보았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여성노인 유형들이 이루어졌다. 

        1) 기피형: 위기 혹은 압력 상황을 회피하는 형으로 의도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며 역할을 만들지 않고 있다. 노인으로서의 자아정체감을 가지고 있다. 
        몸이 아프고 머리가 희는게 부끄러워 집안에만 있다고 한다. 아들, 며느리와 
        함께 늙어가는 처지라 살림을 일체 이들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으며 아들부부의 
        뜻을 받아 들인다.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다. 왜냐하면 아는 것이 
        없어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주로 건강이 좋지 않으며 2대 동거형으로 볼 수 
        있다. 

        2) 활동형: 자녀 및 손자녀의 도시 유출로 가사일 및 농업일을 중년기와 
        똑같이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독립적이다. 형식적으로는 모, 시모, 조모의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내용이 없다. 자녀나 며느리 또는 손자녀가 관심을 두지 
        않아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자녀가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로는 객지에서 먹고 
        살기에 바쁘기 때문에 어미에 관심을 두면 자기들 살기에 힘이 든다고 변명을 
        한다. 자식들이 잘사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다. 홀로 살고 있는 여성노인들은 
        아무때고 몸져눕게 되면 아들이 와서 데려 가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늙은 것을 
        의식하고 있기 보다는 어머니와 할머니로서의 미덕과 희생을 중요시 하고 있다. 
        노인단독세대에서 볼 수 있으며, 젊어서 미망인이 되었다. 자신이 계속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3) 교환형: 자원이나 용역을 교환적 가치로 의식하고 있다. 도시의 자녀들에 
        주려고 고추, 깨, 마늘, 콩, 나물, 등을 말려 놓는다. 손자녀의 교육 및 
        도시정착을 위하여 자신의 몫을 포기하며 일을 한다. 늙어서 자녀의 부양 및 
        보호를 받지만 받기만 하면 안된다고 의식하고 있다. 주로 3대 동거형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 

        4) 기다리는 형:自他가 신체적, 정신적으로는 너무 쇠약하여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의욕이 없고 죽기만 기다린다. 밥도 차려주어야 하며 
        집안에만 있다. 이웃과도 접촉이 없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여성노인의 유형들은 이들이 처한 상황 및 
        의식속에서 구성해 낸 여러가지 행동전략에 의한 것으로 여성노인들의 삶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80세 이상의 여성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상황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의식 및 행위관계를 살펴 보았다. 
        고령여성들이지만 이질적 집단으로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행동전략이 다르며, 
        다양한 행동유형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전통 노인문화나 연구들이 가정하고 
        있는 무력하고 의존적인 노인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구체적인 사회성원으로서 
        사회구조변화에 따른 삶의 적응방식을 창조해 내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농촌에서 젊은층 노동력과 자본의 도시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하에서 
        노인으로서의 위치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계속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를 위해 일을 해온 이들에게 '은퇴', '의존'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한낱 추상적 경험논리에서 나온 개념일 뿐이다. 
        이들은 사회적 행위자로서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활동을 요구 받고 있으며, 이에 
        반응하여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령기는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무력히지는 시기라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옳치 못한 가정이다. 이들은 언제 늙었는지 
        모르고 있다. 오로지 긍정적인 자아정체감과 자존을 지키기 위하여 '어머니'로서 
        '할머니'로서 희생을 감수하고 있을 뿐인데, 이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들의 권력부재는 현실적으로 농촌에서 경제적 자원부족과 함께 
        여성이며 동시에 노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이중적 무시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평생을 농촌 아낙네로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로서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 점이 농촌 여성노인들이 사회적으로 왜 소외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앞으로 여성노인 인구의 증가는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해방운동 시각에서 일반적 여성문제나 쟁점을 설명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관심은 한국사회 기존의 가치 및 신념세계를 거부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넓게 확산되고 목소리를 높이기 이전에 이를 
        해독할 수 있는 독특한 민감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민감성은 기존의 
        여성연구의 이론적 가정을 과감히 무시해 봄으로써 여성들의 상징적세계를 밝혀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노령기에 당면하게 되는 불안과 불이익을 
        의식하게 될 때, 비로소 여성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현재 
        여성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스티그마적인 인상을 씻기 위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해 
        왔던 이들의 공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사회정책적으로도 생존에 필요한 
        재화는 물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아래 평생교육 및 건강보호 혜택의 
        대상이 되도록 배려를 해야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