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여성학」
        저자 이은영
        발간호 제027호 통권제목 1990년 여름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남녀평등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양성평등이념은 '여성학'이란 독립된 학문분야를 탄생시켰다. 여성학은 사회학, 
        인류학,사학,정치학,문학등의 인문사회과학 뿐 아니라 생물학,의학,심리학 같은 
        자연과학에 걸치는 매우 넓은 연구분야이다. 남녀평등의 실현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법학에서는 이미 헌법, 가족법, 고용평등법, 모자복지법, 
        윤락행위방지법, 세법 등의 개별적인 법분야에서 남녀차별의 제도를 철폐하고 
        평등을 위한 사회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왓다. 

        이 책은 법학과 여성학을 연결시켜 본격적으로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개설서이다. 저자는 '법여성학'을 여성의 관점에서 종래의 학문을 재검토하고 
        여성의 주체적.능동적 노력을 통해 성별 불평등의 제조건을 변화시키려는 
        법학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에서는 양성평등의 문제를 헌법, 국제연합, 
        고용생활, 가족생활, 형벌의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저자는 이 책을 씀에 있어서 
        법을 통해 남녀 모두를 포함한 인간의 진정한 자유.해방의 길을 모색하려 
        노력하였다. 그를 위해서 어떤 법이 양성평등을 위해 의미있는 법인가, 그러한 
        법의 작용을 어떻게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양성평등에 장애가 되는 내용은 
        어떤 것인가, 양성평등을 위한 관련법규와 제도들의 올바른 개선방향은 
        무엇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Ⅱ. 
        이 책에서는 헌법의 '평등권'이 어떤 법적효력을 갖는가를 설명하고, '자유'의 
        평등만이 아닌 '생존'의 평등을 그리고 '실질적 평등'과 '결과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종래의 추상적.형식적 평등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등이란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사실상 동등한 것은 법적으로도 동등하게 
        그리고 사실상 동등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도 동등하지 않게 취급해야 한다. 
        이는 개개인의 능력 또는 구체적인 사회조건하에서 개개인의 구체적인 차이를 
        전제로 하고 이러한 차이에 상응하는 취급을 인정하되, 정의에 반하는 불합리한 
        차별은 인정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첫째, 사실상의 차이가 존재하고 
        둘째, 차별취급이 정당한 목적을 갖으며 셋째, 그 사항에 차별취급의 필요성이 
        인정되며 넷째, 차별취급의 모습이나 정도가 사회상식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라는 
        네개의 요건을 갖추면 차별취급도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리고 이 
        합리적 차별과 관련하여 미국에서 소수인종과 여성에 대해 행해졌던 
        '우선처우론'과 그에 기초한 역차별의 문제를 소개한다. 저자의 이러한 평등관은 
        합리적인 차별을 인정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 합리적인 차별을 통해 양성평등을 
        시현하려는 저자의 의지를 보여 준다. 

        그 밖에 여성 특유의 기본권으로서 여성근로에 대한 차별금지와 특별보호(헌법 
        32조), 여성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헌법 34조), 가족생활의 양성평등(헌법 
        36조)를 설명한다. 

        Ⅲ. 
        이 책에서는 고용생활에서 양성간의 '평등'과 여성에 대한 '보호'라는 서로 
        대립되는 이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평등과 보호의 문제는 유엔의 
        여성차별철폐선언(1967), 미국의 평등고용기회법(1972), 일본의 
        남녀고용기회균등법(1985)의 입법당시에 활발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 조차 준수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보호도 평등도 
        실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논쟁이 전개되지는 않고 있으나, 그 
        동안의 여성운동의 질적발전으로 조만간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어 법제 
        기타 국가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행 근로기준법의 
        여성특별보호조항등은 모두 실질적 평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정의에 
        합당한 조항인가, 생리적.신체적 차이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과학성있는 
        보호내용과 형식인가를 검토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근로기준법의 남녀균등처우조항과 여성특별조항, 고용평등법의 
        제정, 개정의 과정과 그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개정된 고용평등법에 대하여는 
        "여전히 분쟁해결, 성차별 피해자 구제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못한 채이다"라고 평가한다. 구체적인 문제점으로서 다음 사항을 든다. 첫째, 
        기회균등의 이념이 편면적이라서 남성의 차별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둘째,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육아휴직제 등의 원조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직업생활과 가정생활을 조화시키기 위한 조치는 남녀근로자에게 평등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셋째, 분쟁해결제도에 있어서 사법적 효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제도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 그러므로 고용평등법은 1차 개정되었음에도 
        적절한 시기에 다시 개정,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Ⅳ. 
        가족생활과 관련해서는 우리 민법의 가족법규정이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규정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그의 개정을 촉구한다. 그리고 1953년 이래의 가족법 
        개정운동의 경과를 소개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이 출간될 즈음에 
        여성계의 숙원이던 가족법개정이 상당부분 이루어져서 가족법에 관한 설명부분은 
        현실에 맞지 않게 되었다. 

        형벌법규 가운데 간통죄.강간죄.매매음.낙태죄.부녀매매죄 등 성과 관련된 
        죄에 관해서는 남녀를 달리 취급한다. 그 이유는 남녀 각각의 이중기준의 
        성윤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성은 남편의 계승자를 
        낳아 주는 역할로 한정되어 엄격한 성윤리가 요구된 반면에, 남자의 성적 방종은 
        매우 관대하게 다루었다. 저자는 이러한 이중기준의 성윤리에 바탕을 둔 
        규정들이 헌법의 평등이념에 위배되는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Ⅴ.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성차별에 관련된 한국,미국,일본의 판례를 거의 
        원문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판례소개로 그간 우리와 외국의 
        판사들이 양성평등에 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 왔는가가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43세 조기정년 무효확인 소송사건과 25세 여성 조기정년의 손해배상사건은 
        본인의 투쟁의지와 여성운동의 결실이므로 앞으로도 중요한 판례로서 남을 
        것이다. 판례를 아는 것은 장래 남녀평등에 관한 법률분쟁에 부딪치거나 소송을 
        하게 될 때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뿐 아니라 법학도나 법조인에게 남녀평등의 
        법적사고를 갖도록 계몽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외국의 평등판례는 만약 우리 
        법원이 남존여비의 편견에 찬 판결을 할 경우 그를 비판할 이론을 제공하는 
        여성운동의 무기가 될 것이다. 

        Ⅵ. 
        이 책에서는 그간 남녀평등과 관련해 문제되었던 법률문제를 헌법을 비롯한 
        다섯 분야에 걸쳐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설서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법여성학의 문제는 종래 여러 분야의 집필자가 공동으로 저술한 여성학 교재의 
        한 부분을 차지함에 그쳐 지면에 커다란 제약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지면제약을 받지 않고 책 한 권을 모두 법여성학의 문제만으로 채움으로서 양적, 
        질적인 면에서 종래의 연구보다 방대하다. 그리고 종래 법학의 세부분야의 
        연구자들이 발표하였던 것들이 하나의 종합된 체계서로서 망라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구태여 허점을 지적하자면, 저자가 모든 내용을 이 
        개설서의 집필만을 염두에 두고 써 내려간 것이 아니라 저자가 몇몇 논제는 
        세미나 등에서의 발표를 위해서 몇 년 전에 독립된 글로서 작성한 것이라 
        전체적인 통일성에 취약점이 있다. 이러한 점은 법학자의 과제가 그때 그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여 발표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오히려 
        저자가 그만큼 현실과제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더 욕심을 내자면 헌법을 비롯한 개별법의 설명에 들어가기전에 
        법여성학의 의의,과제등의 개괄적인 고찰이 있었더라면, 평등이냐 보호냐의 
        문제등 법여성학의 기본적인 문제제기는 개별법의 설명이전에 앞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저자의 견해를 분명하게 주장했더라면, 1989년 출간에 앞서 
        그 전에 썼던 글은 다시 시사성있게 정리했더라면 하는 등의 과도한 주문도 해 
        볼 수는 있으리라. 

        무엇보다도 이 책의 의의는 헌법상의 양성평등권의 의미를 깊이있게 
        고찰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법률속에는 아직도 많은 여성차별조항이 
        남아 있다. 제6공화국에 들어 위헌심사제도가 부활됨으로써 헌법의 평등사상은 
        각 법률,행정조치 위에 명실상부하게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양성평등사상을 법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조항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기한 몇몇 문제나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들은 앞으로 
        여성학계나 법학계에서 좀 더 검토되고 또한 반론도 제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논의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고, 그때 저자의 
        견해는 다시 한번 살아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1990년 초기에 우리 정부가 
        경제성장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여성근로자에 대한 연장근로제한, 야업제한, 
        위험업무제한 등의 보호규정을 없애고자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그 
        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측의 철회로 끝나고 말았지만 저자가 우려한 
        평등이냐 보호냐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러나 최근 지방자치제를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할당제에 의한 여성우대조치의 도입주장, 고학력 여성의 
        채용확대를 위한 직장할당제의 제안등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상대적 평등의 
        이론이 현실화되고 있다.